박 전 특검, 영장 기각 후 첫 조사
조사 후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
곽 전 의원도 조만간 소환될 듯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 공판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 공판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소환했다. 지난달 박 전 특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뒤 가족 수사 등에 나서며 보완 수사에 나섰던 검찰이 박 전 특검을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 조만간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같은 의혹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과 관련, 5개월여에  걸친 보강 수사 끝에 공범인 아들 병채씨를 재소환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지난달 30일 법원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박 전 특검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약 한 달 만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12월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출자하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여신의향서를 제출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억원 상당의 땅과 건물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당초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심사부 반대로 최종 불참했고,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그 결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박 전 특검은 당초 200억원 상당의 약속을 받았으나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 불발로 약정 금액이 50억원으로 줄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현금 5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또 박 전 특검의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 딸이 화천대유에서 급여와 대여금으로 받은 17억원과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얻은 시세차익 8억원도, 대장동 일당이 박 전 특검에게 주기로 했다는 50억원의 일부로 보고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딸이 얻은 25억원이 사실상 박 전 특검 측에 지급된 돈임을 입증하기 위해 박 전 특검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하고 딸도 공범으로 입건했다. 이후 검찰은 혐의 보강을 위해 지난 18일 딸과 아내를 압수수색 했고, 지난 24일엔 50억 클럽 의혹으로는 처음으로 딸을 소환조사했다.

박 전 특검 측은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 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2월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2월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또 다른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를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이번 소환은 올해 초 법원이 곽 전 의원의 뇌물 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지 5개월여 만이다.

병채씨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2021년 4월까지 근무하다 퇴사하면서 아버지 곽 전 의원을 대신해 퇴직금 명목의 뇌물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받는다. 이번 조사에서도 병채씨가 거액의 퇴직금·위로금을 받은 경위와 이 과정에 곽 전 의원의 관여가 있었는지를 추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컨소시엄 와해 위기’에 직면하자 곽 전 의원에게 영향력 행사를 부탁하고, 곽 전 의원은 그 대가로 병채씨를 내세워 뇌물을 챙겼다고 보고 지난해 곽 전 의원을 구속기소 했다. 다만 아들 병채씨는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병채씨가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곽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 1심 무죄 후 추가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 조사를 통해 보강 수사를 벌여 왔다. 곽 전 의원도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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