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많은 부분서 가치 공유
“러 ‘서구 쇠퇴’ 믿고 中은 반대”
중국, 외교부 장관 전격 교체
“習 의지대로, 큰 변화 없을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美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美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지구촌에 ‘미-중 전략경쟁’과 이에 조응한 ‘중·러의 밀착’이라는 확고한 기조가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실제론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미국과 많은 부분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열한 정보전을 통해 경제·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려 하는 중국과 미국 양국은 이러한 탐색을 위해서도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양국이 이미 많은 부분에서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더해진다.

게오르기 톨로라야(Georgy Toloraya)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아시아전략센터장은 25일(한국시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러시아를 다녀간 중국 과학자의 흥미로운 관찰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3가지 불일치를 발견할 수 있는데, 러시아는 서구의 쇠퇴를 믿고 중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밝혔다.

미-중 경쟁이 지구촌 믿음으로 굳어져 있지만, 중국은 현재의 세계질서로부터 이익을 얻고, 지금껏 지구촌을 주도해온 서방이 쇠퇴하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런 미국과 중국의 외교를 보면서 중국이 급진적인 경제적 시장주의를 취하면서 미국과 많이 닮아져 왔고, 이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경쟁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톨로라야 센터장은 “중국 과학자는 중국이 현재의 세계질서로부터 이익을 얻고 러시아는 그것을 바꾸고 싶어한다”면서 “중국인 과학자는 경제 분야에 대해 중국은 민간 이니셔티브와 혁신에 의존하는 반면, 러시아는 경제 분야를 국가에 의존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인 톨로라야 센터장은 지난 2019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관 교체, 미중 관계 영향 주목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장관)이 불과 7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해임된 점에 대해서도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전임 왕이 외교부장이 복귀한 것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관계 복원에 부정적인 시진핑 주석의 의중이 담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많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그건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8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양국 외교 수장은 미중 경쟁 관계가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사진은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블링컨 장관과 친강 부장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전 외교부장이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양국 외교 수장은 미중 경쟁 관계가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사진은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블링컨 장관과 친강 전 부장. (연합뉴스)

워싱턴 DC 소재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국장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진핑의 열망은 현재 변함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친강 경질은 중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방향은 외교부장을 넘어 시진핑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게 이런 진단의 근거다.

전 미국 대사인 친강 전 외교부장은 지난해 말 최연소 외교부장에 임명됐다. 당시 각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친강의 외교부장 임명은 중국의 입이 순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봤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ASPI)의 로리 다니엘스 전무이사는 지난해 11월 “중국이 미국에 대한 외교적 수사(rhetoric)를 완화하기로 명시적으로 결정했다”고 언급했었다.

◆오히려 관계 개선에 걸림돌 될까

그러다가 친강 전 부장은 지난달 25일 이후 돌연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베이징은 ‘건강상의 이유’만을 언급하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달 25일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그의 직위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반면 조지타운 대학교의 글로벌 문제에 관한 미·중 대화 이니셔티브의 데니스 와일더 선임 연구원은 “친강의 경질은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엄격한 접근방식으로 이어질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중국 지도부는 친강을 통해 미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미국과의 타협을 위한 양보로 비칠 것으로 우려, 시진핑 지도력 재확립을 위해 서둘러 친강을 경질했다는 해석이다.

이번 중국 외교부장 교체는 미·중 양국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기에 이뤄졌다. 양국은 오는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대면 회동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왕이(王毅)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020년 2월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이비카 다치 세르비아 외무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왕이(王毅)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020년 2월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이비카 다치 세르비아 외무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하지만 왕이 외교부장의 복귀가 오히려 미·중 양국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방중했을 당시 왕 위원의 발언 수위는 친강 부장보다 더 강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왕 위원은 “워싱턴의 ‘잘못된 인식’이 양측 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이라며 날을 세웠다.

아울러 이번 외교부장 전격 교체 사태로 중국 정치 시스템에서 불투명함 등의 문제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이터는 “더욱 중요한 점은 중국 외교 시스템에서의 예측 불가능성과 불투명성이 드러났다는 점”이라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 달 동안이나 외교 정책이 블랙홀에 던져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한 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중국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대만 중앙통신도 중국 내부적으론 인사가 마무리됐겠지만 외부에선 친강 전 부장의 잠적에 따른 여러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 여파를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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