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안보회의에서 연설하는 왕이    (EPA.연합뉴스.자료사진)
뮌헨 안보회의에서 연설하는 왕이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중국이 잠적으로 한달째 행방이 묘연한 친강(秦剛) 외교부장(장관)을 해임하고 왕이(王毅) 전 외교부장을 다시금 장관 자리에 불러들였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 베이징에서 회의를 열고 “친 외교부장을 해임하고 왕 위원을 외교부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이어 가디언과 CNN 등 외신이 다음 날 일제히 전했다.

기존 외교부장이 7개월도 차지 않은 채 해임된 일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전임자가 다시 외교부장에 임명된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그간 친강 외교부장은 지난해 12월 장관 자리에 발탁되고 올해 3월 국무위원 자리에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그에 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두터운 신임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친강 전 부장이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고 민심을 챙기는 일명 ‘전랑(戰狼, 늑대 전사) 외교’를 펼쳐오면서 56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시진핑 주석 눈에 들어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다가 지난달 25일 이후 종적을 감췄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미 기후변화 특사 등 미국 고위관료들의 잇따른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던 중요한 시기였다. 이에 따라 정치적 경쟁에서 도태됐다는 추측부터 건강 이상설, 비리 연루설, 사망설, 간첩설, 불륜설 등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기자회견 하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 (출처: EPA, 연합뉴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를 계기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하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 (출처: EPA, 연합뉴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를 계기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가 자리를 비우자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불참해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 만남이 무산되고 당초 이달 말로 예정돼 있던 영국 외교장관의 방중이 취소되는 등 굵직한 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중국 외교부는 그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잠적’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다가 이후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다가 결국 면직되면서 그가 불상사에 연루됐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번 해임으로 친강 전 부장은 지난 1949년 현 중국 건립 이후 ‘최단명 외교부장’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의 빈자리에는 예상을 뒤엎고 시진핑 외교 정책의 일인자로 꼽히는 왕이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다시 외교장관 자리에 복귀했다. 그는 올해 3연임 체제를 확정 지은 시진핑 주석 체제에서 이미 10년간 외교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외교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당 차원에서 외교 정책을 지휘하는 모습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중국이 이미 물러난 왕이 부장을 다시 불러들인 건 미국과의 관계나 양안 긴장, 한중관계 악화 등 혼란스러운 정국에 외교 정책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8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양국 외교 수장은 미중 경쟁 관계가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사진은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블링컨 장관과 친강 부장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8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양국 외교 수장은 미중 경쟁 관계가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사진은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블링컨 장관과 친강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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