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스와 연정 가능성…성사되면 민주화 이후 극우의 첫 정권 참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마련된 투표장. (출처: 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마련된 투표장. (출처: 연합뉴스)

스페인에서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부를 꾸리는 데 필요한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민당이 다른 정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페인 공영 RTVE 방송은 이날 오후 8시 투표가 끝나고 막판 여론 조사 결과 국민당이 하원의원 선거에서 득표율 34.2%로 145∼150석을 얻어 최다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집권당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PSOE)은 득표율 28.9%로 113∼118석을 획득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15개 좌파 정당 연합체인 수마르(Sumar)가 득표율 13.3%로 28∼31석, 극우 성향의 복스(Vox)가 득표율 11.2%로 24∼27석을 가져갈 것으로 점쳤다.

이번 조사는 여론 조사 기관 시그마 도스가 지난 6일∼15일, 그리고 선거 운동 마지막 주에 걸쳐 1만7천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 GAD3이 메디아셋 의뢰로 7월 10∼22일 1만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국민당이 147∼153석, 사회당이 109∼115석, 복스가 29∼33석, 수마르가 25∼29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원 전체 의석은 350석으로 한 정당 혹은 여러 정당이 합쳐서 176석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 정부를 꾸릴 수 있다.

시그마 도스가 발표한 대로 만약 국민당이 최대 150석, 복스가 최대 27석을 얻는 데 성공한다면 총 177석으로 연정이 가능해진다.

GAD3 예측에서 국민당이 가장 적은 147석, 복스가 29석을 얻더라도 둘이 합치면 177석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국민당과 복스가 의석을 모두 합쳐도 절반을 넘지 못한다면 2019년처럼 7개월만에 재선거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정당간 협상에는 시간 제약이 없다.

국민당은 공식적으로 복스와 연립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없으나, 양당이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5월 여당이 참패한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국민당과 복스가 최소 25개 도시에서 연정 협정을 맺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당과 복스가 정부를 꾸린다면 1975년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가 막을 내린 이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정권에 참여하는 것이다.

프랑코의 우파 권위주의 정권에서 신음해온 스페인은 1978년 민주 헌법을 제정한 이후 복스와 같은 극우 세력이 득세하지 못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2013년 국민당에서 뛰쳐나온 복스는 스페인에 들어온 불법 이민자는 모두 추방하고, 합법 이민자도 범죄를 저지르면 추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공개적으로 낙태에 반대하며, 성(性)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기후 변화가 전 세계에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도 믿지 않고 있다.

아울러 가정 폭력,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는 사회당을 이끄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패배 후 의회를 해산하면서 애초 계획보다 일찍 치러졌다.

스페인에서 이례적으로 여름 휴가철에 치러진 이번 선거 투표율은 오후 6시 기준 53%로 잠정 집계됐다.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유권자는 247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스페인에서는 출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 개략적인 윤곽은 현지 시각으로 자정 안팎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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