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탑재 ‘화살’ 미사일 가능성

핵 공격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려는 듯

北전승절‧한미연합훈련 앞두고 긴장 고조 예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각각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23년 3월 24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각각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23년 3월 24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주말인 22일 새벽 사흘 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에 이어 이번에는 서해상으로 핵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순항미사일을 기습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기항에 대해 ‘핵무기 사용조건 해당’ 운운하며 위협하더니 이틀 만에 무력시위에 나선 것인데, 한미의 새로운 확장억지책인 핵협의그룹(NCG)의 출범과 맞물려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 발사를 통해 핵 공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참 “북한, 서해상 순항미사일 수발 발사”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오전 4시께부터 서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 수발을 포착했다”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순항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하고 궤도를 바꿀 수 있어 탐지와 추적, 요격이 어려운 무기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발사는 지난 3월 22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형’ 2발과 ‘화살-2형’ 2발을 쏜 이후 두 번째다.

당시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이례적으로 장거리 순항미사일들의 비행 영상을 공개했는데, 예상보다 뛰어난 저공침투 및 지형추적 비행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군 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을 놀라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판 토마호크’로도 불린다.

또한 순항미사일은 통상 핵탄두 탑재용 미사일은 아니지만, 북한은 작년부터 순항미사일에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해왔고 올해 각종 탄도미사일에 모두 탑재가 가능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대내외에 선보이면서 순항미사일에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핵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지난 3월에 순항미사일 화살-1·2형을 시험 발사하며 이를 공중에서 폭발시켰다고도 밝힌 바 있는데, 이날 순항미사일 발사가 화살-1형 또는 화살-2형이 맞다면 한반도 전역과 주일 미군기지를 겨냥한 실제 핵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상정하고 이를 과시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발사 시점을 새벽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의 일환이다. 이날 미사일 무력시위는 지난 19일 동해상으로 쏜 SRBM 2발을 쏜 이후 3일 만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ICBM 4회를 포함해 탄도미사일을 14차례 쏴 올렸고, 이번을 포함해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올해 총 16차례나 된다.

◆北무력시위 배경은… NCG출범·SSBN 기항 반발 차원

이번 북한의 무력 도발 배경은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한미 NCG 출범 회의와 함께 미국 해군의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의 부산 입항 등 한미의 대북 억제력 강화 움직임에 대한 반발 성격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일 강순남 국방상 명의 담화를 통해 “미 군부 측에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가 우리 국가 핵무력 정책 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위협했다. 그러더니 이틀 만에 무력 도발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늘 미 전략자산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전날 국방부도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한미동맹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동맹의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맞받았는데, 이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일각의 평가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북한이 대대적인 경축을 예고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7월 27일)’ 70주년을 앞두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대내외적 핵무력 과시와 함께 주민들의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게다가 다음달에는 워싱턴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데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역대급 규모로 열릴 하반기 연합훈련까지 실시될 계획이어서 당분간 북한의 지속적인 맞물 도발이 예상된다. 한치의 타협점도 없는 남북 양측의 강대강 기조 속 한반도 긴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인 이유다. 군도 북한의 추가 도발에도 대비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전문가는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극우 성향의 통일부 장관을 임명할 때 이미 남북 대화는 없다는 걸 보여줬다”며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양국 간 긴장 완화를 도모하고 있고 일본도 북일 정상회담 등을 위해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 윤 정부는 이와는 반대로 홀로 고립을 자처하는 모습이라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