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나노 테크데이’ 개최
셀프 힐링 등 6가지 신기술
“소재서 특성 이해·개선해야”
“완제품 장기적 경쟁력 확보”

이종수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부사장이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나노 테크데이 2023’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7.20.
이종수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부사장이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나노 테크데이 2023’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7.20.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자동차에 스크래치가 생겨도 상온에 2시간 정도 있으면 차가 스스로 자가 복원됩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열고 미래 모빌리티 실현의 근간이 될 나노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미터(m)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이렇게 작은 크기 단위에서 물질을 합성하고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것을 나노 기술이라 부른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셀프 힐링(Self-Healing, 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투명 태양전지 ▲탠덤(Tandem) 태양전지 ▲압력 감응형 소재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을 소개했다.

현대차·기아의 소재 연구는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에는 첨단 소재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을 갖추고 대규모 투자와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종수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 부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소재 단계에서 특성 이해하고 개선하면 완제품 단계를 개선할 수 있다. 곧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우수한 첨단 소재 기술을 선행적으로 개발해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기아가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한 가운데 현대차·기아 관계자가 압력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7.20.
현대자동차·기아가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한 가운데 현대차·기아 관계자가 압력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7.20.

◆손상 부위 반영구 자가치유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은 차량의 외관이나 부품에 손상이 났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치유하는 기술이다. 스크래치 난 부분을 분열된 고분자가 옮겨져 자가 복원하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이 기술을 먼저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스크래치, 물방울 등으로 생기는 보행자·자동차의 가림, 미인식 유발을 막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기술은 앞서 일본 닛산과 독일 BMW가 도입한 바 있다.

여인웅 책임연구원은 “경쟁사의 기술은 열을 가해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는 상온에서도 2시간 정도면 자가 복원이 가능하다”며 “영하 20도의 환경에서도 하루 정도면 자가 복원된다. 회복은 되지만 속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프 힐링 기술의 상용화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어 2~3년 걸릴 전망이다.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 획기적 줄여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은 부품에 저 마찰과 내마모성을 부여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킨다. 나노 캡슐이 포함된 고분자 코팅을 부품 표면에 도포하면 마찰 발생 시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지고 그 안에 들어있던 윤활유가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하는 원리다.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오일 캡슐 기술은 액체와 고체 윤활제의 장점을 모두 갖춘 것이 특징이다. 나노 캡슐 내에 액체 윤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낮은 비용으로도 높은 윤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고체 윤활제와 같이 넓은 범위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엔진의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Drive Shaft)에 이 기술을 적용해 연내 양산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현대자동차·기아가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한 가운데 현대차·기아 관계자가 차세대 태양전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7.20.
현대자동차·기아가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한 가운데 현대차·기아 관계자가 차세대 태양전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7.20.

◆투명 창에서 태양광 발전

현대차·기아가 이날 공개한 ‘투명 태양전지’는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 기술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광전효율이 높아 태양전지로 제작 시 발전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기아는 페로브스카이트의 또 다른 특징인 투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를 통해 광흡수층 두께 조절을 통해 태양광 발전과 물리적인 투명 상태 구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기존 셀 단위(1㎠) 소면적 연구에서 벗어나 대면적(200㎠ 이상)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듈 단위로 커진 상황에서도 1.5와트(W)급 성능을 보이는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다. 자동차 외에도 건물의 창문 등에도 적용 가능해 현대차·기아는 현대건설 등과 함께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고 효율 ‘탠덤 태양전지’

현대차·기아는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접합해 만든 ‘탠덤 태양전지’에 주목하고 있다. 두 개의 태양전지를 적층해 서로 다른 영역대의 태양광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35% 이상의 에너지 효율 달성이 가능한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2022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연구실을 출범하고 고효율의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다. 자체 시험 평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30% 이상에 달하는 에너지 효율을 기록하는 등 값진 성과도 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일 평균 태양광 발전만으로(국내 평균 일조량 4시간 기준) 20㎞ 이상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권정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기술의 성숙도가 향상되면 30~40㎞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기아가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한 가운데 현대차·기아 관계자가 압력 감응형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7.20.
현대자동차·기아가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한 가운데 현대차·기아 관계자가 압력 감응형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07.20.

◆센서 없이 압력만으로 생체신호 파악

현대차∙기아가 이날 공개한 ‘압력 감응형 소재’는 별도의 센서 없이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 신호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차량의 발열시트 폼 내부에 적용돼 탑승자의 체형 부위만 정확하게 발열시켜 주며, 필요하지 않은 부위의 발열을 억제한다.

실제로 앉아보니 디스플레이를 통해 탑승자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분포됐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자동으로 자세를 고쳐잡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앉은 후 10초 정도 지나니 시트와 맞닿은 부분에서 온도의 변화가 느껴졌다. 윤덕우 PL은 “압력 감응형 소재가 상용화되면 시트에서 구리선과 각종 센서는 빠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재 개발에는 수 나노에서 수십 nm지름을 가진 탄소 집합체 ‘탄소나노튜브(CNT)’가 사용됐다. 전기전도 및 열전도도 뛰어나다. 시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CNT의 접촉이 증가해 저항이 줄고 전류량이 늘어나 해당 부위에 발열이 발생한다.

◆유리 부착해 車 내부 온도 상승 저감

현대차∙기아가 개발한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기존 틴팅 필름 적용 차량보다 최대 7도가량 낮은 실내 온도를 만든다. 차량의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씨에도 별도의 에너지 소비 없이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낮추는 친환경 기술이다. 

특히 차량의 글라스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양산성을 고려해 대면적화까지 성공한 사례는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초다. 복사냉각은 물체가 복사열을 흡수하는 양보다 방출하는 양이 많아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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