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인명을 구하려 애쓰셨는데… 가슴이 아픕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고객들 구하시려 최선을 다하셨네요. 많이 슬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천국 가셔서 영생을 누리소서.”

지난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된 청주 747번 급행 버스 기사 이모(58) 씨를 위한 추모 댓글이 인터넷 SNS에 줄을 잇고 있다.

고인은 기존 노선이 막혀 오송지하차도로 우회했다가 거센 물살로 차가 움직이지 못하자 승객들에게 “내가 창문을 깨드릴 테니 빨리 탈출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시신은 지하차도 안 100m 지점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씨가 승객 구조를 위해 분투하다 터널 안으로 휩쓸려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씨가 운전한 747 급행버스는 이날 당초 노선이 교통 통제로 막히면서 궁평2지하차도로 우회했다. 사고 당시 이씨가 몰던 버스에 탔던 승객들은 이씨가 승객 대피에 앞장섰다고 했다. 당시 버스 뒤에 있던 화물차 운전자 유모 씨는 “버스 기사가 물을 빼려고 옆 유리를 다 깼는데, 물이 지하차도로 너무 많이 들어와 버스가 지하차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했다.

고인의 아들은 “버스 뒤편에서 이마에 멍이 든 채로 발견됐다더라”며 “당시 두 손을 꼭 쥐고 있었다는데 아마 무서워서 버스 바깥으로 나갔다가 물에 쓸려서 어딘가에 부딪힌 것 같다”고 했다.

이씨 동료들은 그가 생전 모범 운전사로서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던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베테랑 운전사’로 택시와 버스, 화물차 등 운전 경험이 매우 풍부해 배울 점이 많은 동료였다는 것이다. 고인은 오랜 무사고 실적으로 도지사상·시장상까지 받았으며, 매일 아침 첫차 시간보다 2시간씩 일찍 출근할 정도로 성실하게 일해 주위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보며 배가 기울어지는 데도 객실에 그대로 머물러 있던 세월호 학생들을 놔두고 배에서 먼저 구조된 세월호 선장이 떠오른다. 남을 구하고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긴급 재난 상황이나 사고 등에서 인간은 먼저 자신의 생명부터 보호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이나 편안함을 희생하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고귀한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이 엇갈린 전쟁터를 방불케 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큰 울림을 남긴 고인의 영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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