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인된 표준분석법 없어”
유통 포장육, 미세플라스틱 검출

국내 연구진 최초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유독성 유발하는 분자 규명해

미세플라스틱, 작을수록 인체에
쌓이고 독성 강해져 심장 기형

“기업, 친환경 활동 경영 필수”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새우깡과 꽃게랑 과자에 국민 1일 섭취량(16.3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70배가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 1일 섭취량보다 엄청나게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과자에서 검출된 만큼 새우과자가 위험한 것인지, 먹어도 괜찮은 것인지 국가 차원에서 전반적인 조사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파괴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며 해양 오염은 물론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던 미세플라스틱이 최근 인체 내에 독성을 유발한다는 발표가 잇따랐다. 이에 미세플라스틱을 전반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이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거쳐 법제화까지 이뤄질지 주목된다.

 
새우깡. (제공: 농심)
새우깡. (제공: 농심)

◆새우·꽃게 외에도 ‘포장 재질서’ 미세플라스틱 나왔을 가능성↑

18일 헬스조선에 따르면 한국분석과학연구소(소장 정재학)가 진행한 조사에서 농심 새우깡과 빙그레 꽃게랑에서 국민 1일 섭취량의 70배가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다만 이것이 원재료인 새우와 꽃게에서만 나온 것인지, 포장 재질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분석과학연구소는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가 용역을 의뢰한 화장품 중 미세플라스틱 분석법 과제를 수행했다. 이 연구소는 미세플라스틱 실험을 가장 많이  시행한 곳 중 하나로 각종 식품, 화장품, 치약 등의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을 분석하는 전문 연구소다. 미세플라스틱과 관련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과제를 다수 수행했으며, 언론사들과 공동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헬스조선에 따르면 이 실험은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에 관한 국내외 뉴스로 인해 “새우깡이나 꽃게랑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는지 분석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실험을 의뢰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필요해서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환경에 유입된 플라스틱 폐기물이 풍화작용을 거쳐 만들어진다. 미세플라스틱은 5㎜ 미만이라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바다로 흘러 들어가 이를 먹이로 오인해 새우나 물고기 등이 먹는다. 이런 먹이 사슬을 거친 미세플라스틱의 마지막 종착지는 결국 사람의 몸속이다. 몸속으로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면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헬스조선은 실험 결과가 다소 충격적이라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차원에서 기사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지난 2021년 국민 1인이 하루 16.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새우깡 한 봉(90g)에 1100개, 꽃게랑(70g) 제품엔 1470개가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새우깡과 꽃게랑 한 봉지를 먹으면 식약처가 발표한 흡입량의 70배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꼴이 된다.

더 문제는 갑각류에 미세플라스틱이 많아서 새우깡과 꽃게랑을 분석한 것인데, 10종의 미세플라스틱 중 2종만 대량 검출된 것이다. 헬스조선은 교수들에게 자문한 결과 원재료인 새우나 꽃게 외에도 포장 재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만일 이 설명이 맞는다면 우리가 먹는 모든 과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결과다.

새우깡과 꽃게랑에서 검출된 물질은 미세플라스틱 가운데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은 주로 해양 쓰레기나 제품 포장지 등에서 발견된다.

해당 제품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이 원료인 새우와 꽃게만에서 나온 것인지 포장 재질 등 제조과정에서 혼입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꽃게랑. (제공: 빙그레)
꽃게랑. (제공: 빙그레)

◆‘미세플라스틱 저감·관리를 위한 특별법’ 시급

이에 대해 정재학 소장은 “우리가 접하고 있는 모든 프라스틱 제품은 뚜껑을 열거나 봉지를 뜯는 순간, 또 종이컵, 컵라면, 티백 등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게 돼 있다”며 “이런 것은 논문 발표로 데이터가 다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기 핏물을 제거하는 ‘흡수패드’도 SAP”라며 “이것은 여성 생리대라든지 아기 기저귀에 사용되는 물질인데 SAP 입자가 작아 가공 도중 밖으로 붙어서 패드 표면에 묻어있다가 우리가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섭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는 FDA와 달리 식품용으로 쓰이는 SAP 물질에 대한 기준치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식약처는 수분 패드를 감싸는 부직포 성분이 음식물로 옮겨지는지만 검사할 뿐 수분 패드 내부의 SAP 물질이 묻어나는지는 여부는 검사 항목에서 빠져있다.

현재 국내에는 미세플라스틱 검출에 대한 표준화된 분석법이 없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위험한지 분명하지 않다. 어느 수준 이하로 검출돼야 하는지 기준도 없다. 또 몇 개까지 먹어야 안전한 지에 관한 규정도 없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기업 측에서도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규정이나 기준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당사는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자체 검사기준 설정, 포장 재질 및 원재료 분석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심 측은 새우깡 미세플라스틱 검출에 대해 “국제 공인 표준분석법이 전 세계 어디도 없다”며 이번 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심은 “헬스조선이 한국분석과학연구소에 의뢰해 나온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분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농심도 나름대로 분석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재학 소장은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라며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전 세계적 환경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정부는 총체적으로 관리·저감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해 사회적 논의를 확산시키기 위한 법안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의 대표 발의로 지난 6월 5일 발의돼 상임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제·관리기준과 방법을 마련하고 필요한 연구·조사, 기술 개발을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이수진 의원은 “태아와 태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돼 아이들의 신체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라며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 예견되는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사전예방주의 원칙에 따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도 과자에 미세플라스틱이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만큼 포장 재질이나 용기 등 다양한 식품의 미세플라스틱 함량과 위해성 여부, 독성 연구 등을 통해 폭넓게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심장질환, 심장병, 심혈관질환 ⓒ천지일보DB
심장질환, 심장병, 심혈관질환 ⓒ천지일보DB

◆장과 폐·면역 세포 작용해 ‘스트레스 유발’… “독성 입증한 연구 결과”

허용 대구가톨릭대학교 보건안전학과 교수 연구팀은 코팅제인 폴리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의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내에 독성을 유발하고 면역기능을 저하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일명 테프론으로 알려진 폴리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은 일상생활과 산업현장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코팅제다. 연구팀은 해당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의 장과 폐, 면역 세포에 작용해 산화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면역기능을 저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미세플라스틱이 독성을 유발하는 과정을 세포 안 유전자 차원의 경로까지 규명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독성을 유발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밝힌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 논문은 최근 환경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897호에 게재됐다. 허 교수는 “일상생활 중에 흔히 사용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독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외도 지난 5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에 따르면 정진영 환경질환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 축척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독성이 강화돼 심장 기형 등을 일으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0.2·1.0·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 미세플라스틱과 발암 물질의 하나인 벤조안트라센(BaA)을 제브라피시에 노출했고,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작을수록 심장 기형 유발 등 BaA의 독성 영향이 커지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에 흡착된 BaA가 심장 독성을 유발하는 유전자(CYP1A) 발현을 증가시켜 혈관 생성을 저해하고 심장 기형을 일으킨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진영 박사는 “미세플라스틱과 유기 오염물질의 흡착에 따른 체내 축척, 복합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활동은 기업 경영의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와 한마음이 돼 확산해 나간다면 효과가 빠를 것”이라며 “정부는 표준분석법부터 포장 재질이나 용기 생산과 폐기까지 전 단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방향성을 정확히 제시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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