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부 루마니아 사무소 앞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유통 금지를 촉구하는 농민 시위대. (출처: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부 루마니아 사무소 앞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유통 금지를 촉구하는 농민 시위대. (출처: 연합뉴스)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을 놓고 이해관계가 비슷한 동유럽 5개국을 대표해 튀르키예와 흑해 곡물협정 문제를 논의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슈트반 나기 헝가리 농업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오늘 튀르키예로 떠나 농업부 장관 간 회담에 나설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산 곡물로 비슷한 영향을 받는 유럽 국가들을 대표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헝가리는 불가리아와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과 함께 일부 우크라이나산 곡물 제품의 자국 내 판매를 금지한 나라다.

이들 국가는 값싼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유입되면서 자국 농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흑해 항구가 봉쇄되자 수출물량의 상당 부분을 접경국인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을 경유하는 유통망으로 돌렸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값싼 곡물이 자국에 들어온 데다 물류 시설에 커다란 부담을 주면서 자국산 농산물 유통에 지장이 크다는 게 동유럽 5개국의 주장이다.

유럽연합(EU)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지난 5월부터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 포도씨와 해바라기씨 등 일부 제품에 대한 5개국의 수입금지 조치를 인정했다. EU는 이를 임시방편이라고 밝혔지만, 수입금지 조치를 오는 9월15일까지 연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흑해 곡물협정은 5개국의 업계 사정과 맞물린 변수다.

작년 7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바닷길로 수출할 길이 다시 열린 것이다.

협정은 3차례 연장됐지만 오는 17일 만기를 앞두고 있으며, 협정 체결 당시 약속된 러시아산 곡물 및 비료 수출 허용 문제가 쟁점으로 남아 재연장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흑해 곡물협정의 만기가 재연장되지 못하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육로 수출 물량이 반등할 가능성이 큰 만큼 동유럽 5개국으로선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5개국을 대표해 회담에 나서는 헝가리는 흑해 곡물협정 중재국인 튀르키예와 곡물 유통 문제를 현안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슈트반 나기 장관은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으로 인해 시장에 발생한 어려움을 풀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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