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스웨덴은 ‘反튀르키예’ 단체에 대응 강화 약속
스웨덴, 튀르키예 요구 ‘EU 가입절차 재개’ 돕기로
바이든 “협력할 준비 됐다”… 독일도 환영 뜻 밝혀

튀르키예가 10일(현지시간) 정치와 군사동맹체인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중립국이던 스웨덴을 나토 가입에 전격 합의했다. 사진은 이날 합의를 끝내고 손을 맞잡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출처: 나토 사무총장 트위터, 연합뉴스)
튀르키예가 10일(현지시간) 정치와 군사동맹체인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중립국이던 스웨덴을 나토 가입에 전격 합의했다. 사진은 이날 합의를 끝내고 손을 맞잡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출처: 나토 사무총장 트위터,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중립국이던 스웨덴이 군사 비동맹 정책을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32번째 회원국이 된다. 튀르키예가 정치와 군사동맹체인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스웨덴 가입에 전격 합의했다.

10일(현지시간) BBC,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을 ‘가능한 한 빨리’ 의회에 전달하는 데 동의했다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회담 중재 후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시키는 데 합의했다”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기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시기 관련 질의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진 않겠지만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

미국과 독일은 이같은 소식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튀르키예와 함께 유럽-대서양 지역의 방위와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할 준비가 됐다”며 “스웨덴이 우리의 32번째 나토 회원국이 된 것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튀르키예의 스웨덴 나토 가입 비준을 위한 길이 마침내 열렸다”며 “우리 모두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환영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안보환경이 급변하자 수십년 동안 유지한 군사 비동맹 정책을 포기하고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튀르키예가 핀란드의 가입을 비준하며 핀란드는 지난달 4일로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됐지만, 스웨덴은 아직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였다. 정식으로 나토 회원국이 되려면 모든 회원국이 각자 의회에서 신청국의 가입 비준안을 가결해야 한다. 이에 스웨덴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그 동맹국의 지원을 받아 튀르키예와 헝가리로 하여금 반대 입장을 철회하도록 노력했다.

이에 지난 7일 헝가리 측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을 더는 제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자국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의 활동을 눈감아주고 있다며 나토 가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게다가 이날 오후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돌연 자국의 ‘유럽연합(EU) 가입절차 재개’ 협조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면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또다시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튀르키예는 과거 1987년 EU 가입을 처음 신청했지만, EU가 에르도안 대통령 치하의 권위주의 체제를 이유로 가입절차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이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에르도안 대통령 간 회동에서 튀르키예의 EU 가입절차 재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전격 합의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관련 질문에 “스웨덴이 EU 회원국으로서 튀르키예의 가입절차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EU-튀르키예 관세동맹 개편과 ‘비자 자유화(사실상 비자면제 지칭)’ 등을 돕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와 스웨덴은 테러 대응을 위한 장관급 연례 협의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양자 안보 협정도 체결하기로 했다. 튀르키예가 요구해온 스웨덴 내 반(反)튀르키예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에 대한 대응 강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에도 “스웨덴은 쿠르드민병대(YPG), 쿠르드민주연합당(PYD) 및 튀르키예에서 페토(FETO,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로 여기는 단체에 지원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나토는 여기에 더해 스웨덴의 가입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대테러 특별조정관’ 직책을 신설해 양국 간 협력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는 대부분 튀르키예가 그동안 요구하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른바 ‘실익 외교’ 전략이 이번에도 통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계획대로 이번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을 32번째 회원국으로 맞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속 진행’ 입장을 밝히면서 나토로서는 일단 큰 장애물을 넘겼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EU 가입절차 재개’ 요구에 대해 스웨덴의 나토·EU 가입 현안은 완전히 별개 사안이라며 EU가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이런 EU의 비판을 의식한 듯 “EU 확장 문제는 EU가 결정할 일이며, 우리는 나토 확장에만 집중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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