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보좌관 영장서 특정
“20명에게 봉투 1개씩 나눠줘”
수수 의원들 조만간 불러 조사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일에 이어 두 번째 자진 출두를 시도했지만, 검찰의 거부로 또 헛걸음했다. ⓒ천지일보 2023.06.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일에 이어 두 번째 자진 출두를 시도했지만, 검찰의 거부로 또 헛걸음했다. ⓒ천지일보 2023.06.07.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돈을 받은 현역 의원 총 20명을 특정했다.

송영길 전 대표 전직 보좌관 박용수(53)씨를 구속한 데다 돈을 받은 현역 의원의 숫자까지 명시하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사건의 정점으로 꼽히는 송 전 대표의 대면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2021년 4월 28일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한 이성만 의원 등 10명에게 각각 봉투 1개씩을 교부했고, 다음날 오후 의원회관을 돌아다니며 자당 소속 의원 10명에게 각각 봉투 1개씩을 교부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윤 의원 구속영장이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공소장 등에서는 ‘봉투 20개’ 등으로 표현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수수 의원 숫자를 ‘약 20명’으로 언급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오늘 표결할 범죄사실의 핵심은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국회의원 20여명에게 돈봉투를 돌린 것”이라며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여기 있고 표결에도 참여한다. 그 20명의 표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간 강씨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주요 관계자 조사와 국회사무처 압수수색,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수수자로 의심되는 의원들의 동선을 교차 검증했다. 전날에도 국회사무처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통해 현역 의원들과 보좌진의 동선을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해 의원실 29곳의 국회 출입기록을 확보했다. 당시 검찰은 의원과 보좌진 등 10여명에 대한 자료 임의제출(영장 발부 없이 자료의 소유·보관·소지자의 뜻대로 제출하는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무처 측이 “불명확한 목적으로 과도한 인원에 대한 개인정보 요청에 응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거부하자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집행했다.

검찰은 구속한 박씨에 대한 조사까지 거쳐 사실관계를 다진 뒤 돈봉투를 받았다고 지목한 의원들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박씨가 ‘국회의원 모임’에 송 전 대표 보좌관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내용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전 보조관 박용수씨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전 보조관 박용수씨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검찰은 박씨가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콜센터’를 운영한 정황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박씨의 제안을 받은 이 전 부총장이 캠프 내 인사에게 콜센터 운영을 부탁했고, 직원을 모집해 약 1주일간 1만 8000여건의 통화를 돌려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콜센터 운영이 끝날 무렵 이씨를 통해 이들에게 약 7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씨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며 “송영길이 경쟁 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당대표에 당선된 점에 비춰 볼 때 접전 상황에서 투표 기간 집중적으로 금품을 살포해 선거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수자 특정은 면밀하게 진행 중”이라며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자 소환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씨 측은 “돈봉투와 관련해 (자금원으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씨에게서 5000만원을 받은 적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아울러 구속영장에 송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도 않았다며 관련성도 부인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5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시 홍영표 민주당 당 대표 후보를 상대로 접전을 벌여 0.59%p 차이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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