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시민들이 폭우로 물에 잠긴 거리를 건너가고 있다. 현지 매체 NDTV는 이번 폭우로 지금까지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9일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시민들이 폭우로 물에 잠긴 거리를 건너가고 있다. 현지 매체 NDTV는 이번 폭우로 지금까지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9일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한쪽에서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그 반대쪽에선 폭우가 쏟아져 홍수·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지구가 기후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들어 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도 연일 갈아치우는 중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국립환경예측센터(NCEP)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3일 관측 이래 처음으로 17도 넘어선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지구는 산업화 이후 끊임없이 달궈졌지만 여태껏 평균기온이 17도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날은 2016년 8월 13~14일로 16.9도였다.

이러한 지구 온도의 급격한 변화는 당장 인간의 삶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라리오하주 린콘델소토 마을에 폭우가 내린 뒤 주민들이 침수된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라리오하주 린콘델소토 마을에 폭우가 내린 뒤 주민들이 침수된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기후과학 단체인 미 ‘기후 센트럴(Climate Central)’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올해 증가한 온도로 인해 3월 이후 최소한 112명의 사망자가, 인도에서도 폭염으로 비하르주 전체에서 최소 44명의 사망자가 속출했다.

인도의 반대편 미국에서도 텍사스주(州)에 폭염이 기승을 부려 지난달 폭염 기간 동안 1주일 만에 최소한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폭우와 홍수로 주민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는 북부 사라고사에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겼다. 도로 위로 흙탕물이 넘쳐흐르면서 운전자들이 차량 지붕 위로 급히 몸을 피하는 등 갑작스러운 재앙에 주민 피해가 잇따랐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남서부 소치 인근 코스친스키에 폭우로 인해 거리에 떠밀려 온 차량들이 버려져 있다. 지역 당국은 이번 홍수로 차량 10여대가 떠내려가고 주택 2채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타스/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러시아 남서부 소치 인근 코스친스키에 폭우로 인해 거리에 떠밀려 온 차량들이 버려져 있다. 지역 당국은 이번 홍수로 차량 10여대가 떠내려가고 주택 2채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타스/연합뉴스)

이 같은 모습은 러시아 남서부 소치와 코스친스키 일대에서도 벌어졌다. 당국은 이날 밤사이 내린 폭우로 차량 수십대가 떠내려가고 주택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자연의 역습’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재앙은 이제 시작이라는 암울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기후 위기로 인해 온도 기록이 깨지고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방송 WFLA의 수석 기상학자 제프 바라델리는 이제 막 시작한 엘니뇨가 더 강해지면 지구의 온도 역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그랜섬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프레데리케 오토 선임 연구원도 “이것은 우리가 축하할 이정표가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에 내려진 사실상 사형 선고”라며 “불행히도 엘니뇨 현상 때문에 지구 온도는 더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6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아쿠아틱 센터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타는 듯한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뉴시스)
6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아쿠아틱 센터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타는 듯한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뉴시스)

엘니뇨는 적도 근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5개월 동안 장기 평균 대비 0.5도 이상 높게 유지될 때 선언된다. 보통 2~7년마다 발생하는데 한번 발생하면 9~12개월가량 지속된다. 2016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된 것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와 매우 강했던 엘니뇨 영향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엘니뇨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상고온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남극 대륙의 해빙 규모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 지구관측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일 남극 해빙(바다 빙하)의 범위는 179만㎢를 기록했다. 남극 해빙이 녹아내리는 속도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지구 해수면 온도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해수면 평균 온도는 지난달 14일에 20.87도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같은 날의 20.64도보다 높은 수준이다.

3일(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뉴시스)
3일(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뉴시스)

이처럼 산업화 이후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여파가 다시 인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 한국이 겪었던 침수사태와 같이 이상 기후에 따른 각국의 인명·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시점이다.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전선에서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머리에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뉴시스)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전선에서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머리에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뉴시스)
중국 인민무장경찰부대 대원이 지난 4일 홍수가 덮친 충칭시 주민을 대피시키고 있다. 최근 중국 북방을 중심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곳곳에서는 폭우로 인한 물난리가 잇따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인민무장경찰부대 대원이 지난 4일 홍수가 덮친 충칭시 주민을 대피시키고 있다. 최근 중국 북방을 중심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곳곳에서는 폭우로 인한 물난리가 잇따르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일본 도쿄에서 한 주민이 쿨링미스트 시스템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는 등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일본 도쿄에서 한 주민이 쿨링미스트 시스템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는 등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무더위로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한 어린이가 욕조 물 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무더위로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한 어린이가 욕조 물 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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