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용군단(Russian Volunteer Corps) 병사들이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 러시아와의 국경 부근에서 기자회견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 지역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70여명을 사살했으며 이번 공격의 배후로 ‘자유 러시아군단’과 ‘러시아의용군단’ 등 2개 민병대를 지목했다. (AP/뉴시스)
러시아의용군단(Russian Volunteer Corps) 병사들이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 러시아와의 국경 부근에서 기자회견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 지역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70여명을 사살했으며 이번 공격의 배후로 ‘자유 러시아군단’과 ‘러시아의용군단’ 등 2개 민병대를 지목했다. (AP/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2주 전 희대의 용병 반란 사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 민병대까지 러 본토 공격을 예고하고 나섰다.

자유 러시아군단(FRL) 지휘관이자 대변인 역인 막시밀리안 안드로니코프는 8일(현지시간) “다음 달쯤 또 다른 기습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세 번째 작전에 이어 네 번째, 다섯 번째 기습도 잇따를 것이다. 모든 영토를 해방하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지가 이날 전했다.

이들은 지난 5월과 6월 러시아 본토인 서부 벨고로드 지역을 급습해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러시아 당국은 이 공격으로 지역 주민들이 피신했으며 주택과 행정 건물이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이 공격에는 자유 러시아군단과 러시아 의용군(Russian Volunteer Corps)이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당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의 주장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이들이 우크라이나에서 국경을 넘어 침입한 무장 단체 소행이라고 주장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국과 관련 없는 일이라며 러시아 측 주장을 일축했다.

또 민병대를 이끄는 안드로니코프 자유 러시아군단 지휘관은 용병 반란 사태가 터지자 푸틴 대통령의 힘이 약해졌다면서 현 정권이 내년 말을 넘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본토 벨고로드 상공의 헬리콥터. (출처: 연합뉴스)
러시아 본토 벨고로드 상공의 헬리콥터. (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대피하는 벨고로드 주민들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31일 대피하는 벨고로드 주민들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그가 말한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전에서만 최대 5만명이라는 대규모 용병들을 투입한 용병 기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일부 성과를 내면서 권력 실세로 떠올랐다.

그러다가 약 2주 전 프리고진 대표는 돌연 수만명 규모의 용병들을 내세워 그동안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를 향해 총구를 돌리며 희대의 반란 사태를 일으켰다. 당시 무서운 속도로 북진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조차 뚫지 못했던 러시아 ‘심장’ 모스크바까지 단 하루 만에 뚫릴 뻔했지만,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는 극적 타협이 이뤄지면서 결국 ‘하루 천하’로 일단락됐다.

이후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 대표는 오히려 러시아가 전술핵까지 배치시킨 혈맹국 벨라루스로 전방 이동했다. 반역자를 용서하지 않는 푸틴 대통령의 성향상 프리고진 대표를 암살할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현재 러시아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증언 등 프리고진의 운명을 놓고 상반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 당국 관계자들이 지난 1일 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바그너 그룹 건물에 붙어 있던 용병 로고를 일일이 제거하고 있는 영상이 공개됐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프리고진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증거물품이라며 금괴와 돈뭉치, 신분 위장용 가발, 여권 등을 공개했다. 이에 절대권력에 반기를 든 프리고진 대표와 바그너 그룹에 대한 응징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최근 SNS에 공개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 대표의 다양한 변장 모습. (트위터)
최근 SNS에 공개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 대표의 다양한 변장 모습. (트위터)

그러나 최근 이러한 움직임과는 다른 증언과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프리고진 대표가 벨라루스가 아닌 러시아에 있다고 밝히면서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 대표는 지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면서 “오늘은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모스크바나 다른 곳으로 떠났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응징설과 달리 프리고진 대표에 대해 “그는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2주나 지났는데도 프리고진 대표가 별다른 제재 없이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오가는 등 여전히 건재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와 재정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얽히고설켜 있기에 쉽사리 숙청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전에도 일부 참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지난 2015년 시리아에서 알 아사드 정권을 도와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했고,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모잠비크·시리아·리비아 내전에도 참여하는 등 영향력을 지속 넓혀왔다.

리비아를 포함해 말리·중앙아프리카공화국 일대에선 다이아몬드·금 광산 사업까지 손을 뻗고 있다. 석유·가스·광산 산업 계약 등 이권을 노리며 이제 막 성장 가도를 밟고 있는 여러 개발국에서 체제와 정권 유지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이 세계 곳곳에 구축한 용병 사업을 흡수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바흐무트=AP/뉴시스] 프리고진 홍보부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 러시아 민간 용병단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 부대원들과 모여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흐무트=AP/뉴시스] 프리고진 홍보부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 러시아 민간 용병단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 부대원들과 모여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스코바=AP/뉴시스] 지난 2011년 11월 11일(현지시각) 모스크바 외곽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 중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음식을 건네고 있는 모습.
[모스코바=AP/뉴시스] 지난 2011년 11월 11일(현지시각) 모스크바 외곽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 중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음식을 건네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