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난 4일 민간 기업들과의 협의체인 ‘민관 합동 SMR 얼라이언스’를 구성했다. 안전성 우려, 위치 선정의 어려움, 긴 공사 기간 등 기존 원자력발전이 가졌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SMR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손을 잡고 발전시켜나간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얼라이언스에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수출입은행 등 공공기관 11곳과 SK㈜, GS에너지,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 31개 기업이 참여한다고 한다. 정부·공공기관·민간기업 등 42개 기관이 참여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SMR은 쉽게 말해 설비용량 300MW(메가와트) 이하의 ‘소형 원전’을 말한다. 기존 대형원전보다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이면서 원자로, 가압기, 증기 발생기 등 모든 기기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용기에 넣은 모듈형인 것이 특징이다.

SMR은 복잡한 안전장치 없이도 자연적 공기 순환·대류를 통한 피동형 냉각이 가능해 안전성이 높다. 달리 말하면 냉각수 때문에 바다 근처에 위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해 발전소 부지로 운송·설치하는 간소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원전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부지 규모도 작다.

또한 SMR은 탄소 배출이 없는 전원으로써 전 세계 주요국에서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고 있다.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SMR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2035년 세계 SMR 시장규모는 6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약 300기의 SMR이 전 세계에 설치될 것이란 예측에서 나온 계산이다. SMR이 전원으로써 상용화될 시점은 2030년 전후로 예상된다. 이때까지 우리나라도 충분한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

현재 SMR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SMR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원전업체인 뉴스케일파워 등 자국 SMR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향후 7년간 SMR 분야에 32억 달러(약 4조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특허전략개발원에 따르면 미국 원전업체 뉴스케일파워는 지난 2001년부터 20년간 SMR 특허 출원 1위 기록(57건)을 보유한 SMR 분야 최고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업을 등에 업은 미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은 물론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나가야 한다.

이번에 출범한 SMR 얼라이언스는 SMR 분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의 역량 함양을 목표로, SMR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사업개발 워킹그룹과 제도정비 워킹그룹 등 분야별 워킹그룹도 운영할 계획이다.

SMR 얼라이언스 통해 계획된 대로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사이에 SMR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모델을 마련하고 제도개선 등이 이뤄지면 ‘SMR 협회’ 출범도 2024년까지 문제없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MR 얼라이언스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면 우리나라가 SMR 분야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조선·철강에 이어 반도체 등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을 뽐낸 자랑스러운 경험을 갖고 있다. SMR 분야에서도 이러한 저력 있는 모습들이 발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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