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억수장마 다양한 이름 존재

오랜 기간 동안 내리는 비 ‘오란비’

장마 지속될 때 숭례문 개방하기도

여름철, 보통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 사이에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장마'라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6.29.
여름철, 보통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 사이에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장마'라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6.29.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상하다. 장마라는데 며칠 해가 쨍쨍하다. 이에 네티즌들은 “장마라는데?”라며 해가 쨍쨍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등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장마를 바로 ‘마른장마’라고 한다. 장마는 보통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 사이에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가리킨다. 흔히 ‘장마’라고 하면 한자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장마는 한자어가 아닌 순우리말이다. 한자어로는 ‘임우(霖雨)’라고 한다.

◆ 장마의 유래

‘임우(霖雨)’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말로 ‘길게 내리는 비’라는 의미가 있다.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 중국에서는 메이유(梅雨)라고 발음하지만 한자의 뜻은 같다. 즉 일본과 중국에서 장마를 뜻할 때 매화 ‘매(梅)’자를 쓰는데 이는 장마가 매화 열매가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이기 때문이다.

장마의 옛말은 ‘오란비’다. ‘오래’라는 뜻의 고유어 ‘오란’과 ‘비’를 더한 말로 비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오란비’의 오래 내린다는 의미가 ‘장마’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장마’의 옛말인 ‘댱마ㅎ’는 16세기, 구개음화가 된 ‘쟝마’는 18세기, ‘장마’는 19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 현재에 이른다. 물론 ‘길다’는 뜻의 한자 ‘장(長)’에 물의 고유어인 ‘맣(=비)’의 합성어가 오늘에 이르긴 했지만 ‘장마’가 한자어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보통 장마는 해마다 비슷한 때 오지만 그렇지 않고 여느 때보다 늦게 오는 장마를 ‘늦마’라고 하며, 빨래를 말릴 만큼 해가 나는 겨를을 의미하는 ‘빨래말미’라는 말도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6.29.
보통 장마는 해마다 비슷한 때 오지만 그렇지 않고 여느 때보다 늦게 오는 장마를 ‘늦마’라고 하며, 빨래를 말릴 만큼 해가 나는 겨를을 의미하는 ‘빨래말미’라는 말도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6.29.

◆ 장마 종류

평년보다 비가 적게 오거나 갠 날이 계속될 경우 ‘마른장마’라고 부른다. 강수량은 적고 국지적으로 쏟아 붓는 것이 특징이다. 반대로 여러 날 동안 줄기차게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을 ‘억수장마’라고 부른다. 약 한 달에 걸쳐 고르게 비가 내리는 정통적인 형태의 장마는 ‘전통장마’다. 이름과는 다르게 좋은 장마도 있다. 바로 ‘개똥장마’다. 개똥장마는 거름이 되는 개똥처럼 좋은 장마라는 뜻으로 오뉴월 장마를 이르는 말이다.

‘건들장마’는 초가을에 비가 오다가 금방 개고 또 비가 오다가 다시 개는 장마를 이른다. ‘고치장마’는 초여름에 치는 누에가 오를 무렵에 오는 장맛비를 말한다.

보통 장마는 해마다 비슷한 때 오지만 그렇지 않고 여느 때보다 늦게 오는 장마를 ‘늦마’라고 하며, 빨래를 말릴 만큼 해가 나는 겨를을 의미하는 ‘빨래말미’라는 말도 있다. 또한 낮에는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밤만 되면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형태는 띠는 장마를 ‘야행성 장마’라고 한다.

가을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지고 대륙의 찬 고기압 세력이 강해지면서 전선이 남하하게 돼 여름 장마와 비슷한 궂은 날씨를 만드는 것은 ‘가을장마’라고 한다. 이때는 태풍이 자주 찾아오는 시기이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선시대 왕들은 또한 장마로 인한 피해를 왕인 자신의 덕이 부족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해 음식의 가짓수를 줄여 백성의 괴로움을 함께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6.29.
조선시대 왕들은 또한 장마로 인한 피해를 왕인 자신의 덕이 부족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해 음식의 가짓수를 줄여 백성의 괴로움을 함께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6.29.

◆ 장마에 얽힌 이야기

예부터 ‘오뉴월 장마’라는 말이 있다. 음력 5월, 양력으로 보통 6, 7월이 되면 흐린 날씨가 많아지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아져 장마가 가까워지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장기간 내리는 비로 많은 피해를 봤던 조선시대에는 처녀, 총각이 제때 혼인하지 못한 것을 그 원인으로 생각했다. ‘조선왕조실록’의 성종 9년 기록을 보면 장마가 몇 달 동안 지속되는 이유를 처녀의 집이 가난해 제때 출가하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혼인하지 못한 억울함이 한이 돼 장마가 지속된다고 생각해 국가에서 직접 나서 혼수품 등을 마련해주며 처녀, 총각의 결혼을 적극 장려하기도 했다.

장마가 지속되면 음양오행설에 따라 비가 가진 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양의 기운이 들어올 수 있도록 숭례문을 활짝 열기도 했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명종 12(1557)년 7월 17일 무진 2번째 기사에는 예조가 “한재 끝에 장마가 계속되니 숙정문을 닫고 숭례문을 열 것”을 청하는 내용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는 가을이 돼야 숭례문을 열고 장터를 설치하는 것이 관례였던 것을 볼 때에 예외적인 일이다.

조선시대 왕들은 또한 장마로 인한 피해를 왕인 자신의 덕이 부족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해 음식의 가짓수를 줄여 백성의 괴로움을 함께했다. ‘조선왕조실록’ 순조 21년의 기록에는 돌림병과 장마가 지속되자 순조가 5일 동안 수라의 반찬 수를 줄이라고 한 기록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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