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닷새 만에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진 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정아영양. (출처: 뉴시스)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진 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정아영양.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생후 닷새 만에 산부인과 신생아실 바닥에 떨어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아영이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아영이는 하늘로 떠나면서 4명에게 장기기증으로 새 삶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정아영양은 29일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을 또래 아이 4명에게 내어준 뒤 세상을 떠났다.

아영이는 지난 2019년 10월 태어난 지 닷새 만에 30대 간호사 A씨에게 학대를 당했다. A씨는 아영이의 다리를 한 손으로 잡고 거꾸로 들어 올리거나 바구니에 던지는 등의 방식으로 학대했다. 또 A씨는 아영이를 바닥에 떨어뜨려 두개골에 골절상을 입혔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신생아 14명을 20여차례에 걸쳐 학대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를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신생아들을 학대할 당시 임신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임신한 상태에서 3일 연속 밤 근무를 해 스트레스가 컸다”며 “(아영이의) 태생적인 문제이거나 다른 간호조무사 때문에 생긴 문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해 7월 22일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과 A씨 모두 항소했지만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1월 항소를 기각했다.

아영이는 사고 이후 3년여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해오다 지난 23일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아영이는 심폐소생술과 약물치료로 심장 기능을 일부 회복했지만 지난 28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아영이의 아버지는 “심장을 포함해 장기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수술을 진행해 아영이를 떠나보내기로 했다”며 “장기 이식으로 아영이가 다른 곳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삶의 의미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영이의 빈소는 양산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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