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폴란드 등 동유럽 회원국들 직접적인 우려
나토 사무총장 “모든 동맹국 보호… 병력 추가할 것"

핵무기 배치를 속속 완료한 벨라루스에 바그너 용병들이 새롭게 기지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내달에 열릴 나토 정상회담에서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회원국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논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은 반란 중단하고 돌아가는 바그너 그룹 용병들 (출처: 로이터 통신, 연합뉴스)
핵무기 배치를 속속 완료한 벨라루스에 바그너 용병들이 새롭게 기지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내달에 열릴 나토 정상회담에서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회원국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논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은 반란 중단하고 돌아가는 바그너 그룹 용병들 (출처: 로이터 통신,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 곳곳에 구축한 바그너 그룹의 해외세력을 흡수하고 있는 가운데 핵무기 배치를 완료한 벨라루스에 바그너 용병들이 새롭게 기지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주변국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소속 동유럽 회원국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이 세계 곳곳에 구축한 용병 사업 네트워크를 흡수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앞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27일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도착했다면서,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의 버려진 군사 기지를 근거지로 사용할 수 있다. 바그너 그룹이 전투 경험을 공유해준다면 벨라루스에도 값진 일이 될 것”이라고 바그너 그룹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최전선에서 모든 것을 경험했다. 전술, 무기, 공격과 방어 등에 대해서도 알려줄 것이다. 그들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토국 폴란드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나토에 안보 강화를 요청했다. 외신은 바그너 그룹 수장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핵무기가 배치된 벨라루스로 간 것은 벨루루스 뿐 아니라 주변국에도 나쁜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잔인하기로 유명한 프리고진이 전투 경험이 풍부한 수천명의 병력을 벨라루스에서 지휘하면서 세력을 구축하면 새로운 위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해외로 망명한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노브스카야는 “벨라루스 국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프리고진이 범죄자들을 데려와 폭력을 일상화할 것이다. 벨라루스의 안정을 해치고 국경도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독일마샬기금(GMF)의 바르샤바 지부 책임자 미찰 바라노프스키는 “프리고진이 은퇴하고 용병들 전원이 러시아군에 통합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벨라루스에서 재편성해 루카센코 대통령을 자문하고 벨라루스 군대를 강하게 만들어선 안 될 일이지만 기지를 차리면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 우크라이나에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의 기지 역할을 했던 벨라루스에 프리고진 병력이 자리잡으면 언제라도 공격해올 수 있는 것이다.

◆獨, 리투아니아에 병력 준비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나토 7개국 정상들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모여 벨라루스의 프리고진 병력 재배치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만약 벨라루스에 연쇄 살인범들인 바그너 그룹을 주둔시킨다면, 모든 이웃 국가들은 훨씬 더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굉장히 심각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내달 나토 정상회의에선 관련 의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알바니아, 노르웨이, 벨기에 등 7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내달 11일~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서 모든 회원국, 특히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회원국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논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이번 무장반란 사태가 푸틴 대통령의 불법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분란이 심화됐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러시아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에 계속해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동맹의 동쪽 지역에 주둔군을 늘렸으며 다가오는 정상회의에서 더 높은 대비 태세와 능력으로 집단 방위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토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뒤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에 다국적 나토군을 배치했다. 독일은 지난 26일 리투아니아에 4000명 병력을 영구 주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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