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트로트 발자취 더듬고
시대별 음악 들으며 향수 느껴

추억의 골목길서 깜짝 체험
트로트 부르고 영상 선물 받아

가수 하춘화 인생·선한 영향
LP 등 기증품 2천여점 전시

[천지일보 영암=이미애 기자] 전남 영암에 있는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 사람들이 방문해 연도별 트로트 역사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이미애 기자] 전남 영암에 있는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 사람들이 방문해 연도별 트로트 역사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28.

[지역명소]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바야흐로 트로트가 대세다. 여러 방송 채널에서도 트로트를 보며 흥겹게 흥얼거릴 수 있고 전국에서 트로트 가수들의 콘서트도 이어지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시대일수록 음악은 늘 가까이에서 사람들을 위로해준다. 때론 같이 아파해주고, 함께 사랑해주며 노래 가사로 서로 공감한다.

월출산 ‘기(氣)의 고장’으로 유명한 전남 영암군의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지난 2019년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한국 트로트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며 흘러온 시간을 되새겨볼 수 있다. 시대별 트로트 음악을 감상하고 직접 노래를 불러보며 온몸으로 트로트 감성에도 젖어볼 수 있다.

[천지일보 영암=이미애 기자] 명예의 전당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이미애 기자] 명예의 전당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천지일보 2023.06.28.

◆한국 트로트 함께 해 온 100여년

한국 트로트 음악의 부흥을 위해 개관한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한국 트로트 역사관, 명예의 전당, 추억의 명소, 하춘화 기념관으로 이뤄져 있다.

1층 전시관에 들어서면 먼저 한국 트로트 역사관을 볼 수 있다. 흥겨운 트로트 음악이 귀를 간지럽히며 시대별 한국음악의 세계로 초대한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00여년에 걸쳐 연도별로 트로트의 변천사와 주요가수를 소개하고 그 시대 장비도 볼 수 있다. 연도별로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선택해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음색이 정말 맑고 깨끗해 마치 옆에서 가수가 직접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듯하다.

명예의 전당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트로트 가수들을 만날 수 있다. 1세대 트로트 가수부터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트로트 일대기를 소개하고 있다. 2층 외부에는 국내 트로트 가수들의 손바닥으로 찍은 프린팅 동판이 설치돼 있으니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트로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 시대별 음반을 선택하면 그 시대 트로트 음악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트로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 시대별 음반을 선택하면 그 시대 트로트 음악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천지일보 2023.06.28.

◆트로트의 역사 한눈에 볼 수 있어

1930년 일본인들이 대한민국을 강제 점검하던 시대.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하나의 출구를 찾고 있었고 그때 이곳저곳에서 트로트풍의 유행가가 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트로트는 고급 음악이었고 음악성도 뛰어났다. 노래의 의미에 힘을 줬고 서정성을 드러내며 심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이준성 관광해설사는 “1930년대에는 다양한 장르가 없어 유행가라는 용어 하나면 충분했다”며 “1930년대 당시 유행가라고 명명된 음악이 1950년대가 되면서 다른 장르와 구별할 수 있는 이름 ‘트로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대 주요 가수로 이난영(목포의 눈물), 남인수, 황금심(알뜰한 당신), 김정구(눈물 젖은 두만강), 장세정(연락선은 떠난다), 이화자(어머님 전상서), 고복수(타향살이), 백년설(나그네 설움, 번지 없는 주막) 등이 있다”고 말했다. 1930년대 포노그래프(원통 축음기) 모형도 전시돼 있다. 포노그래프는 1877년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최초의 축음기다.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전경.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전경. ⓒ천지일보 2023.06.28.

1940년대 이후 트로트는 다양한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기존의 방식과 새로 추가된 요소들이 공존하면서 그 지평을 넓혀갔다. 이 해설사는 “특히 장자와 부상이 두드러졌으며 정서 측면에서 낭만을 노래하기 시작했다”며 “이 시대 주요가수로는 이해연, 박재홍(울고 넘는 박달재), 백난아, 고운봉, 현인(신라의 달밤) 등이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 트로트는 대중음악의 뿌리이자 대표주자로서 의미를 다지기 시작했다. 트로트라는 용어가 음반에 표기되기 시작했고 이후 재래양식의 대중가요 전반에 아우르는 대명사로 쓰였다. 이 해설사는 “한국 전쟁을 겪었던 당시 트로트는 씻을 수 없는 애달픈 사연을 노래에 담았다”며 “반야월 작사가가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작사하면서 한국 전쟁 당시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 시대 주요가수로는 송민도, 김용만, 황정자(처녀 뱃사공), 손인호(나는 울었네), 심연옥, 백설희(봄날은 간다)가 있다.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1층 전시관에서는 시대별 트로트 역사를 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1층 전시관에서는 시대별 트로트 역사를 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23.06.28.

1960년대 LP시대가 접어들면서 록이나 번안 가요들도 등장했다. 여타 다른 장르가 등장함에도 트로트의 인기는 여전했다. 이 해설사는 “이 시대에는 주한 미군을 위문하는 ‘미8군 쇼’라는 연예 창구가 있어 우리 가요계에 중추적 역할을 한 연예인을 배출한 터전이 됐다”며 “주요가수로는 이미자(열아홉 순정), 남일해(빨간 구두 아가씨), 문주란(보고싶은 얼굴), 조미미(바다가 육지라면), 배호(안개 낀 장충단 공원), 최숙자(눈물의 연평도), 오기택(고향 무정), 박재란(산너머 남촌에는)이 있다”고 말했다.

1970~1980년대가 되면서 트로트는 4박자 형태로 신나는 리듬 속에서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는 취향으로 바뀌었다. 이 시대 주요가수로는 남진, 나훈아, 하춘화, 송대관, 현숙, 김상진, 현철, 주현미, 설운도, 태진아, 김연자, 문희옥 등이 있다.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명예의 전당.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명예의 전당. ⓒ천지일보 2023.06.28.

이후 1990년대 트로트는 김혜연(서울, 대전, 대구, 부산)과 같은 가수들이 젊은 층을 겨냥한 세미 트로트를 선보이며 그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조항조(남자라는 이유로), 최유나(드라마 애정의 조건 주제곡), 이자연(찰랑찰랑) 등의 가수도 이 시대 주요가수다.

2000년대 트로트는 오늘날에도 꿋꿋하게 살아 남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불리고 있다.

젊은 층에는 어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신선한 장르로, 중장년층에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노스텔지어(nostalgia)의 한 장르가 됐다. 이것이 바로 트로트의 힘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시대별 역사관을 본 후 명예의 전당을 지나면 추억의 명소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추억의 다방, 영화관, 노래방을 만날 수 있다. 소품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전시돼 있으며 노래방에서는 트로트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면 영상을 선물로 받아갈 수도 있다.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추억의 골목길에서 그 시절 다방, 영화관, 노래방을 만날 수 있다.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추억의 골목길에서 그 시절 다방, 영화관, 노래방을 만날 수 있다. ⓒ천지일보 2023.06.28.

◆가수로 걸어온 길 하춘화 전시관

추억의 명소를 구경하고 나면 2층 계단을 통해 하춘화 전시관으로 갈 수 있다.

만 5세에 노래하던 하춘화를 부산일보 기자가 ‘재롱둥이 천재 꼬마탄생’이라는 기사로 알렸고 이후 정식으로 음악공부를 시작하게 돼 1961년 ‘효녀심청 되오리다’를 포함한 LP를 선보였다.

하춘화는 17세가 되던 1971년 정규 1집 음반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가수에 데뷔했다.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2층에 있는 하춘화 전시관.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김미정 기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2층에 있는 하춘화 전시관. ⓒ천지일보 2023.06.28.

하춘화의 든든한 지원군은 그의 부모님이었다. 하춘화가 이곳 전시관에 기증한 물품만 2천여점에 이르는데 이 또한 그의 아버지가 모두 모아둔 것이라고 한다. 센터 직원인 이미영씨는 “아버님이 매니저 역할을 하시면서 자료를 다 모아두셨다”며 “연세 지긋한 분들은 오셔서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하춘화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시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월남전에 파병 간 고등학교 친구가 죽어서 돌아왔는데 가슴 포켓에 하춘화 위문 공연 팜플렛 사진을 접어서 가슴에 묻고 돌아가셨다고 우는 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영암=이미애 기자] 하춘화가 팬으로부터 받은 손편지.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이미애 기자] 하춘화가 팬으로부터 받은 손편지.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이미애 기자] 하춘화가 팬으로부터 받은 손편지. ⓒ천지일보 2023.06.28.
[천지일보 영암=이미애 기자] 하춘화가 팬으로부터 받은 손편지. ⓒ천지일보 2023.06.28.

하와이에서 온 지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나영진(70대, 남, 목포)씨는 “하춘화는 훈장을 받아 마땅하다”며 “노래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한 사람”이라고 찬사했다.

이에 이미영씨는 “50여년 동안 꾸준히 돕고 사랑을 베풀어 약 200억원 이상을 기부했다”며 “우리나라 연예인 중 기부금 순위 1위다. 또한 최다 개인 공연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고 답했다.

하춘화가 수많은 팬으로부터 받은 손편지도 볼 수 있다. 당시 입장권이 700원이던 콘서트 티켓부터 50년 이상 된 팬레터까지. 우편에 붙어있는 우표가 10원짜리인 것을 보니 또 한편의 역사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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