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실업률 사상 최저
세계 인재 부족 16년 만 최고치
부국 이주, 팬데믹 전 比 80%↑

독일 등은 이민 문호 활짝
이주 부정 여론·정치 분열에
伊 등은 오히려 이민 제한

[인천공항=뉴시스]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네팔에서 온 외국인근로자들이 입국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5년간 매년 5만~6만명 수준이었던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올해 11만명으로 늘렸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인천공항=뉴시스]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네팔에서 온 외국인근로자들이 입국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5년간 매년 5만~6만명 수준이었던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올해 11만명으로 늘렸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부유한 국가로의 이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노동력이 부족한 일부 나라들은 일자리를 채우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정치적 반대에도 국경을 더 넓게 열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인재 유치전이 한창이다.

숙련 및 비숙련 일자리를 위해 외국인 인력을 유치하려는 정부의 조치는 독일부터 우리나라까지 확산됐다.

◆커지는 세계 노동력 불균형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구성하는 38개 주요 부유 국가의 실업률은 4.8%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들 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는 트럭 운전사부터 수하물 취급자, 광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자리가 텅텅 빈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채용정보회사 맨파워그룹은 작년 기준 40개국 4만명 이상의 고용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세계 인재 부족이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유럽과 북미의 노동 가능 인구는 향후 20년간 7억 3000만명에서 6억 80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대만에서는 향후 수십년 동안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노동 가능 인구는 2050년까지 7억명이 늘 것으로 보이며 중미 및 카리브해 지역의 노동 가능 인구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약 4천만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유엔은 내다봤다.

급속한 세계화와 기술 변화, 인구 부족으로 인해 전 세계 고용 시장이 재편되면서 인력 부족은 고용주들에게 점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선진국 정부들은 더 많은 노동자에 대한 경제적 필요성과 이민자 유입을 꺼리는 여론, 정치적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계적인 노동력 불균형이 이처럼 심각한 만큼 부유한 국가들은 해외 인력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다.

WSJ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작년 부유한 국가에 이주를 온 사람이 떠난 사람보다 약 500만명이 더 많았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80%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약 200만명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대거 이동을 제외하더라도 순이민은 2019년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

(출처: 맨파워그룹)
(출처: 맨파워그룹)

◆선진국들 해외 노동력 유치 노력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취업 장벽을 낮춰 외국인 근로자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 연방 고용청에 따르면 독일은 매년 40만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 또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하면 문제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

특히 작년 독일의 노동력 부족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독일 고용연구소(IAB)는 국내 전역에 빈 일자리가 174만개나 남았다고 밝혔다. 작년 7월 뮌헨에 있는 연구기관 IFO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 전체 기업 거의 절반이 인력 부족으로 운영 속도를 늦추게 됐다.

이에 독일 의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아닌 다른 국가의 근로자들이 독일로 쉽게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이민법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새로운 이민법에 따라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체류 허가증이 발급된다. 또 학위나 직업 경험이 없는 청년층을 위해 점수제 기반의 ‘기회 카드’를 도입해 1년간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IT 전문가의 경우 전문 경력이 대학 학위를 대신할 수 있다. 관광 비자로 입국했더라도 개혁안이 동일하게 적용되며 출국한 이후 취업 목적으로 재입국할 필요가 없다.

한편 독일 정부는 이민자들이 장기적으로 통합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시민권법 개혁안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도 작년 말 2025년까지 이민자 약 150만명을 더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매년 5만~6만명 수준이었던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올해 11만명으로 늘렸다. 이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일본은 지난 4월 공장과 농장을 포함한 블루칼라 근로자에게 체류 기간을 연장하고 가족을 동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스페인은 작년 노동 연령 인구의 감소로 공석이 된 블루칼라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EU 밖에서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스페인 이민부 장관은 경제를 계속 이끌고 국민연금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외국인 근로자 30만명을 유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알리 엘 사예드 모하메드가 2022년 9월 5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하두타 마스레이야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모하메드는 고향인 이집트 베헤이라를 떠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두바이로 왔다. 26세의 그는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누나들을 부양하고 있으며 결혼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출처: 뉴시스)
알리 엘 사예드 모하메드가 2022년 9월 5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하두타 마스레이야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모하메드는 고향인 이집트 베헤이라를 떠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두바이로 왔다. 26세의 그는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누나들을 부양하고 있으며 결혼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출처: 뉴시스)

◆이탈리아 등은 이민 제한 나서

WSJ는 미국은 이런 추세에서 예외라며 더 많은 합법 노동자를 공개적으로 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33년간 대대적인 이민 개혁을 하지 않았으며 의회에서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던 때도 10년 이상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민 문제는 미국 정치에서 가장 큰 분열을 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 다수는 미국이 이민자를 더 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많은 나라에서 이민 반대 측은 내국인들이 더 적은 월급을 받고 일하려는 외부인에게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각에서는 이민자들에게 의료, 교육 및 기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이 특히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저숙련 근로자로부터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크다고 주장한다.

이에 핀란드와 그리스는 불법 이주민의 밀입국을 막기 위해 새 국경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웨덴에서는 최근 유권자들이 이민에 대해 좀 더 방어적인 정부를 선출했으며 두 나라 모두 합법, 불법 이민자 모두의 입국을 늦추기 위한 개혁안을 계획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정책에 따른 결과가 미래에 나타나겠지만 당장에 자신의 가게를 물려줄 근로자를 찾는 정육점 주인과 집이 필요한 구매자들은 외국인 노동력이 절박하다.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국경에 위치한 인구 3만명이 사는 도시 바일 암 라인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요아킴 레더러는 WSJ에 “독일의 젊은이들은 육체 노동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버클리·코넬 대학에서 공부하고 근무하는 그의 아들은 수학 통계학 교수다. 레더러는 최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인도 출신의 견습생을 고용했으며, 때가 되면 이탈리아 이민자 청년에게 정육점을 물려줄 예정이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주 정부 장관인 폴 파파리아는 지난 3월 대표단과 영국의 펍 등을 방문해 더 나은 급여와 날씨를 약속하며 영국 근로자들을 유인했다. 지금까지 구직자 약 7만명이 관심을 표명했다. 시드니 로위 연구소의 작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 국민 중 약 5분의 1만이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일 것을 지지했다. 그럼에도 파파리아 장관은 유권자들이 자신의 해외 채용 노력을 지지한다고 확신했다.

“결국 그들은 ‘우리 집을 짓는 데 도움을 줄 사람들이 어디 있나’라고 제게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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