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익충이어서 무차별 방충은 생태계에 ‘악영향’ 지적

25일 서울 서대문구 한 가정집 화분에 붙어있는 러브버그. 지난해 여름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북한산 주변에서 기승을 부린 ‘러브버그’가 최근 서울 곳곳에 출몰해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5일 서울 서대문구 한 가정집 화분에 붙어있는 러브버그. 지난해 여름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북한산 주변에서 기승을 부린 ‘러브버그’가 최근 서울 곳곳에 출몰해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해 여름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북한산 주변에서 기승을 부린 ‘러브버그’가 최근 서울 곳곳에 출몰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파리목 털파리과 ‘붉은등우단털파리’로 중국 남부 지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주로 서식한다. 다른 털파리과 곤충과 마찬가지로 보통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고 불린다.

25일 은평구청에 따르면 최근 러브버그를 방충해달라는 민원이 수백건을 넘길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와 성동구 등 일부 지자체는 러브버그의 생태 습성과 방충 방법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북한산 주변에서 기승을 부렸지만, 올해는 서울 전역으로 출몰 지역을 넓힌 모습이다. 특히 러브버그는 생존력이 뛰어나 도심에서도 쉽게 번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미치지 않고 오히려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益蟲)이라며 무차별적인 방충 작업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 입장에서는 해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무차별적 방충이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2~3주 앞당겨진 6월 중순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방위적 방충보다는 생활공간 주변에 한정해 선택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러브버그 유충이 서식하는 산과 숲 일대에 살충제를 뿌리면 다른 곤충을 함께 죽여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자외선을 좋아하는 러브버그의 특성을 고려해 도심 지역에 자외선을 차단한 가로등을 설치하거나 가정에서는 러브버그가 꼬이는 창문틀 등에 끈끈이를 설치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도 “천적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러브버그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접근을 권장하고 있다”라며 “가정에서는 모기 살충제로 충분히 방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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