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틴스 테이크오버’ 구호 앞세운 청소년 주유소 편의점 습격
SNS에서 대규모 모임 계획하고 실행… 주민들 “충격·당혹·개탄”

흑인 청소년들의 약탈 대상이 된 시카고 브론즈빌 주유소 편의점 (출처: 시카고 NBC방송 화면 캡처, 연합뉴스)
흑인 청소년들의 약탈 대상이 된 시카고 브론즈빌 주유소 편의점 (출처: 시카고 NBC방송 화면 캡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최근 미국 시카고시와 인근 도시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흑인 청소년들의 과격한 집단행동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시카고 A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밤 9시 30분께 시카고 남부 브론즈빌의 한 주유소에 10대 흑인 청소년 100여 명이 난입해 주유소 내 편의점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사건이 또 발생했다. 주유소 직원은 수십 명의 10대 흑인 청소년들이 몰려들어 매장을 약탈하고 심지어 정문 위의 유리를 깨뜨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블랙 틴스 테이크오버(흑인 10대들의 주도권 장악)’를 구호로 앞세우고 소셜미디어(SNS)에서 모임을 계획, 실행하고 있다. 표적이 된 브론즈빌 주유소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엄청난 무리의 아이들이 떠들썩하게 지껄이고 춤을 추면서 장난하듯 주유소 내 편의점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약탈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수백명의 흑인 청소년이 미시간호숫가에 모여 있다가 대로(레이크쇼어 드라이브)를 건너 주유소 인근으로 이동했다”며 “이들이 차량 통행을 막고 일부는 서행하는 자동차 위로 올라가 운전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증언했다.

시카고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18세 여성 1명이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수십명의 경찰관이 현장 출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리 가운데 5명(남)을 ‘무모한 행위’ 혐의로 기소하고 1명(여)은 미성년자 불법 알코올 소지 혐의로 기소했으며 2명은 청소년 통금 위반 혐의로 구금했다”고 밝혔다.

시카고 남부 흑인 다수 거주지는 조직 폭력배들의 파벌 싸움에서 비롯된 총기폭력으로 얼룩져있어왔다. 하지만 최근 일반 청소년들이 대규모로 몰려다니며 과격한 집단행동을 일삼는 것은 두드러진 사회 변화다. 지난 4월에는 시카고 도심에 최대 1000명에 달하는 흑인 청소년들이 몰려나와 난동을 피우며 20대 백인 여성을 이유 없이 집단 폭행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시카고 남부 교외에서 틴리파크 카니발에서 청소년 400여 명이 패싸움을 벌이여 일찍 축제를 폐쇄했다. 이날 여러 차례 싸움이 벌어졌고 한 경찰관이 부상당했다.

흑인 청소년들은 흑인 민권 운동인 ‘블랙라이브즈매터(BLM)’ 운동과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발생한 전국적인 인종 차별 항의 시위와 폭력 사태를 계기로 ‘블랙 파워’나 ‘블랙 틴스 테이크오버’를 외치며 집단행동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근에 사는 한 남성은 “한때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도로 한가운데서 도발적인 춤을 추고, 남의 차 위에 뛰어 올라가 차량을 부수고,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욕을 퍼부으며, 위아래로 달리고, 온갖 야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짓을 다 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당혹스럽다”며 “주민들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개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또 “22년째 이곳에 산다. 이런 일은 처음 본다”며 “청소년들이 특별한 목적 없이 단지 ‘신날 것 같다’는 이유로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내가 10대일 때 집단행동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차원에서 이들 청소년과 부모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시카고 ABC방송은 “시카고시와 인근 도시 당국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유사 사태를 완화·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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