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전 3800m 밑으로 가라앉은 여객선 ‘타이타닉호’ 실물을 보여주다가 실종된 미국 회사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의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 내부. (photo 유튜브 영상 캡처)
111년 전 3800m 밑으로 가라앉은 여객선 ‘타이타닉호’ 실물을 보여주다가 실종된 미국 회사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의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 내부. (photo 유튜브 영상 캡처)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슬프게도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22일(현지시간) 미군 브리핑 전에 타이타닉호 잠수정 제작 운영사인 오션게이트(OceanGate) 측이 발표한 내용이다.

탑승자에게 사망 시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서류에 서명하게 한 이들이 막바지 구조가 이어지고 있던 시점에 먼저 사망 얘기를 꺼낸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날 미국 해안경비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잠수정의 잔해가 심해 3800m 타이타닉호 침몰지점으로부터 약 1600피트(488m) 떨어진 해저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발견된 잠수정 잔해는 지금까지 5개로 잠수정 선미 부분 등이다.

이날 존 모거 제1 해안경비대 소장은 “잔해가 선박의 비극적인 내파와 일치한다”며 “타이타닉호 침몰지점에서 1600피트(약 490m) 떨어진 곳에서 타이탄 잠수정의 원뿔형 꼬리 덮개 부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내파(implosion)는 외부 압력에 의해 구조물이 안쪽으로 급속히 붕괴하며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이 잠수정이 심해에서 극도의 압력 속에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잠수정 운영사인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도 미 해안경비대 발표를 전후해 성명을 내고 5명의 잠수정 탑승자를 애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는 탑승자들에게 사망 시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서류에 서명하게 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탑승자들은 잠수정에 타기 전에 ‘사망’이라는 단어가 최소 3번은 적힌 면책 서류에 서명해야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날 전하면서다. 이에 따르면 서류에는 ‘잠수정은 시제품으로서 어떠한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라는 내용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의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 내부 구조. (오션게이트 홈페이지)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의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 내부 구조. (오션게이트 홈페이지)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 (출처: AFP, 연합뉴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 (출처: AFP, 연합뉴스)

게다가 이 잠수정이 게임기용 컨트롤러인 이른바 ‘조이스틱’이라고 불리는 게임용 컨트롤러로 조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모델은 온라인 마켓 아마존에서 29.99달러(약 3만 8800원)에 판매 중이다. 해당 상품 리뷰에는 컨트롤러의 무선 연결 특성이 연결 끊김 문제로 이어진다는 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전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사망 추정 탑승자들에는 잠수정 제작 운영사 CEO도 저명한 모험가들과 함께 포함됐다. 바로 오션게이트(OceanGate)의 설립자이자 CEO인 스톡턴 러쉬(61)다.

그 관계사가 바로 이 잠수정을 통해 심해 탐험을 제공하는 미국 회사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이다. 스톡턴 러쉬는 지난 1981년 19세의 나이로 유나이티드 항공 제트 훈련원에서 DC-8 타입 기장 자격을 취득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어린 제트 수송 항공기 조종사가 됐다.

그는 오션게이트에서 재정 및 엔지니어링 전략을 총괄해왔다. 지난 20년 동안 블루뷰 테크놀로지(BlueView Technologies), 소형 고주파 음파 시스템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사, 엔토모(Entomo), 리모트 콘트롤 테크놀로지(Remote Control Technology Inc) 등 여러 벤처의 개발을 총괄했다.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항공 우주 공학 학위를,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은 바 있다.

그의 부인 웬디 러시는 111년전 타이태닉호 침몰 사망자들인 스트라우스 부부의 후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실종된 잠수정은 지난 일요일(현지시간 18일) 아침 잠수를 시작한 지 약 1시간 45분 만에 연락이 끊겼다. 구조 당국은 96시간(4일)이 지난 시점인 22일(현지시간) 아침에 산소가 바닥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해안 경비대 제이미 프레더릭 대위가 21일(현지시각)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해안경비대 기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해안 경비대 제이미 프레더릭 대위가 21일(현지시각)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해안경비대 기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AP/뉴시스)

잠수정 제작 운영사인 오션게이트(OceanGate)에 따르면 5명의 탑승자가 탄 ‘타이탄’은 96시간의 생명유지장치를 갖췄다. 실종된 잠수정은 무게 1만 432㎏으로 4000m 수심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 잠수정은 트럭 크기의 잠수정으로 5명을 태우고 산소 공급을 통해 통상 4일간 잠수를 진행해왔다. 또 제한적이지만 비상 음식과 식수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골든타임은 지났지만 그간 큰 호흡을 자제하면서 산소를 아꼈다면 최대 9시간의 호흡 가능한 산소가 추가로 남아 있을 수 있었지만 결국 회사 측에서 ‘전원 사망’으로 결론지었다.

특히 오션게이트가 올린 잠수정 소개 동영상에는 사람이 일어서지 못한 채 허리를 굽히거나 앉은 채 모든 활동을 해야 하는 비좁은 크기가 눈에 띈다. 4000m 수심까지 내려가야 하기에 기체 밖은 볼트로 밀봉돼 있어 자력으로 문을 열고 탈출할 방법도 없는 데다 구명보트나 조끼도 갖추지 않고 있다. 애초에 이번 사고와 같은 긴급한 경우를 대비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수색에는 정부 기관과 미국·캐나다 해군, 상업용 심해 회사들이 구조 작전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수색대장은 “코네티컷주보다 넓은 7600제곱마일(약 1만 9683㎢) 면적에 달하는 구조 활동을 펼쳤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관광 잠수정 실종 5명 누구?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 잠수정에는 모두 5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8일간의 여행에 3800m(1만 2500피트) 깊이의 심해로 잠수하는 잠수정 푯값은 25만 달러(약 3억 2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 잠수정에는 누가 탑승했을까. 앞서 언급된 오션게이트 CEO를 제외한 그 4명 중에는 프랑스 탐험가인 폴-앙리 나게올레(77)가 포함됐다. 그는 ‘미스터 타이타닉’으로 불리는 프랑스 해군 사령관 출신이다. 이후 근 35년간 타이타닉호 해저 탐사에 몰두했으며, 지난 1987년 심해로 가라앉은 타이타닉호에서 일련의 물건을 가져온 팀의 일원이었다. 그는 4000m 가까이 되는 심해, 완전한 어둠 속에서 산호로 뒤덮인 타이타닉호를 처음 본 순간 “잠수정 안에서 10분 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면서 언론을 통해 이 난파선을 ‘삶이 멈춘 시간캡슐’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 탑승자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 탑승자들.

다른 탑승자는 영국에 기반을 둔 파키스탄의 화학·에너지 대기업인 엔그로 홀딩스의 부회장인 샤자다 다우드(48)다. 찰스 왕세자의 자선 단체인 프린스 트러스트 인터내셔널의 이사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타이타닉호를 두고 “타이타닉은 거대한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설명했다. 그와 함께 불과 19세인 그의 아들 슐라이만 다우드도 함께 이 잠수정에 올라탔다. 런던 남서부 서비튼에 거주하는 다우드 가족은 최근 한 달 동안 캐나다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승객 중 나머지 한명은 영국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심해·지구 일주 분야 기네스 세계기록 보유자인 해미쉬 하딩(58)이다.

하딩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둔 국제 항공기 중개 회사인 액션 항공(Action Aviation)의 회장이자 액션 그룹(Action Group)의 창립자다. 지난 2017년 남극 VIP 관광 회사인 화이트 데저트(White Desert)와 협력해 제트기 ‘Gulfstream G550’을 이용, 남극 대륙 얼음 활주로에 착륙하는 제트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특히 2019년에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우주 비행사 테리 버츠(Terry Virts)와 함께 제트기인 걸프스트림 G650ER을 타고 북극과 남극을 통해 지구를 일주, 기네스 세계기록을 획득한 비행사 팀을 이끌기도 했다.

당시 하딩은 임무 총괄자로 100명이 넘는 팀을 이끌고 2019년 7월 9일부터 11일까지 46시간 40분이라는 가장 빠른 기록으로 양극 일주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3월 5일 하딩은 미국 모험가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와 함께 마리아나 해구의 가장 깊은 지점인 챌린저 해연(Challenger Deep)으로 향하는 2인용 잠수정에 올랐다. 이어 3만 6000피트(1만 973m) 깊이라는 세계 해양에서 가장 낮은 지점까지 잠수에 성공해 또 한번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이 13시간의 모험에서 하딩은 2개의 기네스 세계기록을 달성했다. 가장 깊은 곳에서 보낸 가장 긴 시간(4시간 15분)과 그곳에서 횡단한 최장 거리(4.6㎞)가 그것이다.

지난해 6월 4일에는 우주 관광 벤처인 블루 오리진(Blue Origin) 임무(NS-21)의 일환으로 우주 로켓인 뉴 셰퍼드(New Shepard)를 타고 우주로 날아갔다. 그는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를 타고 우주 비행을 한 6명의 비행사 중 한명이 됐다.

하딩은 지난 주말 SNS에 “드디어 타이타닉호로 향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뉴펀들랜드에서 40년 만에 최악의 겨울을 맞고 있어 이번 탑승은 올해 타이타닉에 대한 유일한 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뒤 탑승 전날 “기상이 열렸고 내일 잠수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심해지도 제작회사인 마젤란과 프로그램 제작사인 애틀랜틱 프로덕션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디지털 3D 스캔이 당시 여객선 모습을 전례 없이 상세하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침몰한 타이타닉호 전경. (마젤란/애틀랜틱 프로덕션)
영국 심해지도 제작회사인 마젤란과 프로그램 제작사인 애틀랜틱 프로덕션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디지털 3D 스캔이 당시 여객선 모습을 전례 없이 상세하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침몰한 타이타닉호 전경. (마젤란/애틀랜틱 프로덕션)

이들이 보러 간 타이타닉호는 북대서양 횡단 여객선이다. 당시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만들어진 북대서양 횡단 초호화 여객선으로 4만 6000t급에 길이 270m, 폭 28m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다.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 10일 당시 승선 인원인 2223명을 태우고 영국 사우샘프턴을 떠나 뉴욕으로 향하는 첫 항해에 나섰다. 그러다가 출항 5일 뒤 빙산으로 추정되는 큰 충돌로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침몰 당시 영화처럼 구명정이 턱없이 부족해 모두 1514명에 달하는 승객들이 타이타닉호와 함께 가라앉았다.

타이타닉호는 현재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남쪽으로 약 600㎞ 떨어진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 대서양에서 침몰한 뒤 70여년이 지난 1985년에서야 대서양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 이후 타이타닉호에 대한 광범위한 탐사가 이어졌다. 지난 100년이 지난 2012년에는 유네스코 수중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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