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환경 실태조사
여가부 “불법 유통인지 조사”
“성인 마약범죄보다 많을 것”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23.06.22.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등 마약 오남용이 미국뿐 아니라 국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각성 물질 및 약물인 ‘펜타닐 패치’를 10명 중 한 명은 경험해 본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류 진통제를 구한 청소년들이 가공해 마약 투약까지 이어질 우려가 나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2일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 7140명을 대상으로 ‘2022년 청소년 매체 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조사결과 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이 10.4%였다. 청소년 10명 중 한 명이 마약류 진통제를 사용한 셈이다. 또 0.1%는 ‘나비약’으로 불리는 환각성 물질인 식욕억제제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약물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처방받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펜타닐은 중독될 시 뇌 손상을 입어 좀비처럼 걷는다고 ‘좀비 마약’으로 불린다. 미국의 경우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10만명 중 80% 이상이 펜타닐 중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펜타닐 패치는 피부에 붙여 장시간 동안 투약할 수 있는 약의 형태다. 이 약물은 가공해 흡입하면 아편, 모르핀과 유사한 강력한 마약 효과를 낼 수 있다. 중독성이 강해 규제도 이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만 18세 미만의 비암성 통증에 처방하지 않아야 하며, 마약류 진통제의 투여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최초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이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통계상으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이를 가공해 마약 형태로 투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가부 관계자는 “내년 조사에서는 마약류 진통제의 처방량, 사용처, 타인에게 넘겨줬는지 여부 등까지 더 자세하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학생과 교사들은 청소년 마약 투약과 관련해 또래 문화로 쉽게 확산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며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은 “청소년 마약류 사범의 숫자는 성인에 비해 적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또래들로부터 많은 유대감을 얻는 특성상 혼자보다는 친구와 여럿이 (마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약 투약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고 서로 감춰주려는 경향을 볼 때 성인 마약 범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에게 마약은 정신적 의존성과 뇌, 간, 심장 등 신체 각 기관의 손상과 기능 장애를 초래한다”며 “청소년의 경우 뇌세포 손상, 정서불안으로 인한 인성 발달의 장애 등이 장년층보다 더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김미숙 예일여자중학교 교사는 “펜타닐이 ‘생리통에 직방이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효과 좋은 약이다’ 등의 말로 유혹 당한다”며 “(청소년은) 미디어를 통한 마약에 관한 생각이 왜곡돼 ‘몸짱약’으로 불리는 나비약 등을 흔히 접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강일고 안현경(17)양은 “학교에서나 친구들의 대화 속에서 ‘마약’이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사용된다”며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흔히 ‘챌린지’라고 불리는 영상을 보면 마약을 흡입하는 제스처를 쓰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영상들이 퍼져 10대 청소년이 따라 하게 된다”며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실제로 마약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여가부는 청소년의 펜타닐 패치 경험 외에도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이 47.5%로 2020년 대비 37.4%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초등학생의 이용률이 40.0%로 2018년 19.6%, 2020년 33.8%에 이어 지속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폭력·성폭력의 주요 가해자로 ‘같은 학교 다니는 사람’의 비율은 점차 감소했다. 반면 ‘잘 모르는 사람’, ‘온라인(인터넷)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이용한 매체로는 인터넷 개인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96.7%)가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의 경우 메타버스 이용률이 70.6%로 중학생(37.3%), 고등학생(15.2%)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5.8%)하거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1.7%)한 청소년도 있었다.

특히 도박성 게임 같은 유해매체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한 경험률(20.7%)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경험률(9.8%)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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