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안경비대 “합동수색 중 또 소리 들려”

타이태닉 탐사 잠수정 관련 기자회견하는 해안경비대[보스턴=AP/뉴시스] 미국 해안 경비대 제이미 프레더릭 대위가 21일(현지시각)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해안경비대 기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해안 경비대는 실종된 타이태닉 탐사 잠수정 수색 구역에서 쾅쾅거리는 소음이 들렸다고 밝히면서 이것이 탑승자들이 보낸 구조신호일 수 있다고 보고, 소음 탐지 지점 주변의 수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3.06.22.
미국 해안 경비대 제이미 프레더릭 대위가 21일(현지시각)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해안경비대 기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해안 경비대는 실종된 타이태닉 탐사 잠수정 수색 구역에서 쾅쾅거리는 소음이 들렸다고 밝히면서 이것이 탑승자들이 보낸 구조신호일 수 있다고 보고, 소음 탐지 지점 주변의 수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P/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3800m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실물을 보러 심해 관광 잠수정에 올라탄 5명이 실종된 가운데 수색 도중 ‘수중 소음’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수중 탐지 능력을 갖춘 캐나다 항공기가 수색 도중 전날에 이어 ‘두드리는 소리’를 또 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미 경비대는 캐나다 P-8 포세이돈, P-3 오라이언 항공기의 도움을 받아 나흘째 실종된 관광 잠수정에 대한 합동 수색을 벌이고 있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 해안경비대는 P-3 항공기가 또다시 소음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소음에 대해 실종된 잠수정이 아닌 다른 곳으로부터 나온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결정적이진 않다”고 덧붙였다.

전날에도 뭔가 ‘두드리는 소리’인 이 수중 소음은 첫 감지 후 4시간 후에도 들려왔다. 수중 소음을 확인한 수색 당국은 구조 작전 지역을 재조정하고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미국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타이타닉호 인근에서 실종된 잠수정에 탑승한 5명에겐 현재 반나절 가량의 호흡 가능한 공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골든타임은 재난 사고나 응급 의료 등의 상황에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전날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의 제이미 프레드릭 수색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초기 보고에 따르면 잠수정엔 이제 약 40시간의 호흡 가능한 산소가 남아있다”고 설명한 점을 미뤄봐도 하루가 지난 지금 반나절가량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실제 구조 당국은 목요일(현지시간) 아침에 산소가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간 큰 호흡을 자제하면서 산소를 아꼈다면 최대 9시간의 호흡 가능한 산소가 추가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잠수정 제작 운영사인 오션게이트(OceanGate)에 따르면 잠수정은 96시간의 생명유지장치를 갖췄다. 또 제한적이지만 비상 음식과 식수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직 해군 출신 데이비드 마르케는 현재 심해의 얼음장같은 물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모두 모여 있을 것”이라며 “현재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산화탄소는 계속 쌓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실종 잠수정 ‘타이탄’ 수심 깊어 수색 난항[에버렛=AP/뉴시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제공한 촬영 날짜 미상의 사진에 타이태닉호 잔해 현장 탐사에 사용된 잠수정 '타이탄'의 모습이 보인다. 5명이 승선한 타이탄이 지난 18일(현지시각) 111년 전 침몰한 타이태닉호 탐사에 나섰다가 대서양에서 실종돼 미국 해안경비대가 수색을 펼치고 있다. 구조대는 잔여 산소가 얼마 남지 않은 타이탄을 찾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거리가 멀고 수심이 깊어 수색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06.21.
실종 잠수정 ‘타이탄’ 수심 깊어 수색 난항[에버렛=AP/뉴시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제공한 촬영 날짜 미상의 사진에 타이태닉호 잔해 현장 탐사에 사용된 잠수정 '타이탄'의 모습이 보인다. 5명이 승선한 타이탄이 지난 18일(현지시각) 111년 전 침몰한 타이태닉호 탐사에 나섰다가 대서양에서 실종돼 미국 해안경비대가 수색을 펼치고 있다. 구조대는 잔여 산소가 얼마 남지 않은 타이탄을 찾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거리가 멀고 수심이 깊어 수색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06.21.

당초 ‘수중 소음’ 정보는 미국 국토안보부로부터 메모가 유출되면서 공개됐다고 보도됐다. 이에 따르면 P-8 포세이돈은 무선 음향 탐지용 부표인 소노부이를 바다에 투입한 뒤 해당 지역에서 30분마다 두드리는 소리를 확인했으며, 이어 추가 탐지기를 투하한 4시간 후에도 또다시 두드리는 소리를 확인했다.

이번 수색에는 정부 기관과 미국·캐나다 해군, 상업용 심해 회사들이 구조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럼에도 수색대장은 이날 “코네티컷주보다 넓은 7600제곱마일(약 1만 9683㎢) 면적에 달하는 구조 활동을 펼쳤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타이타닉호를 탐사하던 관광 잠수정은 지난 일요일 잠수를 시작한 지 약 1시간 45분 만에 연락이 끊겼다. 8일간의 여행에 3800m(1만 2500피트) 깊이의 심해로 잠수하는 잠수정 푯값은 25만 달러(약 3억 2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실종된 잠수정은 무게 1만 432㎏으로 4000m 수심까지 도달할 수 있는 오션게이트의 ‘타이탄’ 잠수정으로 확인됐다. 이 잠수정은 트럭 크기의 잠수정으로 5명을 태우고 산소 공급을 통해 통상 4일간 잠수를 진행한다.

영국 심해지도 제작회사인 마젤란과 프로그램 제작사인 애틀랜틱 프로덕션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디지털 3D 스캔이 당시 여객선 모습을 전례 없이 상세하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침몰한 타이타닉호 전경. (마젤란/애틀랜틱 프로덕션)
영국 심해지도 제작회사인 마젤란과 프로그램 제작사인 애틀랜틱 프로덕션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디지털 3D 스캔이 당시 여객선 모습을 전례 없이 상세하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침몰한 타이타닉호 전경. (마젤란/애틀랜틱 프로덕션)

보도에 따르면 이 잠수정에는 모두 5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잠수정에는 조종사와 3명의 유료 승객, 그리고 회사가 ‘콘텐츠 전문가’라고 부르는 사람이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탑승자 명단에는 영국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심해, 지구 일주 분야에서 기네스 세계기록 3개 보유자인 해미쉬 하딩(58)을 포함해 프랑스 탐험가인 폴-앙리 나게올레(77) 등도 포함됐다.

하딩은 지난 주말 SNS에 “드디어 타이타닉으로 향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뉴펀들랜드에서 40년 만에 최악의 겨울을 맞고 있어 이번 탑승은 올해 타이타닉에 대한 유일한 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뒤 “기상이 열렸고 내일 잠수에 도전할 것”이라고 올렸다.

이들 탑승자들에게  관광용 잠수정 운영사는 사망 시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서류에 서명하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탑승자들은 잠수정에 타기 전에 ‘사망’이라는 단어가 최소 3번은 적힌 면책 서류에 서명해야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전하면서다.

이에 따르면 서류에는 ‘잠수정은 시제품으로서 어떠한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뉴시스]19일(현지시간)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타이타닉호 잔해 탐사를 위한 관광용 소형 잠수정이 실종돼 미 해안경비대가 수색 중이라고 BBC 등이 보도했다. 사진은 고고학해양학센터 등이 제공한 것으로, 2004년 타이타닉호 선미 근처 해저 진흙 속에 코트와 부츠 잔해가 보이고 있다. 2023.06.20
[AP/뉴시스]19일(현지시간)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타이타닉호 잔해 탐사를 위한 관광용 소형 잠수정이 실종돼 미 해안경비대가 수색 중이라고 BBC 등이 보도했다. 사진은 고고학해양학센터 등이 제공한 것으로, 2004년 타이타닉호 선미 근처 해저 진흙 속에 코트와 부츠 잔해가 보이고 있다. 2023.06.20

타이타닉호는 북대서양 횡단 여객선이다. 당시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만들어진 북대서양 횡단 초호화 여객선으로 4만 6000t급에 길이 270m, 폭 28m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다.

지난 1912년 4월 10일 당시 승선 인원인 2223명을 태우고 영국 사우샘프턴을 떠나 뉴욕으로 향하는 첫 항해에 나섰다. 그러다가 출항 5일 뒤 빙산으로 추정되는 큰 충돌로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침몰 당시 영화처럼 구명정이 턱없이 부족해 모두 1514명에 달하는 승객들이 타이타닉호와 함께 가라앉았다.

타이타닉호는 현재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남쪽으로 약 600㎞ 떨어진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 1912년 대서양에서 침몰한 뒤 70여년이 지난 1985년에서야 대서양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 이후 타이타닉호에 대한 광범위한 탐사가 이어졌다. 지난 100년이 지난 2012년에는 유네스코 수중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111년 전 3800m 밑으로 가라앉은 여객선 ‘타이타닉호’ 실물을 보여주다가 실종된 미국 회사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의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 (미국 회사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
111년 전 3800m 밑으로 가라앉은 여객선 ‘타이타닉호’ 실물을 보여주다가 실종된 미국 회사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의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 (미국 회사 오션게이트 익스피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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