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토서 헬기 등 연쇄 추락
‘전쟁 이후 항공전력 최대 손실’
우 대반격에다 서방 지원 강화
주요 전선 포함한 본토 급습에
‘수도 항공방어망’ 구축 가능성

제39 독립 헬기연대를 ‘근위대’로 지정하는 천지일보 입수 러시아군 법령 시행문. ⓒ천지일보 2023.06.22.
제39 독립 헬기연대를 ‘근위대’로 지정하는 천지일보 입수 러시아군 법령 시행문. ⓒ천지일보 2023.06.22.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최근 러시아 본토에서 헬리콥터가 우크라이나군 미사일에 격추당하는 등 본토 타격이 이어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헬기연대를 ‘근위대’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천지일보가 입수한 러시아군 법령 시행문에 따르면 제39 독립 헬기연대가 21일(모스크바 현지시간) ‘근위대’로 지정됐다. 근위대는 국가의 원수나 정권을 지키고 옹호하기 위해 조직된 특별한 군대를 말한다.

문건은 조국과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이 법령이 서명일인 21일부터 즉시 시행된다고 명시해놨다.

이에 일개 대대급이 아닌 연대 단위가 근위대로 지정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연대는 대대보다 큰 단위부대로 통상 3개 대대, 많게는 5개 대대가 모여 이뤄진다. 대대는 보병의 경우 300명에서 1000명가량 규모지만 공군의 경우 핵심 전략자산이 투입돼 인원 측면에선 보병보다 규모가 작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본토 브랸스크 클린치 지역 하늘에서 Mi-8 헬기가 추락하며 불타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본토 브랸스크 클린치 지역 하늘에서 Mi-8 헬기가 추락하며 불타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이와 관련 지난달 중순에는 러시아 본토 브랸스크 지역에서 러 헬리콥터 MI-8 2대와 전투기 SU-34·35 각 1대 등 총 4대가 연쇄적으로 추락하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기체 고장’에서 ‘팀킬(오인사격)’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됐고, 지난해 2월 자국기를 우크라이나 공군기로 오인 격추한 이후 ‘러시아군 항공 전력 최대 손실’이라는 평도 나왔다.

이어 러시아 본토에 최대 규모의 공격이 가해졌다.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에서 반러 민병대로부터 추정되는 사보타주(파괴 공작) 그룹이 그라이보론 지역에 진입, 20여개 마을에 포격을 가하면서 9개 마을에 대피령이 떨어졌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본토 내에서 대규모 교전 상황이 발생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이 본토 내 교전 상황을 인정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벨고로드 주지사는 “러시아군과 대통령실 경호처, 연방보안국(FSB), 국경수비대가 침입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Mi-24 공격헬기가 지상에서 날아온 휴대용 대공 미사일에 피격된 직후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지난해 3월 러시아군 Mi-24 공격헬기가 지상에서 날아온 휴대용 대공 미사일에 피격된 직후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측의 Mi-8 헬기 1대가 우크라이나군 휴대용 미사일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 안에는 러시아군 장교가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3월과 9월에도 러시아군 공격헬기와 전투기를 격추하는 영상을 공개했었다. 당시 ‘날아다니는 전차’로 불리는 주력 헬기 Mi-24 하인드를 떨어뜨린 바 있으며, 이때 사용된 무기는 미국의 대표적인 단거리 휴대용 대공미사일 스팅어였다.

이에 올해 들어 본토를 향한 대대적인 공격과 헬기가 연이어 격추당하는 등 우크라이나군의 위협적인 ‘급습’에 러시아가 헬기연대까지 근위대로 꾸려 이에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초부터 그간 러시아로부터 빼앗긴 바흐무트를 비롯해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자포리자 등 주요 전선 축을 따라 ‘대반격’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기계화·전차부대와 드론을 동원해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크름(크림)반도뿐 아니라 크렘린궁 등 러시아 본토 공습, 그리고 이번에 헤르손주 댐 붕괴 사태까지 동서남북으로 주요 전선을 흔들면서 여론전을 펼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총력전이 도래했다는 평가다.

대반격 이후 20일(현지시간) 기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전선 현황. (출처: Rybar) ⓒ천지일보 2023.06.21.
대반격 이후 20일(현지시간) 기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전선 현황. (출처: Rybar) ⓒ천지일보 2023.06.21.

특히 최근 서방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화력을 잔뜩 끌어모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까지 펼치자 러시아가 대통령실 차원에서 푸틴 대통령을 둘러싼 견고한 수도 항공방어망을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제트기인 F-16 조종을 위한 파일럿 훈련을 승인하는 등 미국산 전투기 지원 뜻까지 내비쳤다. 이에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까지 지원하면 크나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러시아가 지원이 이뤄지기 전부터 경고에 나선 것은 그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직간접적으로 대규모 지원을 해왔지만 최신 전투기 지원은 사실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전투기로 반격이나 공습에 나서면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해 왔다. 전쟁이 발발한 뒤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한 것은 폴란드가 옛 소련제 미그-29 전투기 14대를 보낸 것 정도다.

당시 알렉산더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전투기 지원)은 그들(서방)에게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우리도 현재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갖추고 있다. (서방의 전투기 지원 계획이) 우리의 계획에 반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측 Mi-8 헬기가 공격당한 뒤 추락해 화염에 휩싸인 모습. (SNS)
지난해 11월 러시아 측 Mi-8 헬기가 공격당한 뒤 추락해 화염에 휩싸인 모습.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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