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2.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야당이 함부로, 엉터리 경제학자들이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말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한 말)

우리나라의 명운이 달린 경제 정책에는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정치적인 진영 논리가 빠진 ‘건강한 담론’이다. 특히 요즘처럼 국내외로 경기가 어렵고 시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건강하면서도 신속한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

여야가 하나 돼 힘을 내도 경기 반등을 이뤄낼까 말까 한 시점이다. 진영 논리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머리를 맞대 국정과제를 처리하는 것만 해도 바쁘다. 부조리를 감시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하지 상대 진영에 ‘비판을 위한 비판’만 일삼아선 안 된다.

한국 경제는 정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역대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 정권들이 국민의 단죄·보복 심리로 갈아치워져 왔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여야 할 거 없이 어려운 민생을 이용해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상대측에 오만 가지 프레임을 씌워 선동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이유다.

모든 사회 문제가 진영 논리로 해석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면서 뉴스를 보면 해결되는 건 없고 짜증만 증폭되는 지경이다. 지지부진한 논의는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민생이 어려워지면 또 서로를 탓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 재정정책의 기조는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 정상화와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다. 이명박 정부가 수출 대기업을 집중 지원해 성장률을 높이는 ‘낙수효과’를 기대한 전략과 닮은 꼴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분수효과론’과는 대척점에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낙수효과 정책을 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장단점을 잘 안다. 이 정책은 효과가 있어서 20세기 우리 경제에 대기업이 이끈 고속 성장을 실현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는 대기업으로 경제력과 수출 이익이 집중되는데도 고용 정체와 내수 침체가 계속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산층과 빈곤층 간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졌다. 이에 대안으로 나온 게 소득 주도 성장론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의 수출을 크게 늘려 대폭 성장과 이득을 손에 쥐여줬다. 하지만 대기업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내수 경기로 파급되는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대기업이 유난히 공격적으로 내수 시장 확장에 나섰다. ‘골목 상권’에서 자영업자가 대기업에 밀려 쫓겨나는 일이 잦아졌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부당한 하도급 거래를 일삼는 구태도 줄어들지 않았다.

‘소득 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경제’를 내건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임기 초반 최저임금을 연속으로 올리면서 저소득층 실질소득 향상을 꾀했다. 한계는 금방 나타났다.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이 오히려 줄었다. 한계기업 수준에 있던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가 인건비 부담에 고용을 줄이거나 문을 닫은 탓이다. 문 정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불공정한 거래를 일삼는 적폐를 바로잡고 혁신적 서비스와 상품이 시장에 새로 들어올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지키지 못했다.

윤 정부는 경기 반등을 위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풀고 투자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새롭거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돈을 풀어야 할 주체(기업)에 감세를 해주는 게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야당은 ‘부자감세’ ‘대기업 특혜’ 지적을 일삼고 있다. 분명 우리 역사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한 정책이 보여준 대로 대기업 독점이나 횡포 등의 부작용은 분명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가 힘을 합치면 더 잘 대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권력이 낙수효과, 분수효과를 모두 주도해 보고 부작용을 있는 그대로 경험해 본 현시점이야 말로 민생 안정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하기에 적합한 때다. 경제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최고의 경기 반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경기 악화의 결정적인 요소가 ‘권력 다툼’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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