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위해 제재 가했지만 결과는 수도권 쏠림 가속화
“‘수도권’ 용어 없애고 ‘네거티브 규제’로 지방분권 강화해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40년 묵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도입된 수정법이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을 가속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사진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수정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천지일보 2023.06.2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40년 묵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도입된 수정법이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을 가속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사진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수정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천지일보 2023.06.2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40년 묵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도입된 수정법이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을 가속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도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거나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과 큰 차이가 없는 경기도의 일부 지역이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규제 대상이 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고령화·저출산·저성장을 맞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수정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선 이 같은 내용들이 논의됐다.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포함, 수원·고양·광명·구리·부천·성남·안양·의정부·하남 시장,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및 국토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40년 묵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도입된 수정법이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을 가속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사진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수정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천지일보 2023.06.2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40년 묵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도입된 수정법이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을 가속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사진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수정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천지일보 2023.06.20.

◆수정법, 수도권 과밀 억제 위해 마련

수정법이란 수도권 정비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의 수립과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계획이다.

주요 골자는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하도록 서울 및 수도권의 과도한 개발을 제한하는 것이다. 수정법은 지난 1984년 제1차 수도권정비계획이 발효된 이후 현재 제4차 수도권정비계획(2021~2040년)이 시행 중이다.

수정법은 지역에 따라 ▲인구와 산업이 지나치게 집중됐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는 ‘과밀억제권역’ ▲과밀억제권역에서 이전하는 인구와 산업을 계획적으로 유치하고 산업의 입지와 도시 개발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성장관리권역’ ▲한강 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을 보전할 필요가 있는 ‘자연보전권역’으로 구분한다.

규제 대상 지역이 될 경우 공장이나 4년제 대학의 신설, 대형상가 등의 건축이 제한되며 과밀억제권역 내 법인 본점을 설립하거나 전입하는 경우 부동산 취득세가 중과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단지. ⓒ천지일보DB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단지. ⓒ천지일보DB

◆실효성 의문, 수도권 인구 오히려 늘어

전문가들은 수정법의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균형발전을 위한 수정법이 수도권 인구 분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수정법을 도입할 당시는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원인을 ▲전통적인 수도 지향 의식구조 ▲정부·민간 의사결정기관의 서울 편재 ▲풍부한 고용기회 ▲고등 교육기관의 양적·질적 우위 ▲각종 편익·문화시설 향유 ▲각 분야 정보에 대한 접근성 용이 등으로 봤다.

다만 수정법을 시행한 지 40년이 넘어 현재 대부분의 상황은 비슷하며, 고급 인력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현상은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정비계획 및 패러다임 전환’ 기조 발제를 통해 “수도권 규제로 인해 실제 국가 균형이 이뤄졌는지, 국가경쟁력이 약화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인구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규제가 제정된 당시에는 수도권 비중이 42%였다. 하지만 지난 2010년에는 49%, 현재는 50.5%로 더욱 증가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청사진 경계. (제공: 경기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청사진 경계. (제공: 경기도)

◆“개념부터 바꿔야, ‘수도권=강남’ 아냐”

수정법 때문에 피해를 보는 지자체들도 수정법에 대한 전면 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수도권이라는 이름 때문에 발전 수준이 떨어지는 데도 규제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수정법의 실효성과 관련해 “수도권의 과밀 억제는 개선되지 않은 채 기업 이전만 가로막혀 있고, 아울러 일자리 부족으로 시민들은 서울로 출퇴근하며,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수정법을 전면 검토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이라는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도권이라는 용어가 각종 인프라나 상업·문화시설이 몰려있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을 늘린다는 것이다.

이원희 한경국립대학원 총장은 “비수도권에 계신 분들은 수도권이라고 하는 순간 ‘강남’을 연상할 것”이라며 “수도권이라는 표현은 경기도에 있는 많은 열악한 지자체를 배제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수도권에 대한 대상과 범위를 재정립하고 명칭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수도권을 통제하는 법이 아닌 지역 상생 발전을 위한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정법의 가장 큰 문제로는 수도권의 발전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에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은순 수원시정연구원 실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한 국가성장관리’ 발표를 통해 “40년 전 세팅한 수정법은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는 물론 지역의 특징과 밀집 산업의 특성, 인구나 경제 성장 재정 수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 실장은 “현재의 지방 균형발전 전략은 수도권을 포함해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며 “지방 균형 발전에서 국가 성장 전략으로 방향성을 전환해 국가 발전 정책을 수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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