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 신축 조감도.

2100억 교회 신축 논란, 교세 확장이냐 말씀 전파냐

‘메가(Mega)’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문화적 환경 탓인지 마치 ‘메가’라는 말이 들어가야지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대형 교회들 중 아직도 영성이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요즘 들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개신교 언론 외에 일반 중앙지까지 사랑의교회 예배당 신축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종교 건축물 신축을 놓고 왜 왈가왈부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맞은편 7533㎡의 땅에 들어설 지상 12층짜리 건물을 짓는 데만 무려 2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교회 측은 4만 5000명이 넘는 교인이 예배를 드리기에 지금의 교회는 너무 비좁다고 말하지만 교회 신축을 놓고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렇듯 사랑의교회 건물 신축이 연일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 데는 전 세계에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는 ‘메가처치(Mega-Church) 현상’이 한몫하고 있다.

메가처치 현상은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독특하고 새로운 현상으로 현대의 메가처치의 특징은 과거와는 다르게 성장의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 하겠지만, 양적인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그 안에 담아야 할 영적 성장이 양적 성장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한 약자를 보호하고, 소외된 자를 돌아봐야 하는 교회의 역할이 메가처치 현상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도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다.

비단 이러한 문제가 사랑의교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교인 수로만 세계 최대 교회로 꼽히는 순복음교회가 있고, 세계 50대의 대형교회 중에 27개가 한국에 있다.

처음 시작은 순수했다 하더라도 교회가 성장의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교회 건물은 대형화되고, 교인 수 채우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 사랑의교회 신축 조감도.

한편, 사랑의교회 문제를 놓고 지난 12월에는 포럼까지 열렸다.

이 포럼에서 <메가처치논박>의 저자 신광은 목사는 “사랑의교회 측은 공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교회당을 건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랑의교회가 메가처치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라며 “왜 건축을 하려는가? 더 크게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사랑의교회는 자그마치 4만 5000명이나 출석하는 슈퍼 메가처치가 됐다. 그런데 공간이 부족해서 더 성장할 수가 없게 됐다. 그러니 2100억짜리 교회당을 지어 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킹 슈퍼 울트라짱 메가처치가 되려고 한다. 이것이 사랑의교회의 건축 문제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기윤실 청년토론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는 “제자 양육을 통해 성장한 사랑의교회가 지속적으로 교회 확장이라는 방식을 택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날 토론에서 대부분의 청년들은 교회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건물을 새로 짓고 교인을 늘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분립해서 나가는 방향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진정으로 한국교회를 사랑한다면 내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이웃 교회와도 화합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지난 7일 기독교회관에서는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사랑의교회건축지역대책협의회 주최로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한 입장 발표와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한 지역교회들의 권고 및 호소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최 측은 사랑의교회가 10일 신도들이 참여하는 공동의회를 개최해 부지매입과 담보제공 및 은행차입, 건축내용 추인 등을 논의하고 표결에 부치는 것에 앞서 공동의회가 형식적인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옥한흠(71) 목사는 1978년 사랑의교회를 개척할 당시 ‘고통 받는 이들, 소외당하는 이들을 위한 교회’ ‘그리스도의 영성에 가까워지는 교회’를 목회 방향으로 잡았다고 한다.

오래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하나님께 가까워질수록 나는 더 작아지고, 하나님에게서 멀어질수록 나는 더 커진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사랑의교회가 그리스도의 영성에 가까워지고 있다면 지금의 메가처치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회 안에서건 밖에서건 사랑의교회가 제자교육, 그리스도의 영성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던 것, 주변의 소외된 자를 돌아볼 줄 알았던 본래의 모습을 찾길 바라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가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교회 신축문제에 대해 한국교회와 일반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점점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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