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요 전승자 묵계월ㆍ이은주 유파, 전승계보 단절 위기

경기민요 전승자 대표단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대표단은 초대 경기민요 보유자 중 일부만 인정될 경우 대를 이어 전승된 경기민요의 맥이 끊길 것이라는 주장했다. ⓒ천지일보 2023.06.19.
경기민요 전승자 대표단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대표단은 초대 경기민요 보유자 중 일부만 인정될 경우 대를 이어 전승된 경기민요의 맥이 끊길 것이라는 주장했다. ⓒ천지일보 2023.06.19.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100세까지 경기민요를 지켜 오신 묵계월, 이은주 선생님의 대를 끊는 것은 우리의 목을 자르고 버리는 일입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정문 앞. 경기민요 전승자들이 집회를 열고 울분을 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경기민요 묵계월, 이은주 유파(예술계에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모여서 이룬 무리) 전승자들이다.

이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선 것은 지난달 문화재청이 일부 명창들만 경기민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유파자로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기민요 전승자 대표단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9.
경기민요 전승자 대표단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9.

◆서울ㆍ경기지역서 불린 ‘경기민요’

‘경기민요’는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주로 불리던 전문 예능인의 노래로 1975년 7월 12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경기민요의 세부 기·예능인 ‘경기12잡가’는 사설이 긴 노래라고 하여 ‘긴잡가’, 혹은 앉아 부른다 하여 ‘좌창’이라고도 부른다. 대개 서경적(敍景的) 혹은 서정적(敍情的)인 사설로, 조용하고 은근하며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표현이 많다.

‘경기12잡가’는 유산가, 적벽가, 제비가, 소춘향가, 집장가, 형장가, 평양가, 선유가, 출인가, 십장가, 방물가, 달거리 등 총 12곡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민요는 문화재청 전신인 문화재 관리국이 1975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초대 경기민요 보유자로 묵계월(본명 이경옥), 이은주(본명 이윤란), 안비취(본명 안복식) 3명이 인정됐고, 이들은 ‘경기12잡가’를 각각 4곡씩 맡아 책임을 맡아왔다. 구체적으로 묵계월 유파는 적벽가, 선유가, 출인가, 방물가를, 이은주 유파는 집장가, 평양가, 형장가, 달거리를, 안비취 유파는 유산가, 제비가, 소춘향가, 십장가를 전승 교육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문화재청은 2021~2023년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 인정조사를 실시했고, 최종 후보에 김혜란(안비취 유파), 이호연(안비취 유파), 김장순(이은주 유파), 김영임(묵계월 유파)씨가 올랐다. 이어 5월 12일 ‘경기민요’ 보유자로 안비취 유파인 김혜란, 이호연씨가 인정 예고됐고, 묵계월, 이은주 유파는 탈락하게 된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각계의 의견 검토 후 최종적으로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경기민요 전승자 대표단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9.
경기민요 전승자 대표단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9.

◆“경기민요 통폐합? 유파 맥 끊기는 일”

이에 대해 전승자들은 문화재청이 경기민요 유파를 통폐합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유파의 맥을 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승자들은 “묵묵히 배우겠다는 제자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누군가에게 찾아가 공연하는 것이 전통 음악계의 실상”이라며 “그러한 어려움에도 최선을 다해서 경기민요 전통 음악을 지키기 위해서 애써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뿌리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어느 한 계보의 보유자만 인정 예고하고 다른 유파의 뿌리를 뽑으려 하고, 결국 전통 음악을 획일화하면 그것이 어찌 올바른 전승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전통 예술 전승자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민요 전승자 대표단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9.
경기민요 전승자 대표단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9.

앞서 경기민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대전 문화재청에 ‘경기민요 유파 통폐합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대한민국 국악의 위기를 막아 달라’는 취지로 참여한 국악인 1만명의 서명이 담겨 있다. 현재 국립국악원 등에서 1인 릴레이 시위도 진행 중이다.

한편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는 22일 경기민요 보유자와 관련한 안건이 올라가거나 한차례 미뤄질 수 있지만, 이는 지난달 인정 예고된 보유자와 관련된 것”이라며 묵계월ㆍ이은주 유파와 관련된 내용의 안건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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