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전남 신안군이 지난 13일 수국축제를 앞두고 언론인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사진은 도초도에 조성된 ‘환상의 정원 팽나무 십리 길’. ⓒ천지일보 2023.06.18.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전남 신안군이 지난 13일 수국축제를 앞두고 언론인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했다. 사진은 도초도에 조성된 ‘환상의 정원 팽나무 십리 길’. ⓒ천지일보 2023.06.18.

[지역명소] 전남 신안 도초도

 

군수·공무원·주민 ‘삼박자’ 맞춰

전국각지 팽나무 716주 기증받아

죽은 나무도 등수국 길러 어울려

수국공원 내 그림 같은 향나무길

5만평 정원 수놓은 각양각색 수국

오는 25일까지 수국축제 이어져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도 이색적

볼거리 풍성, 찍는 곳마다 인생샷

[천지일보 신안=김미정·천성현 기자] 전남에서 이국적인 풍경, 유럽의 조그만 시골 마을을 보는 듯한 광경을 보고 싶다면 신안군 도초도를 추천한다. 도초도는 영화 ‘자산어보’를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인근 다른 섬과 달리 도초도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40분가량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멀리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도초도에 도착하게 된다.

본지는 지난 13일 수국축제를 앞두고 팸투어를 진행한 일행과 함께 신안 도초도를 찾았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환상의 정원 팽나무 십리 길’이다. 십리 길(약 4㎞)을 멀리 흑산도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세상 시름도 다 잊을 것 같다. 여기에 수국까지 만개하면 팽나무와 각종 초화까지 어우러져 화려하다 못해 환상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새벽에 일찍 이곳을 찾으면 하천에서 피어오르는 운무까지 더해져 신선이 된 듯한 착각까지 일으킬 정도라니 꼭 다시 찾고 싶어진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신안 도초도에 조성된 환상의 정원 팽나무 십리 길. ⓒ천지일보 2023.06.18.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신안 도초도에 조성된 환상의 정원 팽나무 십리 길. ⓒ천지일보 2023.06.18.

◆각 지역 팽나무 한 자리에

도초도는 당나라 수도와 비슷한 지형이며 초목이 무성하다 해 도초도(都草島)라 불렸다고 한다. 인구는 약 2500명이며 드넓은 평야를 가로지르는 하천을 비롯해 석장승, 우물 등 석공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팽나무 십리 길은 지도자(군수)와 공무원, 주민들의 화합으로 이뤄졌다. 조성 기간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다. 총 36필지의 토지를 매입했으며 성토량만 해도 12만㎥(15t 덤프트럭 1만 4500대)에 달한다. ‘팽당할’ 위기의 팽나무 716주를 전남, 충남,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기증받았다. 버림받은 나무가 모여 도초도에서 명품 숲이 된 것이다.

[천지일보 신안=천성현 기자] 신안 도초도 수국정원. ⓒ천지일보 2023.06.18.
[천지일보 신안=천성현 기자] 신안 도초도 수국정원. ⓒ천지일보 2023.06.18.

최경덕 해설사는 “50~100년 이상 된 팽나무들로 여러 지역에서 이송해 왔다”며 “처음에는 밤마다 팽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가 마치 고향이 그리워 우는 것처럼 들려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도 몇 년간 잘 이기고 견뎌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제는 팽나무마다 가슴에 이름표(기증받은 지역 표기)를 달고 도초도의 풍요를 기원해 주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곳을 걸으면 누구나 다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될 것 같은 숨겨진 감성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환상의 공원 조성 후 섬 자긍심 향상

팽나무를 옮길 당시 교통 혼잡을 피해 모두 야간 화물선을 이용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이송작업이었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이 들어갔을까. 더군다나 배를 이용해 들어와야 하는 섬이다 보니 명품 팽나무 숲길로 조성하기 위해 전문가들 또한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수차례 왕래했을 것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공무원과 주민들의 희생과 흘린 땀으로 도초도는 이제 떠나고 싶은 섬이 아닌 살만한 섬으로 변화하고 있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전국각지에서 모인 팽나무에 이름표가 달려 있다. ⓒ천지일보 2023.06.18.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전국각지에서 모인 팽나무에 이름표가 달려 있다. ⓒ천지일보 2023.06.18.

주민들의 자존감과 섬에 대한 자긍심도 향상했다. 본지가 만난 지역 주민마다 잡초를 뽑거나 정원을 관리하면서 내 집같이 정성을 다해 가꾸고 있었다.

김대환 정원산림과 수국정원팀장은 “한 해 평균 2천~3천명밖에 오지 않던 관광객이 환상의 정원 조성 이후 급격하게 증가해 2022년 13만명이 찾았다”며 “1차 산업 위주의 생산기반이 6차 산업으로 발전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인 일자리, 지역 유휴 인력을 활용한 지속적 잡초 제거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며 “지역 주민, 단체, 공무원 등이 자발적으로 정원 지킴이 활동을 하고 주민교육을 통한 정원해설사까지 양성, 로컬가이드로 활동하고 있어 사후관리 또한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신안 도초도의 팽나무 십리 길. ⓒ천지일보 2023.06.18.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신안 도초도의 팽나무 십리 길. ⓒ천지일보 2023.06.18.

김 팀장은 또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팽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아주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며 “‘도초도’도 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도초도’인 것처럼 ‘우영우’도 그러하니 이것마저 공통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팽나무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나무라 알려졌다. 각지에서 모인 팽나무가 모두 잘 자란 것은 아니다. 고사한 나무도 여럿 있다. 그러나 신안군은 고사한 나무도 버리지 않고 등수국(등나무처럼 줄기로 감고 올라가면서 피는 수국)을 심어 다른 팽나무들과 어울리도록 하고 있다. 고사한 팽나무가 꽃을 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고사한 나무만 따로 모아서 또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한다. 수명이 다했어도 자리를 지키며 마을의 평안을 기원해 주듯이.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향나무길. ⓒ천지일보 2023.06.18.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향나무길. ⓒ천지일보 2023.06.18.

◆이국적인 풍경 걷는 곳마다 인생샷

수국은 도초도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꽃으로 물을 좋아해 대부분 가정에선 우물 주변에서 키웠다고 한다. 수국정원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지난 2013년 만들어졌다.

수국정원은 도초도 지남리 지북산을 중심으로 약 5만평(약 165㎡)에 이른다. 민선 6기 잠시 중지됐다가 지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해 전통정원, 향나무길, 홍가시나무길, 카페, 팜파스그라스 테마공원, 저류지 주변 낙우송길 등으로 구성됐다. 90여종의 수국 50만본이 심겨 있다. 김대환 팀장은 “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 수국정원 입구에 있는 저수지를 올해 개발할 예정”이라며 “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꽃창포도 심고 분수도 올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신안=천성현 기자] 수국정원 내 포토존. ⓒ천지일보 2023.06.18.
[천지일보 신안=천성현 기자] 수국정원 내 포토존. ⓒ천지일보 2023.06.18.

팸투어를 간 이날은 평일임에도 많은 관광객이 수국정원을 찾았다. 이름 모를 새 소리가 노랫소리 같고 어느 유럽 작은 시골 섬마을을 보는 듯한 풍경. 그야말로 그림을 보는 듯하다. 서울에서 목포로, 완도에서 목포를 거쳐 온 관광객도 있었다. 이들은 연신 “진짜 멋있다”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큰 영상 장비를 가지고 풍경을 담아내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향나무길 또한 그냥 걸으면서 사진을 찍기만 해도 작품 그 자체다. 많은 연인이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국 전통정원도 꼭 들리길 추천한다. 하얀 수국이 정결하게 펴 마음이 차분해진다. 삐걱하며 열리는 기와 대문 소리도 정겹다. 옛날 어느 시대 수국정원으로 초대받은 듯하다. 돌담길 따라 핀 수국을 보며 계단을 내려오니 마침 도초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이곳을 찾았다. 학생들은 반갑게 인사하며 “봉사하러 왔어요”라고 말했다. 섬마을 귀한 아이들을 보니 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보물 같아 덩달아 웃음꽃이 피었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수국정원 내 한국전통정원. ⓒ천지일보 2023.06.18.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수국정원 내 한국전통정원. ⓒ천지일보 2023.06.18.

도초도에서는 오는 25일까지 수국축제가 열린다. 조용한 섬에 어울릴 통기타, 하모니카를 활용한 대중가요, 성악, 합창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섬에서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차를 놓고 와도 불편함이 없도록 선박과 순환버스를 대폭 증편해 교통편의를 제공한다.

◆‘자산어보’ 촬영장도 핫플레이스

자산어보 촬영장은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구역으로 당초 촬영 후 철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간곡하게 건의해 보존됐다고 한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의 유배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준익 감독, 설경구, 변요한 등 주옥같은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핫플레이스인 영화 ‘자산어보’ 촬영장. ⓒ천지일보 2023.06.18.
[천지일보 신안=천성현 기자] 핫플레이스인 영화 ‘자산어보’ 촬영장. ⓒ천지일보 2023.06.18.

언덕을 오르기 전엔 단순한 초가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오르면 드넓게 펼쳐진 바다 풍광에 입이 떡 벌어진다. 촬영장 맞은편 섬은 우이도다. 정약용 선생이 당시 강진에 유배되고 정약전 선생이 우이도에 유배됐을 때 편지를 자주 주고받았다고 한다.

촬영장인 초가집 대청마루에 앉으면 우이도를 마주 볼 수 있다. 바다를 향해 앉고 반대편에서 뒷모습을 찍으면 평생 잊지 못할 명품샷이 탄생한다. 혼란스러웠던 그 시대 정약전의 생각은 어땠을까 잠시 회상해 본다. 세상일로 바쁘고 일상이 쉽지 않은 요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 타고 도초도를 향해 나만의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떨까. 1박 2일로 영화 자산어보의 풍광 같은 수많은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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