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물가상승률 2%대 둔화 전망
“일자리 문제, 사람 못 구해 난리”
與 의원들에 “자신감 가져도 돼”
경제학자 “긍정 아닌 걱정할 때”
일각에선 총선 염두 발언 해석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0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08.

[천지일보=손지하·이재빈·김민철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가상승률과 고용 문제에 대해 내린 진단과 현재 경제 상황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하반기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가속화되는 것과 심리적인 경제 위기론을 차단하려는 의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추경호, 물가상승률·일자리 모두 ‘긍정’ 진단

추 부총리는 지난 14일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에 참석해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모임에는 이철규 사무총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국민의힘 소속 의원 및 원외 인사 4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년에 대해 “물가 등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했다”면서도 하반기 경제에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또 최근 국내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에 대해 “수없이 많은 물가 대책과 유가 등이 하락한 결과”라며 “늦어도 7월에는 2%대의 물가(상승률)를 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전부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인 게 현주소”라면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은 ‘하반기에 가면 좀 나아질 텐데 특히 내년 초에 나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텐데 ‘친정 왔다고 뻥튀기하네’라고 할 수도 있다”고 농담하면서 자신의 얘기가 국내외 국책 연구기관의 공통적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부산항. ⓒ천지일보DB
부산항. ⓒ천지일보DB

◆“하반기 체감 물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추 부총리와 다른 측면이 있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7월에 2%대로 내려온다는 건 서두른 면이 없지 않아 있다. 3% 초반을 바라보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2% 후반이냐, 3% 초반이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 하락은 정부의 정책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 원자재 가격이 하락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국제유가도 굉장히 안정적인 데다가 경기가 위축돼 있어 수요 압력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잘못됐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해 말에 5.75%까지 올리기로 했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환율도 크게 오를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23%밖에 돼 언제든지 외환위기가 일어날 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물가가 집값에 반영되는 비율이 10%밖에 안 되는데 미국은 33%가 반영된다. 실질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5%대”라며 “물가 기준도 세계적인 표준에 맞춰야 하고 정부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하고 절대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바닥에 붙은 취업 상담 안내 문구의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바닥에 붙은 취업 상담 안내 문구의 모습. ⓒ천지일보DB

◆고용 상황, 노인에 취중… “질적 성장 없어”

김 교수는 추 부총리가 고용 문제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한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5%로 세계 2위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서 반도체도 적자인 상황이라 고용 문제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작년 외국인 직접 투자 유출액이 유입액의 4배다. 우리나라에서 (해외 기업이) 다 떠나고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26%고 OECD와 미국이 21%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수준으로 법인세를 낮춰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기업이 유출되니까 대학생 1000명 취업률이 45%밖에 안 된다. 정부가 고용 상황이 좋다고 하는 것은 60~70대 노인 일자리이고 20~30대 청년 일자리는 반밖에 취업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 부연구위원도 “고용 상황이 좋을 때든, 나쁠 때든 미스매치 문제는 늘 있었다. 한쪽에서는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고 다른 쪽에서는 일자리가 없어져서 문제였다. 고용지표에서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내부 상황을 들여다보면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 “청년층·가장 일자리 증가가 많지 않고 제조업 등 생산적인 부문에서 일자리 증가가 없었다. 질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했다는 얘기”라며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같은날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37만 9000명 늘어 여전히 노인일자리 의존도가 컸다. 50대(4만 9000명), 30대(7만명)에서도 취업자가 늘었으나 경제 허리라 할 수 있는 40대에서 4만 8000명이 감소했다. 또 20대에서 6만 3000명이 감소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9만 9000명 감소해 고용률이 0.2%p 하락한 47.6%를 보였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서 3만 9000명 줄었다.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보건업및사회복지서비스업(16만 6000명, 6.0%), 숙박및음식점업(12만 8000명, 5.9%), 전문과학및기술서비스업(11만 1000명, 8.7%) 등에서 증가했다. 반면 건설업(-6만 6000명, -3.0%), 제조업(-3만 9000명, -0.9%), 도매및소매업(-3만 1000명, -0.9%) 등에서 감소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에 참석해 있다. (출처: 뉴시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에 참석해 있다. (출처: 뉴시스)

◆총선 염두?… “경제 위기론 차단 의지”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물가상승률 둔화’를 언급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는데 정치평론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인 추 부총리는 이날 동료 의원들에게 연신 “주눅 들지 말라”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으로서 더 열심히 잘하고 민생을 챙겨야 하는 게 맞다”면서 “야당이 함부로 엉터리 경제학자들이 아무나 튀어나와 비판하는 것에 주눅들 필요 없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경제 현실에 대해서 일부 경제 전문가들의 얘기에 너무 휘둘리지 말라 그런 얘기로 보인다”며 “추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어렵지만 심각하게 위기 국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지금은 총선이라기보다는 연말 정도나 하반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가속화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면서 불필요한 또는 소모적인 심리적인 경제 위기론을 차단하려고 하는 그런 의지였다고 보인다”고 부연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총선이 내년이라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재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긴 어렵다”며 “여당 의원들 앞에서 얘기할 때는 분위기상 긍정적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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