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경찰청장 파면해야”
대구경찰직협 “법 알면서 왜 그래”
민변 “혐오 정치 중단하고 집회 보장”

[대구=뉴시스]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2023.06.17.
[대구=뉴시스]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2023.06.17.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대구시와 대구 경찰이 충돌하는 초유의 일이 있었다.

17일 대구경찰청과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5회를 맞는 대구퀴어문화 퍼레이드가 이날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등 시내 주요 도로에서 열렸다.

조직위 측은 행사를 위해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무대 설치를 위해 차량을 진입시켰으나, 대구시 공무원들이 이를 막아섰다.

대구시 측은 조직위가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시 공무원 450명을 동원해 차량을 막았다.

앞서 대구시는 교통방해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바 있다. 도로법 74조 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에 따르면 반복·상습적으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를 점용하는 경우나  도로의 통행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행정대집행이 가능하다. 

홍 시장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시간에 80여대의 버스가 오가는 대구 번화가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여는 대구퀴어축제는 단연코 용납하기 어렵다”고 올렸다.

그러나 대구 경찰은 반대로 대구시가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 대구시 공무원과 대치했다. 경찰은 15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해 교통 안내와 질서 유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17.
[대구=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17.

이번 퍼레이드는 법원에서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대구지법 민사20부는 퀴어 퍼레이드를 막아달라는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15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대구퀴어문화축제 같은 집회의 경우는 집회가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이 될 수 있고,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대구 경찰이 대구시 공무원을 밀어내는 초유의 일이 펼쳐졌고, 대구시 공무원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대치 상황이 정리됐다.

홍 시장은 현장을 직접 찾아 “공무원 충돌까지 오게 한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며 “문재인 시대의 경찰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나 세상이 바뀌었다. 불법 집회가 난무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비판했다.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12월 대구경찰청장에 임명됐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서도 “내가 ‘도로 불법 점거는 막아야 한다’고 하니 되레 ‘집회 방해죄로 입건할 수도 있다’고 겁박하는 간 큰 대구경찰청장”이라며 “불법을 옹호하고 시민 불편을 초래한 대구경찰청장은 교체됐으면 한다. 완전한 지방자치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검찰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분이 왜 이러는지 의문이다.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일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며 “퀴어문화축제는 집시법에 따라 경찰이 보호해야 할 집회”라고 반박했다.

또 “판례를 볼 때 퀴어문화축제가 불법 도로 점거, 정당한 행정대집행이란 것은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치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조영선 회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홍준표 시장은 혐오의 정치를 중단하고,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민변은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집회 자유를 보장하라는 법원의 결정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교통 통제와 버스 노선 우회에 협조하라는 경찰의 요청도 묵살하고, 홍준표 시장은 막무가내로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며 “시장의 위험천만한 정치적 도박판의 도구로 공무원을 동원하지 말라는 공무원 노조의 성명을 홍준표 시장은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