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간섭성 발언으로 한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단체 방중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김태년, 홍익표, 고용진, 홍기원, 홍성국 의원은 ‘경제 교류’ 명목으로 지난 12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또 민주당 소속 도종환•박정•김철민•유동수•민병덕•김병주•신현영 의원도 15일 중국과 ‘문화 교류’를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베이징으로 출국한다고 한다.

경제위기대책위는 보도자료에서 “두 달 전부터 추진해 온 일정”이라고 했다. 지난 4월 대책위에서 먼저 주한 중국대사관 측에 방문 의사를 전했고 이후 중국 정부 초청을 받아 방중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박정 의원 등은 “중국 정부 초청으로 2개월 전부터 추진된 일정이다. 국민의힘 의원도 2명 동행할 예정이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빠졌다”고 했다. 이들 민주당 의원의 중국행 비용은 모두 중국 정부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들이 중국에 간다고 해서 문제 삼을 것은 없다. 하지만 하필 왜 이 시기에 방중이 이뤄지는 것인가이다. 한중 관계는 양국 대사 초치와 외교부 대변인 간의 설전이 이어지면서 강 대 강 충돌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매체가 싱 대사를 엄호하며 한국 외교를 ‘도박꾼 심리’라고 비판하는 등 악화일로하는 양상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내정간섭 수준의 발언으로 외교문제를 야기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일정을 조정해야 되지 않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민감한 때에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 방문길에 나선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난을 충분히 받을만하다. 중국의 전통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 적을 이용해 또 다른 적을 통제한다는 의미)’ 전략의 일환으로 친중 성향의 야당을 끌어들이려는 지능적인 외교전략에 민주당이 이용당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에 맞서기 위해선 여야가 공조를 취해야 한다. 정부 외교 정책은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여야 간 정쟁을 벌일 수 있지만 외교, 안보에서는 국익을 위해 단합해야 한다.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여야가 엇갈리는 행보를 하는 것은 스스로 자중지란을 불러올 뿐이다. 이런 내부 분열은 오히려 중국만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결과적으로 중국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외교 행보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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