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재명 방탄’ 위한 부결”
野 “檢, 민주 ‘사냥감’으로 봐”
“이거 큰일났다” 우려 있기도
민주 ‘李 체제’ 이후 부결 속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무소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무소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2.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에 이어 민주당 출신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4번 부결시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18일 “더불어방탄당”이라며 맹비난한 반면,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표결에 대한 여야의 주요 쟁점은 일각에서 돈 봉투 의혹에 20여명의 민주당 의원이 연루됐다는 설이 제기된 부분과 표결 당시 한 장관이 체포동의안 요지 설명 중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을 겨냥해 발언한 점이다.

앞서 한 장관은 해당 자리에서 “범죄사실에 따르면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2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며 “최근 체포동의안들의 표결 결과를 보면 그 20여명의 표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한 바 있다. 

◆與 “민주, 李 가스라이팅 못 벗어났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민주당에 “이 대표의 가스라이팅에서 못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은 연루된 의원들이 후폭풍을 우려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이고, 한 장관의 발언이 부결을 촉발시켰다는 건 핑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 의원들이 부결의 명분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한 장관의 발언을 부결의 명분을 삼고 ‘우리를 자극했

기 때문에 갑자기 마음이 돌아서서 부결이 됐다’(는 식으로) 변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하나는 윤‧이 의원의 입이 무서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도 이 대표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며 “노 의원, 이 대표에 이어 윤‧이 의원까지 4연속 ‘더불어방탄당’ 인증마크를 획득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두 번째 체포동의안 대비를 위한 포석을 놨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의혹에 연루된 의원이 20여명에 달한다고 전해지는 상황에서, 자칫 수사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할까 봐 이중삼중의 방탄을 쌓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놔라”라며 “무엇보다 누구라도 감옥에 보내면 이 대표의 방탄조끼도 작동할 수 없기에, 단일대오로 ‘릴레이 방탄’을 형성했다고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2.

◆민주 “韓, 의원들 자극”… 부결엔 “우려”

민주당은 당 차원의 부결 의도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의원들의 의견이 부결에 몰린 데에는 한 장관의 발언이 결정적이었다는 입장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표결을 의원들의 자율 판단에 맡겼었지만, 이번 표결에선 재석 293명 중 윤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명 반대 145명 기권 9명, 이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132명 반대 155명 기권 6명으로 로 부결됐었다. 

당내에서 쇄신 강조가 쇄도한 만큼 이번 체포동의안은 가결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이 113석인 점을 감안하면 167석의 민주당에서 부결표가 대거 발생한 셈이다.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부결 배경에 대해 “저희가 두 의원을 보호해야 될 이유는 없다. 이미 탈당했고 그로 인해 저희가 얻는 것보다는 잃게 되는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방탄 (목적)보다는 검찰 수사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감정이 부결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편향된 검찰 수사에 따른 결과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의원들 사이에선) 자고 나면 압수수색을 당했다, 소환됐다는 속보가 계속 뜬다는 말이 나왔다”며 “민주당만 너무 일방적으로 타깃으로 하는 게 아니냐는 피해의식이 있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상황에서 한 장관의 발언이 불을 지른 거다. ‘아, 검찰이 우리 민주당 의원들을 사냥감으로 보고 있는 게 맞구나’라는 생각을 (의원들이)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조 의원은 이번 부결이 당에 부담을 준 부분에 긍정했다. 그는 “어제 표결 결과가 딱 올라왔을 때 오늘 아침 언론 상황을 예상했다. ‘이거 큰일났다’”라며 “방탄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또 지금 저희가 혁신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구두선에 불과하다. 너희들은 안 된다’ 이런 쪽으로 갈 게 뻔하기 때문에 저희가 추동력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12.

◆李리더십, 손상 지속… 사퇴론 짙어질 듯

내부에서도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온 만큼,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은 민주당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당의 쇄신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구성 중인 과정에서 당의 도덕성 불감증 문제를 키울 소지가 생긴 점도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 안팎에선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인선 이후 혁신기구의 효용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주목되는 사안은 이 대표 체제 이후 체포동의안 부결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 이전 4.15 총선 회계 부정 혐의에 대한 정정순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과 이스타항공 창업주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한 이상직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모두 가결시켰었다.

현재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비롯해 강성 지지층 문제와 이전에 있었던 그의 체포동의안 부결,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혹, 이 이사장 혁신위원장 인선 등 사안으로 내홍의 골이 깊어진 분위기다. 

당에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는 가운데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다시 청구될 경우 당에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홍 지속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 손상이 반복된 바 있어 당이 앞으로 다른 문제에 직면할수록 당내에서 거론되던 이 대표 사퇴론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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