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체결된 전세 54%는 역전세, 보증금 차액 1억원
하반기엔 1억 3천만으로 늘어… 정부도 대책 마련 나서

아파트 전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전세 매물 등 부동산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이날 직방에 따르면 올해 4월 전세가격지수가 2년 전(2021년 4월) 대비 11.8% 떨어졌다. 2023.5.22 (출처: 연합뉴스)
아파트 전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전세 매물 등 부동산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이날 직방에 따르면 올해 4월 전세가격지수가 2년 전(2021년 4월) 대비 11.8% 떨어졌다. 2023.5.22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을 두고 ‘풍전등화’ 같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아파트 절반의 보증금이 2년 전보다 하락한 ‘역전세’로 집계되면서다.

올해 상반기 집주인(임대인)은 새 세입자(임차인)를 들이면서 기존 세입자에게 평균 1억원을 차액으로 지불했다. 다만 전셋값이 더 떨어지면서 올해 하반기에 계약이 만료되는 집주인은 최소 1억 3천만원 상당의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전망이다.

12일 부동산R114는 올해 상반기 계약이 새로 체결된 전세 중 54%는 역전세였다고 밝혔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상반기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은 총 6만 5205건이고, 그 가운데 올해 들어 6월까지 동일 단지·주택형·층에서 1건 이상 거래된 주택은 3만 7899건이다. 이 중 보증금이 직전 전셋값보다 하락한 경우는 2만 304건으로 54%라는 것이다.

전세시장은 지난 2020년 7월 말 ‘임대차 2법’ 시행으로 보증금이 단기간 치솟았다가,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하락세가 가팔라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구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역전세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중구다. 조사 대상 단지 63%의 전세 보증금이 2년 전보다 떨어졌다. 이어 동작구(62%), 서초구(61%), 은평구(60%), 강북·관악구(각 59%), 강남·서대문·구로구(각 58%) 등 순으로 역전세 비중이 높았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단지.ⓒ천지일보DB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단지.ⓒ천지일보DB

늘어나는 역전세 규모만큼 떨어진 보증금 격차도 컸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거래의 평균 보증금 격차는 1억 152만원에 달했다.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들이면서 기존 세입자에게 평균 1억원 이상을 돌려준 셈이다. 전체 규모로는 2조 1천억원이 넘는다.

특히 강남권의 보증금 반환액이 컸다. 서초구와 강남구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반환액이 평균 1억 6817만원, 1억 6762만원을 기록했다. 또 송파구 1억 4831만원, 용산구 1억 1780만원, 성동구 1억 1761만원, 동작구 1억 1687만원 등 순이다.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노원구와 도봉구에서도 집주인이 각각 4645만원, 5214만원의 보증금 차액을 돌려줬다.

일부 단지에선 전셋값이 수억원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8㎡는 2년 전 20억∼2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는 14억∼15억원 선으로 하락했다.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59.92㎡도 9억 3천만원에서 7억원으로 2억 3천만원 하락했다.

역전세난 심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에 전셋값이 정점을 찍었고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계속 하락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2021년 12월과 2022년 1월 103.5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당시 평균 전셋값도 6억 3525만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단지.ⓒ천지일보DB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단지.ⓒ천지일보DB

실제로 현재의 전셋값 수준이 유지된다 해도 하반기 계약의 58%가 역전세 위험에 노출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21년 하반기에 계약된 서울 아파트 중 올해 상반기에  전셋값 비교가 가능한 2만 8364건을 분석한 결과다. 또한 가격 비교 대상에서 빠진 거래까지 포함하면 최대 4만건의 역전세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역전세난이 심화할 경우 전셋값 하락에 따라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 차액도 평균 1억 3153만원으로 오른다. 이는 올해 상반기 보증금 차액(1억 152만원)보다 30% 늘어난 액수다.

한편 하반기 역전세 확대로 인한 임차인 피해 예방을 위해 정부도 현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증금을 대부분 투자에 활용하는 현행 제도 특성상 피해는 결국 임차인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목적으로 대출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일부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집주인의 자금 여력을 확충해 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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