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대화보단 압박에 방점

과거사‧독도 문제는 아예 삭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천지일보 2023.06.08.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천지일보 2023.06.08.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7일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제목의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을 공개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대북 문제는 역시 예상대로 대화보다는 대결에 방점을 둔 윤 정부의 강경 기조가 그대로 반영됐다. 평화적 접근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아닌 강대강 대결 구조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대신 일본 정부에 대한 윤 정부의 호의, 즉 성의외교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대일관계에 대한 밀착이 더욱 강화됐다는 것인데, 일본과의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과거사와 함께 독도 문제에 대한 언급을 아예 빼버렸다.

◆안보실, ‘국가안보전략’ 공개

이날 국가안보실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은 윤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전략의 뼈대를 담은 지침서로,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비전으로 만든 국가안보전략을 5년 만에 개정한 것이다.

윤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됐고 미중 전략경쟁 심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공급망 불안·기후변화·팬데믹·사이버 위협 등 신안보 이슈 등에 대한 인식과 대응전략을 담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과 비교해 북핵 위협에 대한 서술 분량이 많아진 점이 눈에 띈다. 한반도 정세 부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실체적 위협으로 대두됐다”며 “현재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는 우리가 당면한 최우선적 안보 위협”이라고 기술돼 있다.

이 같은 윤 정부의 인식은 문재인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 단계인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포함되지 않은 걸로 귀결됐다. 전 정부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나 이번엔 ‘북한 비핵화’로 한정했고,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언급도 쏙 빠졌다.

일본에 대해서는 편들기를 더욱 노골화했다. 국가안보전략은 “일본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지역·글로벌 차원 협력 강화한다”고 적었다. 전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 있던 “역사 왜곡 및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 등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문구는 삭제됐다. 국가별 언급 순서도 ‘일본, 중국, 러시아’ 순으로 배치됐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가치 연대를 내뿜으면서도 경제 협력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두 나라와의 관계가 호전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일이다.

◆北엔 강경, 日엔 밀착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해 정치·군사적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기본 입장인데, 국가안보전략에서도 대화보다는 제재와 압박 중심의 대북 강경 기조가 그대로 깔려 있다. 우리 국익 추구 전략이 아닌 한미일 안보협력 의존도만을 키워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지만 당사자인 윤 정부는 문을 더 굳게 닫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북한 정권의 막무가내적 행태는 가끔은 참기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화를 통한 평화 프로세스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한반도 긴장고조를 유발하는 등 안보로 정치적 장사를 해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전쟁도 개의치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데 전쟁은 곧 공멸일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것이 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민족이라는 특수한 이중적 지위를 지닌 북한과의 갈등을 키우는 이유라는 건데, 하지만 일본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워 의아할 정도다. 일본의 눈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사와 함께 일견 독도 문제까지도 건드릴 태세다.

윤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 배상책임을 떠안으며 굴욕외교를 택한 뒤에도 일본은 호응은 커녕 특히 교과서 검정 결과를 통해서나 일본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독도에 대한 침탈 의지를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윤 정부가 하나를 양보하면 하나를 양보하는 게 아니라 되려 또 다른 것을 추가로 빼앗겠다는 게 그간 보여 온 기시다 내각의 행태인 셈인데, 이런 가운데도 윤 정부는 한일관계를 언급한 장에서 과거사뿐 아니라 우리 민족이 가장 민감해하는 독도 문제를 아예 삭제해 버린 것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대일 기조를 전환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윤 정부는 비판 여론에는 귀를 닫은 채 일본의 강제동원 배상책임을 떠안은 일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정상화됐다고 자부한다. 과거에 함몰돼 한 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보다는 미래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했다는 것이다. 일부 여론도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이끈 리더십의 발로라거나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 통 큰 나라가 됐다는 등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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