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일당 명의 ‘부동산 9곳’… A교회에 일괄 증여돼
증여받기 전 근저당 17억 상당, 일부 경매 넘겨지기도 
A교회 목사 “남씨 몰라, 소개로 알아, 안지 6개월 정도”

ⓒ천지일보 2023.06.08.
ⓒ천지일보 2023.06.08.

[천지일보=홍보영기자·최수아 수습기자]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를 낳은 일명 ‘건축왕’의 자산 이동에 개신교 A교회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8일 천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건축왕’ 남모씨 일당의 명의로 돼 있는 십수억 상당의 부동산이 A교회로 증여됐고, A교회 김모 목사가 남씨를 모른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증여를 하기 전부터 이해관계가 있었다는 의심되는 정황이 파악됐다. 남씨는 증여한 전체 부동산 중 7층에서 B교회를 설립했다. B교회 담임목사였던 백모 목사는 현재 A교회 김 목사와 함께 동역자로 있다. 

건축왕 남씨 등 5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등 검찰 조사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2월, 인천 미추홀구의 L오피스텔 건물의 ‘9개 부동산’이 A교회로 일괄 명의 이전됐다.

소유권 이전 당시 9개의 매물에는 17억 상당의 근저당이 잡혀있었다. 현재 평당 실거래가로 계산해도 약 14억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약 7억의 근저당이 잡힌 7층은 이전을 받았던 날로부터 한 달 전인 11월에 이미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즉 부동산값보다 빚이 더 많은 매물을, 그것도 일부는 이미 경매에 넘어간 매물을 넘겨받은 것이다. 

또 경기도에 있는 A교회는 소유권이 이전될 당시 자금 사정이 어려워 문을 닫은 상태였다. A교회가 있던 자리는 요양원이 오는 8월 완공 예정으로 지어지고 있고 소유주는 A교회 김 목사의 아들이다. 

천지일보는 남씨와 A교회와의 접점을 집중취재하다 특이점을 발견했다.

넘겨받은 부동산 L오피스텔에 ‘7층’은 남씨 회사의 전신인 OO종합건설 사무실이 등록된 주소였다. 그런데 이 장소는 지난 2020년 10월경부터 B교회가 세워져 운영되고 있었다. B교회는 대표에 남씨가, 담임목사는 백 목사였다. 한 기독교 매체에는 남씨가 장로로 소개돼있었다. 

언론 보도에서 B교회 측은 “남 회장(남씨)이 설립한 건 맞다. 별개로 운영돼 건설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현재 백 목사는 소유권을 이전받은 A교회 목사와 지난 1월 C교회를 세워 운영 중이다. C교회는 L오피스텔 건물 지하 1층으로 남씨 일당에게 김 목사가 소유권을 이전받은 부동산 중 하나다. 그곳에서 백 목사는 동역 목사로 함께하고 있다. 

김 목사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남씨와의 관계를 묻자 “남씨와는 모르는 사이다. 남씨와는 지난 2022년 11월 소개로 알게 됐다. 안지 6개월도 안 된다. (부동산 증여에 대해) 넘겨받는 조건이 빚까지 받는 거였다. 등기이전만 됐지 계약서도 받지 못했다. (근저당 부분에 대해선) 알았지만 계약 전에 서류 조금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가 소유권을 받았던 9개의 매물은 지금 모두 경매로 넘어간 상태다. 전문가는 증여 받는 부분이라 이전받는 쪽에 계약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등기 등의 행정절차에서 서류는 꼭 필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매업계의 한 종사자는 “일부러 날리기(부동산을 경매로 넘겨 매각)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경매업계에서는 부동산에 최대한 대출받고 날리는(경매로 넘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또 “증여받을 때 대체로 받는 쪽은 서류가 많이 필요 없긴 하지만 꼭 필요한 서류들은 있다”며 “교회라면 행정업무(등기 등)를 했을 사람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9개 매물에 대해 근저당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증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7층은 증여받기도 전에 경매로 넘겨졌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부동산 컨설팅 팀장은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고 이해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며 “도피·책임회피성 소유권 이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교회가 사실상 부채를 떠안는 것으로 증여할 이유도 없고 받을 이유도 없다”며 “(부동산을) 받은 자체부터 취득세나 재산세 등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와 관련 남씨와의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본지와의 2차 통화에서 “남씨가 ‘3년간 견딜 수 있는 자금을 대출(증여된 건물 담보)받아 조달해주겠다. 그 안에 회복하면 교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말에 증여받은 후 대출을 신청했지만 금액이 나오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출처: 법원 등기소, B교회 유튜브사이트 설립준비예배 캡쳐)
(출처: 법원 등기소, B교회 유튜브사이트 설립준비예배 캡쳐)

김 목사가 남씨를 “지난 11월에 알았다”고 언급한 부분도 어폐가 있다. 김 목사는 지난 2021년 남씨의 부친상에 조문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해 4월에는 남씨가 대표로 있는 L오피스텔 7층 ‘B교회 설립감사예배’에서 설교를 하기도 했다. 조문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된 11월로부터 6개월여 만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목사는 “자신이 소속된 ㈔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에 남 장로(남씨)가 회원으로 있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조문을 다녀왔을 뿐, 얼굴도 보지 못했다. (남씨 대표의 B교회에서 설교한 부분은) 백 목사가 설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김 목사가 증여받은 지 50일 만에 세운 지하 1층의 C교회는 남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의 주소로 등록돼 있다. 이는 남씨와 매물 9개를 받은 김 목사는 최소 2021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세가보다 높은 근저당, 이미 일부 경매가 넘어간 부동산을 받은 점, 김 목사가 현재 운영하는 교회 주소가 남씨 법인의 주소인 점, 남씨와 김 목사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이는 단순 헌금의 개념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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