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후 메타버스 ‘침체’
SKT·KT·LGU+, 지속 투자
“언젠간 부흥할 거란 기대”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월드IT쇼(WIS)’에서 관람객들이 KT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지니버스’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월드IT쇼(WIS)’에서 관람객들이 KT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지니버스’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9.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시장 열기가 식은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메타버스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의 성과를 보장하진 않지만 언젠가 도래할 가상세계 ‘붐’에 대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발표한 ‘메타버스 이용 현황 및 이용자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응답자 9941명 중 417명이 메타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4.2%에 불과하다.

또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이용자 기준 ‘이프랜드(ifland)’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2월 28만 7200명 ▲3월 25만 7900명 ▲4월 19만 1500명 등 하락세다. 신규 설치건 수도 2월 4만 5500건에서 4월 2만 500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프랜드는 이통 3사 중 SK텔레콤이 제일 먼저 내놓은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하지만 이통 3사의 투자 열기는 식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특화 서비스에, KT는 기술적으로 진보한 서비스에, SK텔레콤은 범용 서비스에 집중해 메타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일 업무용 메타버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메타버스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해 목적성과 실효성이 명확하고 고객 검증 기반으로 사용성을 높이는 버티컬 전략으로 사업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직장인 특화 업무용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슬랩(Meta Slap)’ 체험단을 공개 모집 중이다. 메타슬랩은 회의나 자료 공유 등 단일 목적으로 활용돼 동료 간 관계 형성이 어려웠던 기존의 협업 툴과는 달리 3D로 구성된 가상의 오피스 공간에서 함께 일하며 임직원 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체험단 운영 이후 시장 적합성·사용성 등 고객 경험 기반의 피드백을 반영해 서비스를 지속 고도화해 올 3분기 상용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직장인·대학생·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특화 메타버스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대학교들과 손잡고 만든 대학 특화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KT는 올해 3월 오픈베타(시범 서비스)로 내놓은 ‘지니버스’에 초거대 AI ‘믿음(Mi:dm)’과 디지털트윈을 접목한다. 지니버스 세상을 테스트베드 삼아 메타버스와 AI 사업을 둘 다 고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KT는 생성형 AI와 디지털트윈이 침체된 메타버스 산업을 다시 일으킬 만한 요소라고 봤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SK텔레콤 전시관에서 현지 모델들이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를 소개하고 있다. (제공: SK텔레콤) ⓒ천지일보DB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SK텔레콤 전시관에서 현지 모델들이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를 소개하고 있다. (제공: SK텔레콤) ⓒ천지일보DB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세종대학교 초실감XR연구센터와 메타버스 기술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세종대학교와 KT는 메타버스 요소기술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 체계 구축, 실-가상 연계 메타버스 기술 공동연구 추진, 메타버스 기술 관련 강의 지원 및 기술 협력 등을 약속했다.

범용성 있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통신사 중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한 SK텔레콤도 메타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에 올해 3분기 내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2021년부터 메타버스에 투자했다. 지난해 11월 한국 베트남 등 49개국에 이프랜드를 선보였다. 지난달엔 이프랜드에 이용자가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일상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이프홈’ 기능을 도입했다.

통신사들의 이 같은 투자 배경에는 당장 성과를 기대하진 못하지만 언젠가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주호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사업자들은) 현실을 증강하거나 새롭게 창조하는 디지털 세계가 언젠가 올 것이라는 비전이 있고 이것이 많은 가치를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통신 회사들은 가상세계에서 중요한 요소인 ‘연결성’에 대한 비전이 있을 것이다. 투자를 해놓다가 시장이 갑자기 확 커지면 준비한 걸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상세계는 옛날부터 언급된 미래지만 시장이 언제, 어떤 형태로 부흥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부흥 시점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지 않나 싶다. 생성형 AI 열풍과 애플의 비전 프로(XR 기기) 출시도 긍정 요소다”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가상오피스프로젝트팀 직원들이 직장인 특화 업무용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슬랩(Meta Slap)’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 LG유플러스) ⓒ천지일보 2023.06.07.
LG유플러스 가상오피스프로젝트팀 직원들이 직장인 특화 업무용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슬랩(Meta Slap)’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 LG유플러스) ⓒ천지일보 2023.06.07.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