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전
본관·춘추관서 8월까지 진행
순간이 담긴 상징적 소품 공개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23.06.05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23.06.05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엄마, 영문 타자기는 이승만 대통령의 필수품이었대요.”

주말인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 1층 전시실 안. 엄마의 손을 잡고 있던 한 남자아이는 전시장 한쪽에 쓰인 문구를 보며 말했다. 함께 있던 엄마는 “그렇네, 독립운동 시절부터 가방에 들어 있었다고 하네”라며 아이와 앞에 놓인 영문 타자기를 살펴봤다.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23.06.05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 내부 모습 ⓒ천지일보 2023.06.05

한 노인은 전시된 낡은 굴렁쇠 앞에서 발길이 멈췄다. 노인은 “그렇지, 88올림픽 때 이걸 사용했어. 개회식이 아주 멋있었지”라며 추억을 회상했다. 전시장에 온 20대 커플은 “4.19혁명 이후 경무대를 청와대라고 바꿔 불렀대. 여기 오길 참 잘했어”라며 전시를 꼼꼼히 둘러봤다. 

지난 4일 서울 청와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6.05
지난 4일 서울 청와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6.05

◆역대 대통령의 역사 전시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기념 특별전인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가 열렸다. 지난 1일 시작한 전시는 8월 28일까지 청와대 본관(세종실, 인왕실)과 춘추관에서 진행된다.

주말을 맞아 청와대에는 연인이나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붐볐다. 전시가 진행되는 청와대 본관은 30분~1시간 정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했다. 본관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섰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처음 청와대에 온 아이들은 내부를 둘러볼 생각에 벌써 기뻐하는 듯했다.

전시장을 관람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3.06.05.
전시장을 관람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3.06.05.

전시가 시작되는 본관 세종실에 들어서자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 관객을 맞이했다. 1948년 8월 15일부터 지난해 5월 9일까지 역대 대통령 12명의 얼굴을 담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곳 청와대는 74년간 국정 최고 리더십의 무대였다. 대통령들은 권력의 정상에서 고뇌하고 결단을 내렸다. 전시는 역대 대통령들의 청와대에서의 삶을 압축하는 소품이 공개됐다. 전시는 당시 시대 상황은 물론 관객이 역사에 쉽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승만 대통령의 영문타자기(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6.05
이승만 대통령의 영문타자기(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6.05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최고 지도자이면서 최고 외교관이었다. 1953년 7월, 6.25 전쟁 휴전 무렵 한미 양국의 최대 현안은 상호방위조약 체결 문제였다. 이승만은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협의를 이어갔다. 당시 78세였던 이승만 대통령은 직접 타자기를 두들기며 문서를 작성했다. 타이핑은 두 손가락을 쓰는 ‘독수리 타법’이었지만,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 이외에는 그 누구도 타이핑을 대신 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역사를 담은 ‘이승만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는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반려견 스케치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6.05
박정희 대통령의 반려견 스케치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6.05

박정희 대통령의 소품도 공개됐다. 그는 군인 이전에 초등학교 교사였다.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군인이 되기 전까지 교사로 일했다. 서예, 그림, 음악은 교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목이었다. 그는 드로잉 수첩을 갖고 다녔다. 그는 그림을 통해 국정 상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했다. 그가 직접 스케치한 경부고속도로 계획안은 정밀했다. 전시에서는 반려견 방울이(스피츠)를 그린 연필 스케치가 공개되기도 했다.

노태우 대통령의 퉁소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6.05
노태우 대통령의 퉁소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천지일보 2023.06.05

노태우 대통령의 퉁소도 전시에서 공개됐다. 노태우 대통령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다. 애창곡 베사메 무초를 멋지게 불렀고 퉁소 연주는 수준급이었다. 퉁소는 일곱 살 때 여읜 부친의 유품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량 독서대’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특허 보유 대통령으로도 유명하다. 1974년에는 사법시험 준비 시절 ‘개량 독서대’를 만들었다. 개량 독서대는 실용신안 특허를 받으며, 누워서 책을 볼 수 있게 각도 조절 기능을 갖췄다.

중앙계단에 설치된 ‘금수강산도’ ⓒ천지일보 2023.06.05
중앙계단에 설치된 ‘금수강산도’ ⓒ천지일보 2023.06.05

◆본관 내부 복원 프로젝트

본관은 ‘본관 내부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대통령이 국빈을 맞이하고 집무를 하던 시기의 모습으로 복원 중이다. 전시 기간에는 그동안 카펫 보호를 위해 설치됐던 덮개 카펫을 철거해 다시 드러난 붉은 카펫을 볼 수 있다. 중앙계단의 ‘금수강산도’는 제작 당시 은을 혼합해 채색했던 금색 부분이 산화돼 검게 변한 것을 김식 작가가 직접 복원해 금빛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충무실에는 BTS를 맞이했던 10폭 병풍인 서예가 이수덕의 ‘애일일신지대한민국(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와 국무회의장으로 쓰이던 세종실에 설치된 백금남의 벽화 ‘훈민정음’이 공개됐다.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는 청와대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사용된 가구와 식기 등 소품이 공개돼 당시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공개된 가구와 식기 등 생활소품 ⓒ천지일보 2023.06.05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공개된 가구와 식기 등 생활소품 ⓒ천지일보 2023.06.05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는 74년간 역대 대통령들이 격동의 대한민국 역사를 써 내려간 최고 리더십의 무대”라며 “전시는 대통령의 공과를 다루는 기존의 전시방식을 벗어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 대통령들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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