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대화, 싱가폴서 폐막
美·中 국방, 개막식 때 악수만
“美·캐나다, 해협 훈련은 도발”
美·캐나다 “국제법 근거 통과”
美 중심 5개 첩보국 동맹 회동

세계 주요국 안보 수장들이 집결한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4일(현지시간) 오후 폐막했다.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2박 3일간 열린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회의 기간 내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충돌했다. 사진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연례 국방안보포럼인 제20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출처: AP통신, 뉴시스)
세계 주요국 안보 수장들이 집결한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4일(현지시간) 오후 폐막했다.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2박 3일간 열린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회의 기간 내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충돌했다. 사진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연례 국방안보포럼인 제20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출처: AP통신, 뉴시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폐막하기까지 미·중 국방수장 간 회담이 불발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심의 첩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국가에 해당하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고위 당국자들은 별도의 만남을 가지며 대중(對中) 견제를 강화했다.

로이터 통신, BBC 등에 따르면 샹그릴라 대화가 싱가포르에서 사흘 일정을 마치고 4일(현지시간) 폐막한 가운데 관심을 모았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장관) 간 양자회담은 결국 불발됐다.

양국 장관은 2일 개막 만찬에서 짧은 인사와 함께 악수를 나눴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진 않았다. 미국 측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 측과의 대화를 제안했으나, 중국 측이 거절했다.

최근 중국 상무장관이 미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대화 재개 움직임도 보였지만 이번 회의에서 미·중 국방장관 간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미중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는 고위급 대화를 지속하고 있지만, 외교·안보 부문에서는 대화 접점을 찾지 못하고 냉기류를 이어가고 있다. 양국 장관은 오히려 대만 문제 등을 놓고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특히 회의 기간 중인 3일 미국과 캐나다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면서 중국 군함과 137m 거리까지 근접 접근해 충돌할 뻔한 일이 발생해 긴장이 높아졌다.

캐나다 글로벌뉴스는 미국과 캐나다가 남중국해에서 공동 임무를 수행하던 중 중국 군함이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정훈함(DDG-93)의 진로를 가로막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4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최근 대만 인근 해역에서 중국 군함이 미국 군함에 약 137m 이내로 접근해 ‘거의 충돌을 일으킬 뻔했다’고 보도한 캐나다 매체의 표현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미국과 캐나다의 합동 훈련이 ‘도발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중국 군함의 기동은 경고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군함의 기동이 “안전하지 않다”고 비난하며 “국제 수역에서의 안전한 통행에 관한 해상 ‘도로의 규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오스틴 장관은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은 치명적일 것이며 글로벌 경제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국이 양국 군 사이의 위기관리를 위한 더 나은 방법을 찾기를 꺼려 깊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이 통제 불능의 사고를 낼 뻔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리 부장도 별도 연설에서 “미국은 사리사욕을 위해 블록 대결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 지역의 지배권을 갖기 위해 ‘규칙’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중 간 심각한 갈등이나 대립은 세계에 견딜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면 중국 근처에 군사 자산을 보내선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질서 위한 ‘파이브아이즈’ 회동

한편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일라이 래트너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를 비롯해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국방정책 고위 관리들이 샹그릴라 대화 기간에 별도로 회동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5개국 간 공유된 가치와 규칙기반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흔들림 없는 약속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이브 아이즈’가 역내 안보에 대한 견해를 교환하고, 역내 회복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또 전략적 환경을 발전시키는 이러한 논의에 대한 기회를 환영하고, 향후 적절한 시기에 차기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첩보 혈맹’으로도 일컬어지는 ‘파이브 아이즈’는 1956년에 결성한 정보 동맹으로, 각 국 첩보기관의 기밀정보를 공유해 오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