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칼럼니스트인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펴낸 저서 ‘대한제국 망국사’를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02.
역사칼럼니스트인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펴낸 저서 ‘대한제국 망국사’를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6.02.

 

‘대한제국 망국사’ 펴낸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대한제국 망국사.
대한제국 망국사.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역사를 제대로 성찰하지 않는다면 치욕의 역사는 언제고, 어떤 형태로든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 펜을 들었습니다.”

과거 열강의 침탈무대가 됐던 한반도. 대한민국은 국력과 국격 상승으로 이제 국제사회에서의 위치와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됐지만 격변하는 불안한 국내외 정세 속에 외교·안보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이러한 때 거울과 경계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역사’다. 역사칼럼니스트인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은 우리의 역사 중에서도 ‘대한제국’을 들여다봤다. 대한제국의 긍정적인 면이 아닌 망국에 초점을 맞춰 각종 사료와 외국인 저서, 역사서 등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대한제국 망국사’를 펴낸 김세곤 원장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그가 왜 ‘대한제국’의 ‘망국사’를 다뤄야 했는지 알아보자.

― 망국사를 다룬 이유가 있나.

‘망국사’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이러한 제목의 책은 많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있어 망국은 불편한 단어지만, 동시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혜와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7년 전쟁을 겪고 ‘잘못을 뉘우치려 경계해 나무라고, 훗날의 환난이 없도록 삼가고 조심한다’는 의미로 ‘징비록’을 지었다. ‘대한제국 망국사’도 치욕의 역사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성찰에서 쓴 것이다.

조선 전체를 다루고자 했으나 대한제국을 통해서도 현 시대에 필요한 성찰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 범위를 줄였다. 그러나 대한제국 탄생 전야 등도 다뤘기 때문에 완전히 대한제국만 다뤘다고 할 수는 없다.

―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

원인보다는 ‘망국의 과정’을 제대로 살펴보고자 했다. 망국의 원인을 두고 ‘일본 때문이다’ ‘미국 때문이다’ 등 많은 분석과 논란이 있지 않나. 그러나 대한제국 13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즉 어떻게 탄생했고 망국이 됐는지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과정을 들여다보면 망국의 원인도 저절로 규명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나라 계몽주의자 양계초는 ‘조선을 망하게 한 것은 조선 자신’이라고 했다. 뼈아픈 말이지만 제대로 된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 중요하게 다룬 부분은.

과정을 다 다룰 수는 없겠지만 크게 국내문제와 국제관계를 다뤘다. 국내문제는 고종을 비롯한 당시 관료들이 백성을 위해 일 했느냐와 부정부패에 대해 다뤘다. 국제문제로는 우리가 자주적으로 외교활동을 했는가에 중점을 뒀다.

‘대한제국 망국사’를 펴낸 김세곤 원장 ⓒ천지일보 2023.06.02.
‘대한제국 망국사’를 펴낸 김세곤 원장 ⓒ천지일보 2023.06.02.

― 망국의 과정을 다루면서 느낀 점은.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지만 1894년 4월 동학농민군이 전주성을 점령했을 때, 고종이 청나라에 원병을 요청하지 않고 전봉준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면, 1898년 12월 고종황제가 독립협회를 강제 해산하지 않고 중추원에 의회 기능을 부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부정부패도 상당히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국 지리학자 비숍 여사는 착취하는 사람들과 착취당하는 사람들 두 사람들만 존재한다고 했다. 1/5은 양반으로 구성된 관료들로 이들은 허가받은 흡혈귀고, 나머지 4/5는 흡혈귀들에게 피를 공급하는 하층민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오늘날이나 옛날이나 부정부패가 심각하다. 과거 망국의 원인을 되풀이 하지 말고, 민생을 챙겨야 한다. 사리사욕 챙겨서 생기는 게 부패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당시 힘이 없기에 각종 협정과 조약에서 조선은 번번이 제외(무시)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힘이 있는 만큼 외교 등을 자력으로 자주적으로 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

‘망국’이라는 단어 때문에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나절이면 다 읽을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썼다. 고종과 커피 이야기 등 대중이 잘 알고 있는 내용도 다뤘다. 치욕의 역사는 다시 반복될 수도 있다. 독자들 중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망국의 과정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적용되는 건 없는지 살피고 고쳐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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