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불매’ 시작은 일제강점기 
지난 정부 한일관계 악화로
‘노재팬’ ‘불매운동’ 대세이뤄
일부 日기업, 韓시장서 철수

현 정부, 한일관계 대폭개선
한일 화이트리스트 원상복구
日제품·여행 다시 인기몰이
日기업, 실적·판매 회복세로

한일관계 개선에 따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인 ‘노재팬’이 ‘예스재팬’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탑승수속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여행객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일본 의류 기업 유니클로 로고. 일본 아사히 맥주. (출처: 뉴시스)
한일관계 개선에 따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인 ‘노재팬’이 ‘예스재팬’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탑승수속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여행객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일본 의류 기업 유니클로 로고. 일본 아사히 맥주. (출처: 뉴시스)

-핵심요약-

◆휘청이던 日기업 회복세

‘노재팬’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실적이 급감했던 일본 기업들이 한일관계 개선에 따라 다시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불매운동에 대표적 품목이던 일본 맥주와 의류 등의 판매량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본 맥주는 1년 새 수입액이 2배 이상 늘었으며, 유니클로는 매출이 노재팬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예스재팬으로 日 문화도 인기

3년여간 이어져 온 노재팬은 ‘예스재팬’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일본 문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여행객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작년 대비 125배나 폭증했다. 또한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관객 수 1·2위를 모두 일본 영화가 차지할 정도로 일본 영화도 인기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노재팬’으로 굳게 잠겨있던 일본에 대한 한국 시장이 풀리면서 ‘예스재팬’ 문화에 따른 산업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영화가 흥행한 데 이어 한국인의 일본여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또한 맥주부터 패션, 자동차 등 관련 일본 기업 제품들의 판매량도 회복세를 보이는 등 이제 노재팬은 자취를 감춘 분위기다.

한국과 일본 정상이 노재팬의 원인 격인 수출 규제를 복원키로 하면서 일본 문화와 제품 등 예스재팬 문화는 더 강한 산업계 변화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출규제에 뿔난 韓 ‘노재팬’ 응수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지난 2019년 7월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수출 규제에 나섰고, 다음달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이에 한국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는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 이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운동인 이른바 노재팬이 전국민적으로 퍼져나갔다. 

일시적 일 줄 알았던 노재팬은 계속 확대돼 사회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일본 의류 기업인 유니클로는 한국 1호점인 잠실점을 폐점하는 등 일본 제품의 판매는 급감했다. 특히 일본차 브랜드들의 실적은 절반 이상 급감했다. 이 과정에서 닛산과 인피니티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첫 사례는 일제강점기 기간이던 1920년대 물산장려운동이 시초다. 당시 일제의 경제 수탈과 민족 말살 정책에 항거해 일어났던 물산장려운동은 국산 제품을 써서 민족 자본을 만들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조선을 세우자는 취지로 항일운동이자 불매운동인 셈이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계속됐다. 특히 일본이 역사 왜곡 및 망언을 할 때면 어김없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대표적 사례로 ▲1995년 광복 50주년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 ▲2001년 일본 후쇼사 출판사 역사 왜곡 교과서 파동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2011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2016년 주한 대사관 앞 위안부 동상 설치 관련 일본 대응 때의 불매운동이 있었다.

과거에는 시민단체 중심의 ‘일장기 화형식’ 등 다소 과격한 방법이 동원됐지만 최근에는 일본 여행 안 가기‘ ’일본 맥주 안 마시기‘ 등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단순 시위가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매운동이 전국민적으로 확산해 영향력도 남다르다.

◆한일정상회담서 화이트리스트 복원

2019년 시작된 노재팬은 3년여 만에 종료되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7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양국의 사실상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대표적 비우호 조치였던 소위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을 위한 절차들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도 “한국을 ‘그룹A(화이트리스트)’로 추가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이미 지난 4월 24일 전략물자 수출 대상 최상위 그룹인 ‘가의 1’과 일본 혼자 속했던 아래 그룹 ‘가의 2’를 ‘가’로 통합하는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관보에 게재했다.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재지정하는 절차를 끝냈다는 것이다.

일본은 4월 28일 한국을 ‘수출무역관리령 별표3의 국가(화이트리스트)’에 추가하기 위한 정령 개정 절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의견 수렴 및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남겨놓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두 정상이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한일 외교 시그널에 日기업 실적 회복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노재팬은 사그라들고 예스재팬으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한일 경제도 다시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틈 타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일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 여행객이 줄지어 가고 있다.

일본 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 1∼4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673만 9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배 급증했다. 이 중 한국인은 206만 7700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5배 폭증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 비율이 31%로 10명 중 3명은 한국인인 셈이다.

국내 극장가에서도 일본 영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3월에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난달 31일 기준 누적 관객 수 549만명을 동원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관객 수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누적 관객 수 467만명으로 기록해 2위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 일본 영화가 국내 극장에 속속히 개봉하고 있다. 이날 기준 일별 박스오피스 10위 안에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68만명)와 ‘남은 인생 10년’(6.3만명),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영화가 3개나 차지했다.

노재팬으로 실적이 급감했던 유니클로는 매출이 노재팬 이전 수준으로 회복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80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이는 SPA 브랜드 1위 탑텐보다 앞선 성적으로 다시 국내 SPA 1위 탈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47억 5792만원으로 전년 대비 73.04% 늘었다.

불매운동으로 국내 매장 60여곳의 문을 닫았던 유니클로는 지난 4월 경북 경주에 매장을 개설하는 등 다시 국내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 노재팬 제품 중 하나인 일본 맥주도 다시 인기몰이하고 있다.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일본 맥주 수입금액은 662만 7000달러로 지난해 동기(266만 6000달러) 대비 148.5% 증가했다. 1년 새 수입액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는 노재팬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9년 2분기(1901만 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수입액은 아직 1/3 수준이다. 

최근에는 뚜껑째 열어 마시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가 일부 편의점에서 품귀 현상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일본 맥주 할인 판촉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차 브랜드도 한국 시장에 신차를 내놓으면서 공략에 나서고 있다. 

토요타는 최상급 세단을, 렉서스는 첫 전용 전기차를 한국에 선보인다.

렉서스는 지난달 22일 브랜드 첫 전기차 전용 모델인 ‘RZ 450e’와 완전 변경 모델인 ‘RX’를 한국에 공식 출시했다. 토요타는 오는 5일 플래그십 모델 16세대 ‘크라운’을 한국 시장에 내놓으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노재팬으로 급감했던 실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렉서스는 올해 1~4월 한국에서 432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2019대) 대비 2배 넘게 판매해 114%의 성장률을 보였다. 토요타는 올해 1~4월 2383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1757대) 대비 35.6% 판매량이 기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 통화에서 예스재팬과 관련해 “양국의 수출과 수입 등 교류가 많아야만 양국의 경제도 발전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일본에서 우리나라가 유니클로 제품, 맥주 등의 수입을 많이 하는데 그런 부분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도 한류 문화를 일본에 많이 수출하고 있기에 이러한 교류 확대는 양국 국민들 사이에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우리가 매년 일본에 50조원을 수출하고 100조원을 수입해 매년 50조원의 무역 적자를 내고 있지만 대부분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들로 우리나라가 반도체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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