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생
박이도(1938 - )

이제야 내 뒷모습이 보이는구나

새벽 안개밭으로 사라지는 모습

너무나 가벼운 걸음이네

그림자마저 따돌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시평]

한창 젊어, 그래서 자신의 끓어오르는 욕망에 이끌리어 살아가기 바쁜 그런 시절에는, 자신을 뒤돌아볼 여가도 또 여력도 없다. 왜 그런가? 앞만 보고 달려나가야 하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절 앞만 보고 달려나간다. 마치 저만치 앞에 우리가 도달해야 할 중요한 목표라도 있는 듯이.
그러나 이제 나이가 지긋해지고, 그래서 인생의 여러 고비를 넘긴 그런 나이가 되면, 우리가 도달해야 그런 필연적인 목표도 꼭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살아가는 그 여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면, 이내 새벽 안개밭으로 사라지는 모습, 너무나 가벼운 걸음으로 그림자마저 따돌리고 사라지는 자신의 쓸쓸한 뒷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자신의 뒷모습. 이러한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로, 어디로 그렇게 사라지듯 총총히 가고 있는 것일까.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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