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15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광고판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30년에 걸친 권위주의 통치를 또다시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개혁 성향의 민주체제로 전환할 것인지를 가리는 튀르키예 대선의 최종 결과는 결국 28일 결선투표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AP/뉴시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15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광고판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30년에 걸친 권위주의 통치를 또다시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개혁 성향의 민주체제로 전환할 것인지를 가리는 튀르키예 대선의 최종 결과는 결국 28일 결선투표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AP/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튀르키예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튀르키예 현 대통령이 최다득표를 했지만 과반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28일(현지시간) 결선 투표에서 승부를 가린다.

대선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맞수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74) 공화인민당(CHP) 대표에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것으로 예견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최종 득표 차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4.6%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에 지난 14일 대선 최종 집계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약 2710만표(득표율 49.51%), 야권 단일후보인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약 2460만표(득표율 44.88%)을를 얻었다.

튀르키예 대선은 1차 투표에서 후보자가 과반 득표율을 유지하면 당선이 확정되지만, 과반에 미치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치르게 돼 있다.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5만명 이상이 사망한 지 3개월 만에 진행됐다. 40%를 넘는 인플레와 2월 대지진에 대한 미흡한 대처, 비판적인 인물을 구속하거나 공직에서 추방하는 등의 여진 속에서다. 지난 14일 투표에서 득표율 3위를 차지한 시난 오안 후보가 돌연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점도 변수다.

튀르키예 대선이 치러진 하루 뒤인 15일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민당(CHP) 대표의 광고판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30년에 걸친 권위주의 통치를 또다시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개혁 성향의 민주체제로 전환할 것인지를 가리는 튀르키예 대선의 최종 결과는 결국 28일 결선투표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AP/뉴시스)
튀르키예 대선이 치러진 하루 뒤인 15일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민당(CHP) 대표의 광고판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30년에 걸친 권위주의 통치를 또다시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개혁 성향의 민주체제로 전환할 것인지를 가리는 튀르키예 대선의 최종 결과는 결국 28일 결선투표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AP/뉴시스)

대선 후보를 살펴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내내 친(親)러시아, 반(反)서방 행보를 보여왔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쟁자 클리츠다로을루 대표는 서방 진영과 관계 개선을 약속했다. 야권이 승기를 잡으면 의회 민주주의를 복구하고 서방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대전환이 예상된다. 또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 국내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에르도안 현 대통령은 시장 재임 당시 유럽연합(EU) 가입을 반대했었다. EU가 튀르키예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독교인들의 동맹이라고 여기면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94년 이스탄불 시장이 됐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의 감독하에 술집의 음료수 목록에서 술을 없앴다. 통학버스도 남학생용과 여학생용을 엄격하게 구분해 운용하도록 했다. 해변에는 여성이 수영할 수 있는 별도의 구역을 지정했다. 이후 2003년 터키의 총리가 됐고, 2017년 대통령제 개헌을 거쳐 현재까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맞수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튀르키예 공화국 건국자이자 초대 대통령인 아타튀르크의 상속자를 자칭한다. 케말은 경제학을 공부하고 1980년대부터 재무부에서 일했다.

그가 속한 공화인민당은 사회민주적 성향을 가진 정당이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지난 2002년부터 의회의 대표를 맡아 튀르키예 민주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왔다. 그가 당을 이끌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졌다. 때때로 서로 신랄하게 비판을 주고받았다.

이제는 승부의 시간이다. 종교 편향과 자유를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올곧은 튀르키예를 내세우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또 한 번 5년간의 집권을 맡길 것인가. 아니면 이를 극복한 세속주의를 회복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친서방 정책을 펼 새로운 정치세력을 선택할 것인가. 튀르키예 국민들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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