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야기(4)] LG창업자 연암 구인회 회장의 경영 철학(2)

LG그룹을 창업한 구인회 회장은 근검절약하는 생활이 몸에 밴 사람으로 잘 알려졌지만 일제 말기 백산 안희제 선생에게 독립운동자금으로 당시로는 거금인 1만원을 아낌없이 주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점심식사 때 좁은 골목길의 국밥집을 애용하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도움을 호소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뜻 거금을 담보 없이 주면서 영수증도 받지 않았다. 다만 그는 돈을 벌면 꼭 배로 갚으라고 신용을 강조했다.

구 회장의 경영철학은 ‘항상 국민 생활을 편하고 즐겁게 만들면서 나라를 위해 일 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다. 국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부터 사업을 개척해 나간다.

그리고 일단 착수하면 앞뒤 돌아보지 않고 과감하게 밀고 나간다. 그는 “성공해도 거기에 만족하지 말고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것, 한층 더 큰 것, 보다 어려운 일에 새롭게 도전한다”고 강조한다.

사업 품목으로 선정한 럭키치약 하나만 살펴보면 구 회장은 원가절감을 이유로 원료의 질이 낮은 것으로 변경해 사용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럭키제품을 선택한 소비자들에게 언제나 더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꿈을 가진 기업인’의 의무라고 역설한다.

오래전부터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구 회장은 “돈을 벌기만 했는데 사회에 기여하려면 무슨 방면에 쓰면 좋을까”라고 질문한다.

이에 장남인 구자경이 “문화재단을 설립해 농촌지도자를 양상하고 싶다”고 말하자마자 “농촌지도자도 좋지만, 공업으로 나라를 일으키는 마당에 그 방면의 전문 교수나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생색만 내는 도움에 그치지 말고 좀 더 국가에 필요한 일에 적극 동참하라는 뜻이었다.

구 회장은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문화재단의 설립 계획서와 함께 허가원을 제출했다. 그리고 재단의 사업목적은 학술, 문화, 기술 개발을 위한 장학육영사업과 사회복지사업 등으로 결정했다.

교육위원회를 통해 계획서를 검토한 정부(문교부 주관)는 구인회 회장의 뜻을 높이 평가하면서 문화재단 설립을 승인했다. 이처럼 구 회장은 ‘한번 결정하면 전력투구를 하고, 10년 이상을 견디어 내야 한다’는 선친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했다.

또한 구 회장은 어떤 약속이든 한번 하면 꼭 지켰는데 그는 결코 의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구 회장은 사돈이나 친구가 하는 사업을 빼앗거나 옆에서 훼방하는 일은 결단코 한 적이 없다.

구 회장은 기업의 정도에 대해선 창의와 노력으로 새로운 부를 창출하라고 강조한다. 구 회장은 이미 형성된 자본재에 투기함으로써 불로소득을 얻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의 철학을 실천했다.

구 회장은 유교 가풍이 엄격한 집안의 장손으로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아랫사람에게는 부드럽고 솔직하면서 다정다감하게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출장을 갔다 올 때는 넥타이나 넥타이핀 같은 것을 사 와서 부하직원들에게 선물했다. 몸이 아픈 직원이 있으면 국내 최고의 한의사를 불러 진맥을 받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또 구 회장은 친구나 부하에게 사업실적에 대한 공을 돌려 더욱 힘내서 일하도록 독려했다. 그는 남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았고, 한번 믿으면 모든 권한을 위임해 알아서 일하도록 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사람이 기업이고, 기업이 사람이니, 따뜻한 인간애로 사람들이 성과를 내도록 적극 지원해 주는 일이 본인이 추구하는 최고의 경영이라 생각했다. 또 그는 팀워크와 책임 경영을 강조하면서 인화단결을 제일의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연암 구인회 회장이 지켜온 인생과 경영철학은 현재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무대로 열심히 일하는 LG인들의 가슴속에서, LG그룹을 4대에 걸쳐 지속 성장시키는 핵심 철학으로 남아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