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평가 진전할 수 있어”
“시료 채취 못한 깜깜이 시찰”
“국민 85%, 오염수 방류 반대”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항에 24일 배들이 떠 있다. 이 항구는 일본 정부가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55㎞ 정도 떨어져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항에 24일 배들이 떠 있다. 이 항구는 일본 정부가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55㎞ 정도 떨어져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이틀간의 현장 시찰을 마쳤지만 안전성 평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국희 시찰단장은 지난 24일 “안전성 평가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찰은 우리 측의 시료 채취 없이 일본 측의 안내와 설명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깜깜이 시찰’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국민 10명 중 8명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국민의 불안감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찰단이 국민이 납득할만한 추가 분석 결과를 내놓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 안전성? 추가 논의 필요”

시찰단은 지난 23~24일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를 현장 시찰했다. 시찰단은 다핵종제거설비 ‘알프스’, 오염수 탱크, 운전 제어실 등을 확인했다. 두 번째 날은 방사능 성분을 분석‧측정하는 장비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점검했다. 특히 안전성 논란의 핵심인 삼중수소 희석 장치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삼중수소는 알프스로도 제거되지 않는 방사능물질로 알려졌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4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을 마치고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쿄전력 폐로 자료관에 돌아와 취재진에게 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4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을 마치고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쿄전력 폐로 자료관에 돌아와 취재진에게 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유국희 시찰단장은 지난 24일 현장 점검을 마친 후 “2021년 8월부터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토하면서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사찰 항목으로 잡았다”며 “보고자 했던 설비들은 다 봤다”고 말했다. 유국희 시찰단장은 “시찰을 통해 안전성 평가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에 관해선 “기능과 역할에 대한 여러 가지 추가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민주 “깜깜이 시찰 아닌 견학단 수준” 맹비난

이번 시찰은 우리 측에서 ‘시료 채취’를 하지 않고 일본 측의 안내로만 현장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이번 시찰단이 가서 시료 채취도 못 하고 (시찰단) 명단도 공개가 안 되고 언론에도 검증이 안 된다”면서 “삼무(三無) 깜깜이 시찰이 아니고 이거는 견학단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받은 시료를 저희한테도 줬다”며 “세 차례 시료를 받아서 그 시료를 분석한 결과가 곧 나온다”고 반박했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설문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설문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국민 85.4%, 오염수 방류 반대”

시찰단이 현장을 점검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게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은 85.4%로 가장 높았다. ‘찬성’은 10.8%, ‘모른다 또는 기타’는 3.9%로 조사됐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79%로 나타났다. ‘신뢰한다’는 17%를 기록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시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 것이다’는 의견은 72%, ‘변화 없을 것이다’는 16.1%, ‘늘어날 것이다’는 11.6%로 조사됐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대해 정부가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64.7%, ‘잘하고 있다’는 29.4%로 나타났다.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항 수산물 시장에서 24일 판매 중인 생선. 이 항구는 일본 정부가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55㎞ 정도 떨어져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항 수산물 시장에서 24일 판매 중인 생선. 이 항구는 일본 정부가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55㎞ 정도 떨어져 있다. (출처: 연합뉴스)

◆환경단체 “검증 아닌 시책 인정한 꼴”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시찰단이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굉장히 친절하게 안내했고 우리가 여러 시설들을 눈으로 잘 관찰했다’고 말했다”며 “검증이 아니라 시책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경숙 활동가는 “일본 정부에 명분을 주는 행위”라며 “교수 등을 초빙해 오염수를 마셔도 괜찮다는 괴담을 유포할 것이 아니라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여서 제대로 된 오염수 저지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국민의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재훈 활동처장은 “정부가 수산물 안전 대책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투기를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내달 8일 국제 해양의 날을 맞아 서울에서 어민들과 함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