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전남 신안군 퍼플섬에서 오는 28일까지 라벤더 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라벤더 축제가 열리는 퍼플섬 전경. ⓒ천지일보 2023.05.21.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전남 신안군 퍼플섬에서 오는 28일까지 라벤더 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라벤더 축제가 열리는 퍼플섬 전경. ⓒ천지일보 2023.05.21.

신안 퍼플섬 라벤더 축제
 

반월도·박지도 이어진 퍼플교

소통의 의미 ‘중노두길’ 전설

뮤렉스 달팽이서 보라색 나와

극과 극의 색 만나 화합 상징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신비롭고 고귀한 색 보랏빛 향연이 펼쳐진 신안 안좌도 퍼플섬에서 오는 28일까지 보라꽃의 대명사인 라벤더 축제가 열린다.

라벤더는 피기 시작하면 한 달 정도 바짝 피었다 져 더 애틋하다. 본지가 최근 찾은 퍼플섬에는 라벤더가 활짝 펴있었다. 축제 기간과 맞물며 적당히 피기 시작해 축제 기간 내내 보랏빛 물결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벤더는 허브 작물로 향이 은은하면서도 상쾌해 머릿속을 맑게 해 준다. 부드러우면서도 박하같이 시원한 향에 매혹되면 자꾸만 맡고 싶어진다. 라벤더가 지고 나면 퍼플섬엔 버들마편초가 피기 시작한다. 버들마편초는 6월·7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 폈다 졌다를 반복한다. 신비로운 보랏빛에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가 끊이질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해설사와 팸투어에 참석한 기자들. ⓒ천지일보 2023.05.21.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해설사와 팸투어에 참석한 기자들. ⓒ천지일보 2023.05.21.

◆반월도·박지도 ‘퍼플섬’으로 각광

신안군 안좌도에 있는 퍼플섬은 천사대교를 건너 차로도 이동할 수 있다. 천사대교는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9년 4월까지 8년 6개월 동안 공사 기간을 거쳐 완공된 현수교와 사장교가 함께 있는 다리다.

박향란 홍보팀장은 “천사대교가 개통한 후 신안을 찾은 방문객이 220만명에 달한다”며 “일일 평균 2360대의 차량이 이곳을 지난다”고 설명했다. 또 “천사섬이라 불려 1004개의 섬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신안에 있는 섬은 총 1025개이며 무인도 951개, 유인도 74개”라고 말했다.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퍼플교는 지난 2007년 놓였다. 이후 2015년 가고 싶은 섬에 반월도가 선정되면서 매년 8억원씩 4년 동안 지원됐고, 2020년 개발되면서 ‘퍼플섬’이라 명하게 됐다. 퍼플섬은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 United Nations World Tourism Organization) 세계 최우수 관광 마을로 선정된 곳이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에서 공동으로 ‘2023 봄철 찾아가고 싶은 섬’으로도 선정됐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퍼플교 건너는 관광객들. ⓒ천지일보 2023.05.21.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퍼플교 건너는 관광객들. ⓒ천지일보 2023.05.21.

◆육지를 걸어서… 소망 담긴 퍼플교

반월도는 반달 모양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안좌도에서 섬과 섬을 잇는 퍼플교는 걸어서 육지를 건너고 싶은 할머니의 소망을 담아 만든 두리~박지도~반월도를 잇는 1462m의 목교다.

해설사는 “달에 기대어 사는 섬 생활”이라며 “물이 들면 전부 갯벌이어서 배가 다닐 수도 없고 물이 빠지면 갯벌이어서 건널 수도 없어 생활이 많이 불편했는데 목교, 부잔교가 놓여 육지를 오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리 아래 갯벌에는 감태, 파래도 보이고 다리 중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팔각정이 있다. 물이 빠지면 칠게가 노는 모습, 짱뚱어가 나와 ‘뻘짓’을 하는 재미난 풍경도 볼 수 있다. 물이 찰 때와 빠졌을 때의 모습이 제각각이어서 이 또한 매력적이다.

박지도에는 900년 된 우물이 있다. 지금도 우물에선 물이 나온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활짝 핀 라벤더. ⓒ천지일보 2023.05.21.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활짝 핀 라벤더. ⓒ천지일보 2023.05.21.

◆‘퍼플’ 이름 달팽이에서 유래돼

기원전에는 보라(퍼플)색을 얻기가 어려웠다. 보통 빨강, 파랑, 노랑 같은 색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지만 보라색은 어떻게 얻게 된 걸까. 해설사는 “지중해에 뮤렉스라는 바다 달팽이가 있었는데 이것으로 페니키아인들이 굉장히 돈을 많이 벌었다”며 “뮤렉스 내장 안에 있는 추출물이 보라 퍼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퍼플은 적자색 즉 빨간색이 많이 섞여 있었다”며 “뮤렉스에서 추출한 퍼플로 중국에서 수입한 비단에 물들이니 얼마나 멋있었겠나”고 말했다. 또 “달팽이 1만 마리를 모았을 때 1g 정도 나올 정도여서 아주 귀중한 컬러였다”며 “당시 왕들이나 제사장들이 주로 사용할 정도로 고귀했다”고 덧붙였다.

해설사는 “이집트 파라오의 왕관에 있는 코브라 심장도 퍼플”이라며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주로 선호해 임페리얼 퍼플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보라색을 만들려면 파랑과 빨강을 섞으면 된다. 해설사는 “극과 극의 색이 만나 신비한 보라색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화합과 조화를 상징하기도 한다”고 했다. 또 “최근 영국 찰스 3세 대관식에서 쓴 왕관도 자세히 보면 머리에 들어가는 입구가 모두 보라색으로 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만큼 귀하고 존귀하며 존엄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물이 빠졌을 즈음에 볼 수 있는 ‘중노두길’에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진다. ⓒ천지일보 2023.05.21.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물이 빠졌을 즈음에 볼 수 있는 ‘중노두길’에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진다. ⓒ천지일보 2023.05.21.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중노두길’

반월도에는 1450년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이곳에는 말(馬) 40필을 기거시킨 흔적이 있다. 해설사는 “제주도에서 한양(서울)으로 가는 중간에 새끼도 낳고 잠시 쉬어가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퍼플교를 향한 길 따라 심긴 효자향 나무도 볼 수 있다. 효자향은 겨울이 되면 초록 잎에 빨간 열매가 매달려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추운 겨울 추위를 이기라고 씌워둔 보라색 비닐도 멀리서 보면 또 장관을 이뤄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한다고.

‘I PURPLE YOU’라는 포토존도 있다. 이 말은 BTS의 뷔가 언급한 말이다. 해설사는 “끝까지 변함없이 사랑하자는 의미로 인증샷을 남기는 분들이 많다. 신조어 사전에도 등재된 말”이라고 설명했다. 보라색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보랏빛 등나무꽃이 핀 터널도 볼 수 있는데 이곳도 놓칠 수 없는 포토존이다.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함에 보랏빛의 등나무꽃이 화사해 막 찍어도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BTS 뷔가 언급한 I PURPLE YOU(아이 퍼플 유) 포토존. ⓒ천지일보 2023.05.21.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BTS 뷔가 언급한 I PURPLE YOU(아이 퍼플 유) 포토존. ⓒ천지일보 2023.05.21.

퍼플교를 건너기 전 물이 빠졌을 즈음에 볼 수 있는 ‘중노두길’에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진다.

해설사는 “섬과 섬 사이엔 갯벌이 있어 왕래가 참 어렵다”며 “노두는 소통을 의미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반월도에는 스님이, 박지도에는 비구니 스님이 사셨는데 우연히 새벽에 목탁 치는 소리와 염불 외우는 소리를 듣고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며 “인적이 드문 한적한 섬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연분이 생기게 되고 어느 날 스님이 망태기에 돌을 가져와 갯벌에 쏟아붓는 것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구니 스님도 그 뜻을 알고 함께 돌을 부었지만 바람 불고 파도가 세면 또 떠내려가니 어느덧 중년을 넘기고서야 드디어 만나게 된다”며 “손은 거칠 데로 거칠어졌고 얼굴의 주름은 깊이 파인 모습에 신분을 떠나 서로 말없이 눈물만 흘리며 바라보다 어느덧 조금씩 물이 차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 “결국 돌아가지 못하고 포옹한 채 쓸려 내려가 그들이 떠난 썰물 위에 자국만 남은 것이 중노두길”이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보라꽃의 대명사인 라벤더. ⓒ천지일보 2023.05.21.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보라꽃의 대명사인 라벤더. ⓒ천지일보 2023.05.21.

해설사는 “우리에게도 물이 들면 보이지 않는 노두가 얼마든지 있다”며 “부모, 배우자, 자녀, 이웃 등 소통을 잘하고 있는가 생각해야 한다. 내가 먼저 화해하고 소통해야 건강한 사회가 되고 이것이 인간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이 빠져 갯골이 드러나면 꼬불꼬불한 곡선 또한 한 폭의 그림 같다. 해설사는 “자연의 갯골이나 노두를 보면 직선으로 놓여있지 않다”며 “사람이 직선을 만들지 자연은 돌아가더라도 곡선으로 부드럽다. 우리는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부연했다.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6, 7월이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버들마편초. ⓒ천지일보 2023.05.21.
[천지일보 신안=김미정 기자] 6, 7월이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버들마편초. ⓒ천지일보 2023.05.21.

신안 퍼플섬은 지붕도 보라색 그릇도 보라색, 심지어 물건을 담아주는 비닐봉지도 보라색이다. 적색 고구마, 자색 양파, 콜라비, 비트 등 보라색과 관련된 농작물도 많다.

보라보라한 퍼플섬 퍼플교에서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걸으며 소통하고 따뜻한 사랑의 시간을 키워가길 추천해 본다. 꿀팁 하나. 보라색 옷을 입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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