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신기자 테일러가 살았던 종로구 행촌동의 딜쿠샤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3.1운동 전 세계에 알린 외신기자 앨버트 테일러 집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1919년 당시 외국통신사 UPI의 서울특파원으로 있으면서 3·1 운동 소식을 세계에 알렸던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년)의 집인 ‘딜쿠샤’의 문화재 지정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최근 테일러가 살았던 종로구 행촌동의 딜쿠샤를 현장조사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내달 초 딜쿠샤를 문화재로 지정 예고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딜쿠샤는 아치형의 창문에 붉은 벽돌을 올려 만든 서양풍의 건축물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가 1923년에 지은 후 1942년까지 부인 메리 테일러와 함께 거주했던 집이다. 인왕산 언덕에 지어져 지하 1층, 지상 2층의 대저택으로 방만 10개가 넘었으며 당시 조선에서 제일 큰 개인 벽돌 저택이었다. 건축양식도 희귀한 프랑스식 벽돌올림으로 중요한 근현대사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건물의 머릿돌에는 ‘DILKUSHA 1923(딜큐샤 1923)’라고 새겨져있다. 딜쿠샤는 인도 북부 러크나우 지역 곰티 강 인근에 자리 잡은 ‘딜쿠샤 궁전’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힌두어로 ‘이상향’ ‘행복한 마음’ ‘기쁨’이라는 뜻을 지닌다. 일제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식민지의 아픔을 겪고 있던 당시 조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단어다.

3.1운동 때 일본 경찰의 수색을 피해 독립선언문을 국제 통신사에 전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으며, 이후 조선총독부의 감시 대상이 되면서 1941년 태평양전쟁이 터지자 가택에 연금됐다가 이듬해 5월 추방당하고 만다.

그간 사실상 거의 방치 수준이었던 딜쿠샤는 현재 쪽방촌 형태로 15가구 정도가 무단점유 형태로 살고 있다. 서울시는 종로구와 함께 무단점유자들에 대한 대책을 검토해 나가면서 기재부에 딜쿠샤의 무상 양도를 요청하고 있으며, 기재부는 무단점유자 문제와는 상관없이 감정평가를 받아 매각하거나 공시지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일단 내달 초 문화재 지정을 예고한 다음 예고기간인 6개월 동안 기재부로부터 딜쿠샤를 무상 양도받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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