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사대부 여성 기각의 한시집 원본 속지(왼쪽)와 표지 (사진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기각(綺閣)’이라는 당호(堂號)를 가진 여성 작가의 한글 필사본 한시집을 번역한 ‘기각한필–조선 사대부 여성 기각의 한시집’을 발간했다.

‘기각한필(임치균, 부유섭, 강문종 역주)’은 조선 후기 여성이 한시를 향유한 정황을 알려주는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 분량은 249수나 된다.

번역한 원서는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서 태어나 충남 청양군 청양읍으로 시집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사대부 여성인 ‘기각(綺閣)’의 한시집이다.

한시집이지만 우리말을 시제로 삼아 한시 원문을 한자가 아닌 한글음으로 적고, 그 밑에 다시 한글로 한시를 번역해 기재하는 형식을 취했다. 시집에는 기각의 오빠 ‘상회’로 기명된 시 2편을 포함해 총 249수의 한시가 수록돼 있다.

▲ 조선 사대부 여성 기각의 한시집 번역본 (사진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주변 사물(수박, 감, 개구리 등)과 일상 풍속(닭싸움·씨름 등)을 노래하며 한가로운 풍취를 담아내기도 하고, 역대 명시(唐詩)의 한 구절을 시제로 삼아 창작하기도 했다.

또한 넓은 세상으로 나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어 했던 조선 여성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몇몇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당시(19세기) 여성들의 한시 향유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번역본은 저자가 직접 필사했다고 추정되는 한글 원문과 그에 대한 해석을 토대로 한문을 추정해 원래의 한시(한문으로 된)를 복원했다.

또한 고어를 현대어로 풀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이해가 쉽게 하는 등 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부록으로 장서각 소장 원본을 칼라로 영인해 전문가들의 후속 연구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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