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수목원·영흥수목원
수집·보전 통한 식물문화 확산
산장 카페 온 듯한 분위기 연출
각 지역의 지형 특징 살려 조성

영흥수목원 방문자센터에서 내려다본 암석원. (제공: 수원특례시) ⓒ천지일보 2023.05.16.
영흥수목원 방문자센터에서 내려다본 암석원. (제공: 수원특례시) ⓒ천지일보 2023.05.16.

[천지일보 수원=류지민 기자] 수원시에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이 정식으로 문을 연다.

수목원은 관찰이나 연구의 목적으로 여러 가지 나무를 수집해 재배하는 시설이다. 수원에 개원하는 두 수목원은 연구는 물론 생태환경 및 식물유전자원을 보전하고 생물종다양성 보전·증진에 기여하고 정원문화 유산을 홍보하고자 하는 취지도 담겼다.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은 수원의 동·서편에 한 곳씩 자리를 잡아 수원시내 어디서든 20분 내에 갈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서 탁 트인 전경과 이국적이 분위기,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식물 감상까지 모두 할 수 있다.

천지일보는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고즈넉한 풍경 보여주는 일월수목원

일월수목원은 수원의 생태 랜드마크이자 대도시에 있는 도심형 거점수목원으로써 자생식물 등 식물자원 수집 및 보전을 통해 식물문화 확산을 목표로 한다. ‘더 살아있는 자연을, 시민의 일상으로’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시민들이 진짜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운영을 시작한다.

일월수목원은 입구부터 시원한 개방감이 특징이다. 방문자센터 유리창을 통해 정돈된 수목원 전경은 물론 고즈넉한 저수지 풍경까지 시야가 트여 일상에서 느끼는 갑갑함을 날릴 수 있다. 입구를 통과해 야외로 나가면 수목원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온실이 보인다.

전시온실까지 가는 길목에 있는 장식정원은 계절별로 화원이 꾸며진다. 지금은 장미가 개화하는 시기라서 크기, 모양, 색깔이 천차만별인 장미가 분수와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시온실의 문이 열리면 건조기후대를 주제로 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3000여㎡ 규모의 온실 내부에 300여종의 식물이 전시돼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식물존에서는 유칼립투스와 방크시아 등을 볼 수 있고, 캥거루 앞발과 닮아서 이름 지어진 캥거루포우도 자리잡고 있다. 크고 작은 선인장을 관찰하며 사막정원을 오르면 닭벼슬나무가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습지식물을 볼 수 있는 오아시스가든 뒤로는 그리스식 기둥 형식의 구조물을 배치해 지중해 느낌을 더한다.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의 소재로 이름이 알려진 천사의나팔도 출구 부근에서 볼 수 있다.

전시온실 외 외부공간에는 정원별로 다양한 생물종이 자라고 있다. 기존 나무들을 보전해 구성한 숲정원 근처에는 히어리가 있다. 히어리는 한국 특산종으로 광교산에 자생지가 있어 관리하고 있다. 한쪽에 마련된 한국식 정원은 수원화성을 축성하는 데 기여한 정약용을 기리기 위해 ‘다산정원’으로 이름 짓고, 정약용 시구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주로 심었다.

영흥수목원 잔디마당에서 방문자센터를 바라보는 방향에 설치된 포토존. (제공: 수원특례시) ⓒ천지일보 2023.05.16.
영흥수목원 잔디마당에서 방문자센터를 바라보는 방향에 설치된 포토존. (제공: 수원특례시) ⓒ천지일보 2023.05.16.

◆영흥수목원, 고품격 정원문화에 초점

영흥수목원은 산지 지형을 살려 조성된 식물원으로 교육과 휴양 등 시민들이 즐기는 정원문화보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민 참여로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 속 고품격 정원문화 창출’이 목표다.

기존 산지를 살려 조성된 영흥수목원은 영통지구 아파트 숲 사이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숲속 산책로를 구현해 낸 공간이다. 방문자센터 자체가 큰 산장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입구부터 산장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일월수목원처럼 전면에 유리창을 통해 수목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데, 양쪽 산지가 양 팔로 감싸 안은 모양이라 아늑함을 연출한다.

입구에서 내려다보이는 공간은 꽃과 들풀 전시원이다. 방문자센터부터 온실까지 원래 계단식 논이었던 공간에 다양한 정원이 만들어졌다. 크고 작은 돌과 함께 건조에 강한 식물들이 심겨 이색적인 암석원부터 블루밍가든, 그라스원, 계절초화원 등 주제별로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았다. 맨 아래쪽에는 본래 이 지형과 농업연구의 산실이었던 수원의 역사성을 살려 논을 일부 남겼다.

이 논에는 대한민국 16개 도에서 대표적으로 길렀던 품종들과 농촌진흥청에서 기증한 품종 등 20개 품종을 심을 계획이다. 품종별로 다른 벼 이삭의 모양과 빛깔 등을 한데 모아 비교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논 생태계의 핵심인 웅덩이를 둠벙(웅덩이)을 그대로 남겨둬 교육적 가치도 있다.

가장 아래쪽 수연지와 온실은 물을 테마로 연결돼 열대지방 느낌을 풍긴다. 온실은 아열대식물을 주제로 꾸며졌다. 입구에 ‘꽃보다 아름다운 잎’이라는 문구가 온실에서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내부에 완만한 경사로 관람로를 만들어 눈높이에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잎을 관찰할 수 있다. 수박 줄무늬를 그대로 닮은 잎, 열매로는 익숙하지만 해외여행에서나 볼 수 있는 망고나무와 코코넛 야자, 코끼리 다리를 닮은 줄기를 가진 덕구리난 등 이색적인 식물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온실을 바라보고 왼쪽 산은 전시숲이다. 십자모양 꽃이 특징인 산딸나무, 대표적인 정원 수목인 단풍나무, 목련나무 등이 산책로를 따라 전시돼 있어 계절마다 변화하는 숲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른쪽은 생태숲으로 기존 수림을 생태적으로 관리해 중부온대수림의 자연스러운 천이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땅에서 풀이 자라기 시작한 뒤 관목이 자라고 소나무 등 양수와 음수 등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볼 수 있다. 산책로가 잘 조성돼 편안하게 숲속을 걸으며 계절감과 식물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에서 시민들이 수목원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제공: 수원특례시) ⓒ천지일보 2023.05.16.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에서 시민들이 수목원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제공: 수원특례시) ⓒ천지일보 2023.05.16.

◆시민들에 자연과 가까워질 공간 제공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은 수원시민 누구나 자연과 가까운 삶을 누리는 공간을 꿈꾼다. 수목원 입구에 무료로 개방되는 방문자센터에서는 수목원을 조망하거나 카페를 이용하고, 전시 공간에서 머무를 수 있다.

지금은 개원 기념으로 ‘수원의 식물’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해오라비난초, 칠보치마 등 수원시에 자생하는 식물을 그린 세밀화와 보타니컬아트 작품이 전시 중이다.

일월수목원 로비 가운데에 만들어진 햇빛정원에는 매산초등학교 교정을 지켰던 네군도단풍나무가 자리 잡아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담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돼 전문가에게 병해충이나 관리법 등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답할 수 있다.

수목원에서 책과 함께하는 시간도 즐길 수 있다. 일월수목원 옆에는 일월도서관이 있고, 영흥수목원에는 책마루가 마련돼 언제든 아늑한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쉴 수 있다. 영흥수목원 책마루에는 구하기 힘든 정원 관련 도서가 많아 정원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수원시 관계자는 “두 곳의 수목원이 개원하면서 수원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다양한 자연을 만나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가볍게 찾아와 1년 내내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녹색문화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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